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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4차선 도로를 매일 건넌다. 둔산동의 지은 지 30년 된 아파트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다. 꼬박꼬박 월세를 내는 작업실도 집 맞은편 근린생활 구역의 상가에 있다. 횡단보도 건너서 2분만 걸으면 된다. 200걸음이나 되려나. 그러니 매일 매일 왕복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게 된다. 새벽에 횡단보도 앞에 설 때가 많다. 가로등이 그다지 밝지 않아 컴컴하고 인적은 드물다. 좌우를 살피며 길을 건넌다. 비 오는 날엔 특히 조심한다.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파란 신호에 횡단보도는 건너는 나를 운전자가 보지 못했다. 중앙선을
2021.04.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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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성공한 경영자를 뽑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잡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빌게이츠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묻는 한 인터뷰에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 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답했으며, 스티브잡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책과 초밥'이라고 독서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 독서는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며, 세상을 보다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2021.04.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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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도자기 디자이너다. 넓게는 도예가라고 부르는 부류에 속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디자이너에 더 가깝다. 가끔 받는 질문이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로 작업실(공방)을 옮겨 도자기 만드는 일을 계속하면 도예가로서 폼도 나고 노년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단하는 질문이다. 도예가는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는 선입견이다. 입 밖으론 그런 삶을 꿈꾸는 것처럼 대꾸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모니터가 딸린 맥 데스크탑, 맥 노트북으로 일한다. 3D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해 3D 프린터와 CNC 머신 데이터를 만들어
2021.03.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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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 자란 귀한 자식이라는 의미로 금지옥엽(金枝玉葉)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얼마나 자녀가 귀했으면 금으로 된 가지와 옥과 같은 잎이라고 칭했을까? 물론 시쳇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렇게 귀한 자녀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가진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이 부모로써의 가장 큰 역할이자 보람일 것이다. 대표적 범죄학이론 중 하나인 허쉬(Hirschi)의 사회통제이론에 따르면, 자녀들이 사회에 맺는 사회유대의 정도를 청소년 비행의 중요한 원인으로
2021.03.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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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처가에서 스킨답서스 줄기를 얻어왔다. 지금은 집안 곳곳에 그 줄기의 후손이 자라고 있다. 흙에 뿌리를 박고 힘차게 줄기를 뻗고 있는 화분도 있지만 조그만 유리컵의 물 속에 뿌리를 담그고 있는 녀석도 있다. 지금까지 제대로 식물을 키운 게 이 스킨답서스 뿐이다. 물만 주면 잘 자란다. 가끔 물 주는 때를 놓친다. 사망 직전의 녀석들도 물 한 모금에 되살아 난다. 키우기 쉽다. 식물에 그다지 애정이 없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화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물 그릇을 들고 들여다 보면 된다. 그저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서 가까이 둔다
2021.03.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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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지면 관계상 짧게 언급하였다.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범죄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십 년간 발표된 청소년 비행과 부모의 역할에 관한 국내 논문만 약 7000편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해외 연구를 포함하면 그 수는 2만 5000편 이상으로 보고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독 대부분의 연구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청소년 비행의 원인으로는 부모의 역할이다.부모의 역할은 주로 부모의 감독(parental supervision)과
2021.03.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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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거리가 있나요? 혼자만의 거리, 잠시 산책을 위한 나만의 거리가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 볼 꺼리 먹을 꺼리가 있는 걷기 좋은 동네의 골목길, 작은 서점과 카페, 한 끼 식사를 가볍게 할 수 있는 맛집이 있는 거리, 왕복 30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곳. 하지만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흘려듣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은, 누군가 종을 울린 듯, 마치 스위치를 켠 듯한 문장이 귀에 들렸다. "좋아하는 거리가 있나요?" 떠올려 보려 애썼지만 없었다.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누군가 잘 정비된 포장도
2021.03.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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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서울에서 발생한 정인이 사건은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양부모로부터 장기간 심하게 신체적 학대를 당하다 못해 죽음에 이르게 된 아동학대에 의한 살인 사건으로 전 국민의 관심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한 시민은 가해자 부부의 신상 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으로 아동학대의 강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 달라는 취지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시작하였고 해당 청원은 이십삼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동학대란 일반적으로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
2021.03.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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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달리기하자. 트레이닝복도 장만하고 새 운동화도 사고, 두툼한 러닝용 양말은 필수다. 그리고, 봄 햇살에 모자 없이 나서면 큰일 난다. 달리기에 얼마나 좋은 계절이냐고 묻는다면 사계절 중에 으뜸이라고 말하겠다. 그저 따스한 기온, 싱그러운 바람, 이런저런 달리기 좋은 조건이 전부가 아니라 사람의 생체리듬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봄이 되면 식물이 새싹을 피운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겨울잠 자는 동물은 정확하게 봄이 오면 깨어난다. 새싹을 피워라. 잠에서 깨라. 누가 명령하는 게 아니다. 생명체는 밤과 낮의 변화, 계절의
2021.03.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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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대학에서 강의를 한지 만 13년이 되었다. 아직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새로운 희망과 신입생을 만난다는 설렘에 들뜨곤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설렘을 느낄 겨를도 없이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정신없이 학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어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의 다양한 고민과 그들의 어려움을 종종 접하게 된다. 지난 학기에 교양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공무원시험 준비를 몇 년째 하고 있는 데 계속되는 불합격 소식에 자존감이 낮아져 본인에 대한 원망과 자책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어려움
2021.03.0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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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봄이 시작한다. 입춘, 설날, 우수, 정월 대보름이 다 지나가야 비로소 봄이 온다. 어제는 3.1절, 전국에 종일 비가 왔다. 봄꽃엔 꽃망울을 터트릴 단비였다. 남쪽 사정과는 다르게 영동지방에는 많게는 7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너무 많이 내린 눈 탓에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메마른 산지에 쌓인 눈 때문에 산불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되었다. 내리던 비가 갑자기 눈으로 바뀌고 포근한 봄비가 을씨년스러운 축축한 겨울비로 변하기도 한다. 언제 그랬나 싶게 날이 맑아지기도 하지만 아직은 공기가 차갑다. 이게 3월이다.아침에 외
2021.03.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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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종종 듣는 어른들의 18번이 있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이 곡은 끝나기만을 기다리거나 실수인척 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은 노래였다. 그런데 근래 들어 스스로 찾아서 들어본다. 그뿐인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는 한다. 나이 탓은 아니라고 위로하며 상황을 탓해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일상이, 평범한 것들이 그리운 때이니 말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가지 못한 친구들의 결혼식. 뉴질랜드에서 한번, 호주에서 한번, 서울에서 한번, 총 세
2021.02.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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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G.마르셀은 인류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이라 정의했다. 여행에 대한 욕구를 인생의 본래 모습으로 본 것이다. 살기 위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유목민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선택하여 길 위에 서 있는 나그네로 생각했다. 여행은 내게 있어 영혼의 비상식량이나 다름없다. 스스로가 현실에 불시착한 조난자 같을 때면 여행을 꿈꾼다. 가방을 꾸린다,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오월 바람이 된다. 존재 자체로 길 위에 서 보자. 내가 딛고 있는 세상의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만나게 될 터
2021.02.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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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단어나 문장을 의미보다는 내 느낌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음식은 익어야 먹을 수 있는 것이니 얼음도 얼었다가 아니라 익었다고 여긴다. '신'은 새 것이고 '구'는 오래된 것이라 '구정'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간다고 생각했다. 아파트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의 오래된 주택에서 맞는 유난히 추운 아침, 정원에 쌓인 눈과 나무들. 지금은 더 이상 그 집에서 명절을 보내지 않는데도 구정은 자연스레 그 풍경과 온도로 기억한다. 이맘때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손 발 끝이 시리다 못해 아플 듯 추워지면 생각하는 나의
2021.02.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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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이 끝나니 쓰레기가 엄청나다. 알맹이가 빠져나간 껍질들은 쓰레기가 됐다. 열심히 쌓아놓은 플라스틱이 20%만 재활용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플라스틱 조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쪼개지고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여기저기 떠돌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다가 바다로 가면 해저 쓰레기장까지 만든다. 이런 추세라면 30년 후에는 서해의 4분의 1 이상이 해양 생물이 살기 어려운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최근에는 아이스 팩도 급증하고 있다. 냉동식품에 딸려오는 아이스팩은 미세플라스틱인 고흡수성 수지를 넣은 것이다. 자연분해가
2021.02.1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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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이면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설날이 되면 고향마을은 축제분위기였다. 물가에 내려앉는 두루미 떼처럼 하얀 두루마기 행렬이 동네 초입까지 이어졌다. 그 무리에 끼어 고샅의 가장자리를 걷노라면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와삭와삭 들렸다. 집집마다 차례 음식과 떡국을 대접하느라 부뚜막의 열기가 식을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방안에 둘레둘레 모여 덕담을 나누고, 서로서로 따뜻한 아랫목이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설을 쇨 때마다 대처로 나가있던 오빠 언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훌쩍 큰 모습으로 내려와선 '그랬니, 저랬니' 하는 서울 말씨를
2021.02.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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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를 동경했다. 머릿속 사고를 고유의 감성을 더해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예술은 항상 인류의 역사와 동행하며 다양한 역할을 해왔고 변화를 거듭했다. 시대의 변화는 곧 예술에 대한 총체적 사유와 지층의 변화가 됐으며 새로운 창작 세계를 여는 문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이후 예술적 플랫폼은 더욱 다변화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구사하는 언어, 작업의 소재, 매체와 방식 또한 다양하다. 국·공립미술관과 각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예술가, 그 중에서도 청년예술인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운
2021.02.0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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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모차르트의 미발표곡을 우리나라의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잘츠부르크에서 초연을 했다. 모차르트가 17살 때의 쓴 것으로 추정되는 곡인데 그의 265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모차르트 주간'에 발표한 것이다. 모차르트 하면 잘츠부르크가 연상된다. 그의 생가와 잘츠부르크 성당, 게트라이데 거리, 외갓집이 있던 장크트길겐 등은 최대 볼거리다. 이 도시는 모차르트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성황이다.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다. 매해 오백 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다. 우리의 도시 대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느 도시보다
2021.02.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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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영어선생님께 연상 기억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정보나 개념을 인지했을 때 이와 관련된 정보를 연상하는 뇌의 기능을 활용한 것으로 매우 유용한 학습 방법이다. 그 시절 암기했던 많은 단어들 중 수업내용까지 기억 나는 것이 있다. "너희들 타투하면 되니, 안 되니? 안 돼! 그래서 타투(Tattoo)는 타부(Taboo)기억하자." 졸업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타투하면 타부가 떠오른다. Tattoo- 문신, 바늘로 피부에 상처를 내고 물감으로 글씨나 그림 등을 새기는 것으로 영어권에서는 가볍게 Ink라고 부르기도 한
2021.01.29 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