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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아닌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교직경력이 짧은 나로서는,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미술 수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집에서 몸이 근질거리는 아이들이 미술 시간을 통해 서로 소통을 하고, 표현활동으로 소소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수업만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ZOOM을 통해서 질의응답을 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수업해보고자 했다. 첫 수업을 어떤 것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한
2020.06.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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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등교 첫날, 서로의 거리두기를 표시하는 초록색 테이프에 발을 올린 아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긴장한 눈빛으로 인사하는 학생들이 뒤를 따른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도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졌다.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 가림막 안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씁쓸하다. 나의 교직경력 32년은 아이들에게 '서로 소통해라, 친구와 친밀하게 지내라, 함께 부딪히며 더불어 살아가야 행복하다'를 수없이 가르친 시간이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서로 안아주고, 서로 위로하고, 함께 웃으며 살아
2020.06.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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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오늘도 또 잊어버렸네. 매일 가지고 가야지 하면서 매번 잊고 오네. 벌써 많이 모아 놨는데..."나와 함께 하는 짝꿍 선생님의 아침 인사다. 우유팩의 소중함을 몰라 재활용 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현실에서 우리 학교 '우유팩 모으기' 활동은 우리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의 즐거운 참여를 이끌어 주고 있다. 이제 조금씩 환경을 지키는 활동에 참여하는 '초록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 학교에서 살살 불고 있는 미호의 초록 바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한국교원대학교부설미호중학교는 선택과목으로 '환경'을 지
2020.06.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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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장철에 겪었던 일이다. 나는 큰오빠네로 가서 김장을 돕고 김치를 받아오는, 이를테면 수업시간 모둠활동에서 버스 잘 타는 학생과도 같았다. 일단, 무를 씻고 채칼로 열심히 무채를 만들었다. 그렇게 배추에 속까지 잘 버무려서 김칫통에 차곡차곡 쌓을 때의 부자된 느낌이 다시 김장을 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았다.그렇게 김장을 하며 주말을 알차게 보낸 뒤 월요일에 학교에 나갔다. 아이들도 집에서 부모님이 김장하는 걸 구경이라도 했을 듯해서 김장으로 대화를 시작해 봤다."아이구, 선생님이 주말에 무 10개를 주구장창 썰었더니, 삭
2020.05.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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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학교가 조용하다.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강철 같은 무지개'만큼이나 나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였다. 온라인 개학을 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나 이 현실에 몸은 적응했지만 불편한 평온함이 나를 지치게 한다.아름고등학교는 교사들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패드를 들고 빈 교실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화상 회의 플랫폼을 통해 구축된 회의실에 접속해 있다. 출석 확인을 하고 수업을 시작한다. 나는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편인데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미리 제작한 강의 콘텐츠를 보고 오라고 학생들을 독려한다. 자는 학생
2020.05.2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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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교직원들 앞에 설 때마다 반복해서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감동'이다. 감동은 한마디로 공감이며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말을 빌린다면 '심쿵'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 더 확대해석하면 '소통(존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학생, 교직원들이 학교 안에서 어떤 모양으로든 구성원 간 이러한 감동을 경험하게 한다면 외부인들이 교육현장을 바라보며 염려하는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되리라 확신한다. 이처럼 감동이 주는 기쁨을 이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교장 임기가 시작되면서부터 호수돈여고
2020.05.1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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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제각각 놀 장소와 친구를 찾아 대이동을 한다. 바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와글와글 중간놀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학급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운동장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달리기를 하며 맘껏 뛰어 놀 수도 있고, 동아리 선후배들과 모여서 동영상 촬영을 하는 등 원하는 자율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다. 수요일은 언니 오빠들과 함께 어울려 새로운 놀이를 배우며 놀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하루 30분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서
2020.05.0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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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담임이라구요?"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다 복직을 앞당겨 맡게 될 학년이 1학년이란다. 1학년이 어떤 학년인가. 경력 20년은 넘어야 유치원생 티 갓 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 비슷한 것이라도 할 수 있고, 학부모들의 약간은 과도한 관심과 민원도 의연하게 웃어넘길 수 있다는 학년 아니던가.1학년의 하루는 실로 엄청났다. "수업다운 수업을 5분만 해보자"는 희망일 뿐, 장난과 괴롭힘을 구분하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싸우며 일러대는 통에 나는 직업이 판사 아니면 형사가 되기 일쑤였다. 집에 가고 싶다며 우는 아이, 친구들
2020.05.0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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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초등학교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모이는 곳이 있다. 바로 "토끼네 집"이다. 따뜻한 봄날에 찾아온 토끼 두 마리는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최고의 인기쟁이다. 토끼들은 두 눈으로 똘망똘망 작은 두 콧구멍을 킁킁거리며, 아이들이 직접 키운 여러 채소나 풀들을 야금야금 얻어먹었다.3년 3개월의 오랜 군 복무를 마치고 복직하여 으뜸초등학교로 출근했을 때의 첫 느낌은 학교가 자연 친화적이라는 것이었다. 학교 중앙에는 아이 놀이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는 물고기들이 살 수 있도록 작은 연못이 있었으며, 여러 채소를 키
2020.04.2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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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듯 말 듯 / 꽃이 필 듯 말 듯 / 해마다 3월 21일은 / 파밭의 흙 한 줌 찍어다가 /내가 처음으로 / 시를 쓰는 날입니다…모든 이에게 /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 봄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 춘분처럼 / 밤낮 길이 똑같아서 공평한 / 세상의 누이가 되고 싶다고…'해마다 봄이 되면 이해인의 시를 새 노트에 옮겨 적는다. 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봄햇살을 나누는 삶을 살겠노라 한번 더 다짐하곤 한다. 겨울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자리에 앵두꽃이 소담하게 피었다. '아! 아이들이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2020.04.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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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2일, 단양중학교 학생 4명과 함께 '2019 사제동행 인문행성 국외체험행사'에 참여하였다. 2019 사제동행 인문행성 국외체험 행사는 낮 설고 물 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독립지사들의 숨결을 느끼고,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충북도교육청이 마련한 행사다.도교육청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통해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 보다 깊고 넓게 보는 안목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행사를 계획했다.특히 지난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20.04.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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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5학년 학생들이 핸드폰을 켰다. "오, 여기 있어!" "선생님,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진짜 선생님이 만들었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쏟아냈다. 한 노래 때문이다. 아이들과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난 뒤, 이 노래를 만드는 데 내가 참여했노라 고백했다. 아이들은 의심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고 핸드폰을 통해 작곡가를 확인하고는, 아이들은 내게 몰려와 이것저것 물었다."녹음은 어떻게 했어요?" "악기는 뭐가 들어갔어요?" "가사는 어떻게 썼어요?
2020.04.0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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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수 백 명씩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보던 어느 날, 옆에 있던 아내가 "어린이들도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고 있대!"라며 걱정을 한다. 나는 놀라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되물었고 아내는 "아이들이 집에만 있고 활동을 못해서 살이 확찐자들이 늘고 있대"라고 설명을 해준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웃음이 사라지고 머리와 마음이 무거워졌다.코로나19로 3월 2일 입학을 환영하기 위해 학교에 달아 놓은 현수막의 입학일 날짜가 계속 바뀌고 있고 늦어지는 개학일 만큼 교육현장에서의 불안과
2020.03.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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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겨울 방학 동안 필요한 공사를 몰아서 할 계획을 세웠다. 내진, 아트홀, 현관 리모델링 공사 중에서 내진 공사는 여름방학을 이용한 공사였으나 대입 일정을 고려해서 겨울로 옮겼다. 공사 기간이 길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개학 전에 완공이 어렵다고 하여, 설계, 업체 입찰 등을 꼼꼼히 챙기며 진행하였다. 1월은 1·2학년 학생들의 보충수업을 시행하다 보니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벽면을 털고, H빔을 설치하였다. 마무리 작업까지 학생들의 안전한 통행로 확보, 소음 감소 등의 작업 일정은 쉽지 않았다.아트홀 공
2020.03.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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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초등학교는 미동산의 정기와 민족의 젖줄인 한강의 원류 미원천이 감싸는 너른 쌀안에 자리 잡은 호국정신과 민족정신이 깃든 교육의 전당이다.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나던 해에 미원 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하여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주변에 위치한 운암초, 가양초, 용곡초, 종암초, 기암초등학교를 통합했다. 2001년에는 금관초등학교를 분교장으로 편입하여 100년의 역사 속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배움의 전당으로 면면히 성장해오고 있다.지난 2019년 10월 19일에는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2020.03.1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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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천안동성중 책쓰기 동아리를 지도하며 '책쓰기로 키우는 작가의 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열 다섯 우리들의 꿈'을 출간해 12명의 중학교 2학년 학생 작가가 탄생했다. 이를 시작으로 나는 매년 책쓰기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책쓰기로 키우는 작가의 꿈'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글을 쓴다는 것', '학교에서 만난 기적', '생각을 시로 물들이다'를 출간했으며, 지금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시리즈 2권의 출간 준비하고 있다.국어교사인 나는 그동안 학생들의 국어 교과를 지도하며 독서, 논술, 토론 교육
2020.03.0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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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업, 새로운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시기다.평생교육은 '문해교육'처럼 제도 교육에서 소외됐던 분들이 뒤늦게라도 배움의 길을 열어주거나 여유로운 분들에게 취미나 여가생활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그러나 시민들에게 인문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강좌뿐만 아니라 시민교육의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춰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채워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시민과 직접 만나며 소통하며 어린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삶을 공유하면서 배움을 실천하는 게 평생교육이라 할 수 있다. 세
2020.02.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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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다. 그 꿈이 이루어져 처음 학생들을 맞이했을 때에 많이 설렜고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하는 생각으로 교사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어느덧 41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달 말이면 정년퇴직을 한다. 나의 첫 발령지는 충남 태안군 바닷가에 있는 이원초였다. 고향에 있는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할 때에는 수업이 끝난 후에 아이들은 교실에서 숙제를 함께 끝내고 나면 아이들은 집에 가지 않고 운동장에서 놀다가 내가 퇴근할 때가 되면 우르르 몰려와 손잡고 노래하면서 함께 걸어서 집을 향해
2020.02.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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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입시와 시험을 위한 수업을 해 오면서 배움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시험과 입시라는 굴레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 죄의식과 부끄러움은 커져만 갔다. 그러다 내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 한 시간 한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삶의 현장임을 새삼 깨달았다. 육아휴직 동안 결심했다. 복직을 하면 아이들의 삶에 실질적 감동과 변화가 있는 수업을 하겠노라. 그러나 복직 후 실천하면서 밀려오는 외로움과 짙어가는 소외감이 힘겹기만 했다. 동지가 필요했다. 그러다 다행히 행복씨앗학교의 선도인 옥천여중에 근무하게 됐다
2020.02.14 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