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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김찬호 교수는 '모멸감'이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 시대의 '한국인의 마음 풍경은 어떤가'라고 던진 질문에 따라 우리 사회의 만연된 병폐를 열거하고 있다. 그 병폐풍조 가운데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기 위해 서슴없이 타인에 대한 모멸을 일삼는 현상을 지적하는데, 이에 대해서 김 교수는 "누군가를 모욕하고 경멸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라고 진단한다.시골에 살고 있는 나는 매일 아침 배달되는 종이신문을 받아 볼 여건이 안 되어서, 주로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읽고 있다. 하루의 일과 중에 틈틈이 인터넷으로 여러 신문의
2015.02.2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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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언론 일각에서 기독교 하나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는 이들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한 사례는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4시 30분에 북한이 남침하여 한국전쟁이 발발한다고 거짓 예언을 했던 사람으로 인하여 화제가 된 것이다. 일부 기독교인들 중에서 그 말에 혹세무민(惑世誣民) 당하여 재산을 정리해서 외국으로 도피를 갔던 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짓 예언이었음이 드러났다.이런 일들은 종종 있다. 근년에 있었던 유명한 또 다른 사건으로는 23년 전인 1992년
2015.0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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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부로 종교계에 몸을 담기 시작한 지 40년이 지났다. 강산이 네 번씩이나 바뀌는 사이 함께 신부가 된 동료들 가운데는 세상을 떠난 사람도 여럿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그 친구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은 세상을 너무 일찍 떠났다며 아쉬워하는 적이 많다. 주위 지인들과 떠난 이들을 기억 속에 떠올리며 그들이 남기고 떠난 정과 그리움을 이야기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죽은 후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나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나누는 때가 있을까'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2015.01.2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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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는 좀 더 여유 있고 넉넉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였는데 벌써 1월의 절반이 지났다. 우리의 바람은 넉넉함과 여유이지만 현실은 금년에도 빡빡하고도 여유 없이 또다시 생존의 질주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바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종교생활을 할 여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지구촌 인류는 종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통계수치로 살펴보자. 2011년도 통계자료(KCM)에 의하면 세계 인류 중에서 비종교인은 약 13.66%로 나와 있다. 종교인이 85%가
2015.0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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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계절이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태어난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절기인 것이다. 성탄절에는 부산한 연말연시의 분위기 때문에 지극히 거룩한 이야기가 세속적인 의미와 뒤섞여버리기 쉽다. 어쩐지 요즈음에는 성탄절의 설렘이 적어진 것 같다. 거리에선 캐럴송이 적게 들리는 것 같고, 교회에서도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가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떠들썩함보다 고요한 마음이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성탄절에 사람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나눈다. 즐겁고 기쁜 소식을 나누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성탄절의 의미를
2014.12.24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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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교복 입은 학생들을 만나면 마음이 즐겁고 따뜻해진다. TV 화면에서 학생들을 보아도 활발하고 싱그러운 기분이 든다. 나의 학생시절은 시간적으로 무척이나 여유 있고 자유로웠으며 심리적으로도 큰 스트레스 없이 편안했던 것 같다. 항상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성인이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상상과 희망들이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활발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놀다가 지치거나 심심하면 공부하는' 시절을 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
2014.12.1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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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단풍잎도 다 떨어져 간다. 집 앞에 한창이던 진초록 잎사귀들은 벌써 빛이 바랬다. 여름 내내 이곳을 지나다녔을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는 이제 멀리서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앞산에 붉거나 노랗게 물든 단풍이 어울리는 나무들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새벽으로 스산하기까지 한 가을 바람과 햇볕을 받으며 들녘으로 과일들이 익어가고, 산골짜기에는 이름도 다 알 수 없는 야생 열매들이 맺혀 있다. 가을 추수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움과 쓸쓸함이 우리의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한비야 씨가 한남대 토크 콘서트에 게스
2014.11.26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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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자비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가르침에 해당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불교 보살도의 실천 덕목은 "안으로 지혜를 닦아 깨달음을 성취하고 밖으로 자비심으로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불교를 접하고 배우는 사람들은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내면의 지혜를 갈구하고 외적으로는 자비를 베풀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지혜와 자비라는 말은 무척 일상적이고 쉬운 말 같지만 막상 삶에서 직접 적용하려고 하면 또한 막막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불교신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는 쉬운
2014.11.1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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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이기도 한 다니엘 핑크의 최근 저서 가운데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책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뇌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창조적인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뇌는 직감, 감정과 관계되며, 시적이며 감각적인 면과 연결되어 있다. 이에 비해 좌뇌는 언어, 논리와 관계하며, 추상적이며 관념적이다.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좌뇌를 중시하는 문화다. 좌뇌 문화의 특징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해석하려고 하며, 모든 문제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2014.10.2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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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세월이 쌓일수록 지혜가 늘어나고 자비심이 커져야 하는데, 오히려 잔소리만 많아지고 고집만 세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두려움에 잠들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산사에 사는 수행자로서 불보살님 전에 "밥값을 제대로 하는가?" 자문하면 그렇게 떳떳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름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부족함이 느껴질 뿐이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담담한 나날을 살아가려고 하지만 아직도 지나간 세월은 너무나 빠르고 살아가는 오늘과 다가오는 내일은 너무 느려서 답답하고 지루하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후회하
2014.10.1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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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이코노미스트'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던 적이 있다. '편견의 가치'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에 대해 대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편견의 가치를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다루고 있었다. 조사 방식은 대학생들에게 가상으로 컨설팅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취직할 회사의 환경 몇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급여, 직위, 휴가 그리고 자신의 상급자의 성별이었다.그들의 대답을 연구해 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는데, 남학생이건 여
2014.10.01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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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눈이 있어 보고, 귀가 있어 들으며 코와 혀와 피부를 합한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있어서 오감(五感)으로 세상을 느끼고 인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감각기관이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눈이나 귀 등 각각의 감각기관이 이상을 일으켜서 기능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고 감각기관 전체를 통괄하는 뇌에 문제가 생겨도 사람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가 없다. 세상의 어떤 정교한 기계보다도 정밀한 사람의 신체는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하며 인체에 대한 이해가
2014.09.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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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터키 이스탄불대학에서 한 대학원생이 한 달간 자료 조사를 하고 싶다며 한남대에 온 적이 있었다. 그는 회교 신자지만 한국 기독교의 부흥 원인과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에 관해 논문을 쓰려고 왔다. 그와 몇 번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식당에 갈 때마다 메뉴를 정할 때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돼지고기는 물론 먹지 않고, 소고기도 회교의 법대로 도살한 것만 먹는다고 했다. 채식을 좋아한다고 하기에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더니 소고기를 같이 넣어서 먹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생선구이 집이나 채식 뷔페만 겨우 갈 수
2014.09.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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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때로 스님의 법문을 청하곤 한다. 산도 좋고 절도 좋지만 한 자락 법문을 청해 듣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다. 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누구에게라도 시간을 내곤 한다. 절에 와서 마당의 약수는 누구든지 찾아 마셔서 목을 축일 줄 알지만 스님의 법문을 청해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절에 오래 다닌 사람들조차도 법당의 불공에 참여하고 사중 일에 봉사하며 때가 되면 공양을 챙겨 먹을 줄은 알지만 법문 듣는 것은 피해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들어봐야 잊어버리니 피하게 된다고 변명을 하곤 한다.
2014.08.2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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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휴가 여행지는 대개 가보지 않은 곳을 정하게 되는데,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대하며 새로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휴가를 다녀오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 전환이 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가 쓴 '제2의 시간'이라는 책이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삶은 5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5세 이전에 느끼는 시간의 길이와 그 후의 시간의 길이가 맞먹는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신기하고 흥미롭게 경험하는 반면, 어른들은 무감각하고 당연한 듯이 대수롭지 않
2014.08.0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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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인연을 맺기 전 우연히 TV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법당에서 절하는 장면을 보았었다. 그 장면이 너무 신기해서 형제들에게 "와! 교복 입은 학생들도 절에서 절을 하네"라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불교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형의 인도로 불교에 인연을 맺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불교와 사찰에 흠뻑 빠져서 살았다. 입학하면서 절에 다니기 시작하여 고3이 되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까지 한 주도 절에 빠지지 않았다고 기억된다. 사춘기의 남녀학생들이 자유롭고 건강하게 어울리는 모임도 좋았지만,
2014.07.2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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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키스 머니건 교수는 리더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직원들을 꼼꼼히 통제하는 '두 섬싱 리더'(Do Something Leader)와 직원에게 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두 나싱 리더'(Do Nothing Leader)입니다. '두 섬싱 리더'는 자신도 일에 바쁘고 부하들을 믿지 못하고 항상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 조직이 된다고 합니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는 '두 나싱 리더'는 사실 리더가 할 일과 직원이
2014.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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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가곡 가운데 '비목'이라는 곡이 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이 곡은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해 어느 깊은 계곡에 이름도 없이 묻혀 있는 무명용사의 비목을 보고 지은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부모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2014.06.1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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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상자가 열리고 그분의 유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문득 현기증이 일었다. 유골은 세상에 대해 무슨 분노의 에너지 같은 기운을 연기처럼 피워내고 있었다. 그것은 120년이 지나도록 식지 않은 혁명의 열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분의 진혼(鎭魂)을 위해 잠깐 염불의식을 가졌다. 5분 정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같이 동행했던 분들이 말하기를 "힘이 빠져 벽에 기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의식이 끝나고, 그분의 유골 상황을 확인해 보았다. 유골에는 일본어로 직접 쓴 붓글씨가 남아 있었다.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
2014.06.04 0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