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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들이 우리 아이에게 '바이러스'라고 한다는데 선생님은 알고 계셨어요?"김수빈(가명)이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아이들이 '바이러스'라며 놀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어머님과 전화 상담을 통해 친구들이 수빈이를 멀리한 게 2-3년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빈이에게는 바이러스라는 별명 외에도 친구들이 몸에서 냄새가 풍긴다며 짝꿍으로 기피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뿌
2013.06.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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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이 여름과 함께 왔다. 3, 4월 정신 없는 학기 초가 지나가고, 이제 아이들 삶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교정에서 '진짜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이젠 제법 중학생 티를 내며 새침하고 의젓해져야 할 1학년 아이들의 교무실 발걸음이 잦아진다. "선생님, ○○랑 사이가 안 좋아서 너무 힘들어요", "사과를 했는데, 자꾸 제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것 같아요" 아이들 사이의 일이려니 하며 달래고 넘기기에는 아이들도 나도 마음이 무겁다. 학교폭력이니, 교실 붕괴니,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대해 걱정하며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
2013.06.0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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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월요일은 우리 학교 4-6학년 학생들에게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대전학생교육문화원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학교로 찾아가는 특강'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대전학생교육문화원에서는 강사 섭외부터 운영 경비까지 모두 처리해 주었다. 고마웠다. 강사로 오신 에듀베리 교육연구소 조우석 소장은, '꿈을 가진 어린이가 미래를 리드한다'라는 주제로 하버드대학 입학사정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과 진정한 성공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사는 초등학생 수준을 고려하여 일목요연하고 명쾌한 강의를 진
2013.05.2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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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고 춥던 매서운 겨울의 기세에 봄은 영영 안 올 것 같더니만 계절은 속일 수 없나 보다. 교정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고, 학교 앞의 산허리에도 이름 모를 봄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다. 지난 겨울 스쿨버스가 학교 앞 매방고개를 넘지 못해 모래를 뿌리고, 교직원이 나와서 힘껏 밀어서 간신히 하교할 때 눈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다음 날은 운동장에서 눈싸움과 눈사람을 만들며 운동장을 은색 놀이터로 만들어 버렸다. 산골 아이들의 이야기 소재는 주로 농사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우리 집 트랙터는 75마력이라고
2013.05.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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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사이자 도시 농부다. 4년째 주말이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텃밭에 간다. 사실 처음부터 텃밭 농사가 좋았던 건 아니다. 모기와 뙤약볕 아래서 풀 뽑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나에게 남편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그냥 그늘에 앉아서 책이나 보면서 이따금 일하는 자기를 쳐다만 봐도 힘이 된다나?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나의 손에는 어느새 호미가 들려 있다. 우리 가족의 외삼동 텃밭은 450평의 넓은 대지에 개인 텃밭과 공동 텃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동 텃밭에는 4월에 심은 열무, 상추, 치커리, 청경채 등의 푸성귀들이 솜씨를 뽐
2013.05.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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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새 학기를 준비할 무렵, 한 학생(별별이)이 수줍게 편지 봉투를 내밉니다.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하며 봉투를 열었습니다. 내용은 장애를 가진 아들에 대한 정보와 사연, 돌봄을 부탁하는 편지였습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도와야 하나? 이 아이와 어떻게 1년을 지내야 하나?'라는 고민과 걱정을 품고 별별이와의 1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별별이를 위해 학급 친구들의 자발적 참여를 받아 도우미를 조직하고, 행동이 느린 별별이의 급식 짝꿍을 정했으며, 시력과 청력이 약한 별별이의 자리를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계획
2013.05.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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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학생들과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운동장에서 인원 파악을 하던 다른 학급의 선생님께서 나를 불렀다. "작년에 성호 멀미 많이 했어요?" 그렇다고 대답했다. 멀미를 많이 하니 꼭 앞에 앉히고 비닐봉지 준비하라고 당부드렸다. 성호는 작년에 우리 반 학생이었다. 성호는 유난히 멀미를 심하게 했다. 현장체험학습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길래, 임대 아파트에서 할머니랑 둘이 살기에 가정형편이 어려워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멀미가 너무 심해 차를 타기가 싫다고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선생님이 도와줄 테니 친구
2013.04.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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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어느 날, 누군가 소녀에게 물어봅니다. "넌 꿈이 뭐니?" 소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입을 다물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꿈 많은 소녀이기에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나 봅니다. 잠시 후, 소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도 분주하게 시작된다. 교실의 아침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통학버스에서의 왁자지껄함을 뒤로하고 교실로 들어선 우리 반 아이들은 각자 해야 할 아침활동을 시작하는데 조용함 속에 바쁜 움
2013.04.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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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혹독한 추위를 묵묵히 견뎌낸 교정 앞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희망의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지난 이맘때를 되돌아본다. 2012년은 학생부장을 하면서 26년의 교직생활 중에서 그 어느 해보다 마음이 깨어진 아이들을 많이 만나 그 아이들과 갈등과 고민을 함께 나눈 해였다.학생부에 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깨어진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로워서 온몸으로 슬픔과 아픔을 분노로 표현하였고, 그중에는 복학생 6명도 끼어 있었다. 거칠고 반항적인 몇 아이들은 후배들과 양언니-동생을 맺고 그들에게 하급생들의 돈을 모아
2013.04.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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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맛있게 먹고 정오를 지나가는 환한 햇살에 인사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한가로운 시간이다. 동료교사의 손이라도 잡고 운동장 둘레를 걷는 날이라면 더욱 즐겁다. 계절은 어느덧 건물 안보다 건물 밖이 더 따뜻한 시기가 되었다. 40대의 길을 걷다 보니 복잡하고 다양한 내 생활이 점점 두 가지로 정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지 치는 것과 소중하게 살리는 것. 아마도 가지 치는 것들은 미련 없이, 살리는 것은 더욱 소중한 애착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40대의 새(new)'는 내 인생을 가지치기하며 살기 시작했다는
2013.04.0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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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임하는 학급은 항상 '지구별행복탐험대'라고 이름을 짓는다. '지구별'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넓은 세상, '행복'은 생활 속에서 기쁨과 긍정적인 마음, '탐험대'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정신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훗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배우며 도전하려는 정신을 지니도록 교육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지구별행복탐험대'를 거쳐간 아이들에게 나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 왔다.지난 학년 말에 우리 반 꿈쟁이들에게 '2학년에 올라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
2013.03.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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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1반, 얘들아! 작년 겨울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것을 기억하지? 선생님은 작년에 3학년을 가르치며 많은 추억을 남겼지. 특히, 함박눈이 쌓였을 때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함께 눈밭을 달리고 구르고, 눈을 뭉쳐 던지고 피하고 눈사람을 굴려 만들 때 정말로 가슴이 벅차올랐단다. 선생님이나 작년 제자들에게 참 소중한 추억이었단다. 3월이 되어 4학년 티를 막 벗어난 너희를 만났어. 그리고 벌써 2주가 지났구나. 선생님은 요즘에 너희들과 함께 꾸려갈 우리 교실의 살림살이를 챙기고 마련하느라 무척 바쁘단다. 먼저 교실에 필요한 물품
2013.03.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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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스물아홉,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시기에 교단에 서게 된 내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벅차다.교단에 서기까지 참 많은 길을 돌아왔다. 다른 대학교도 다녀봤고,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보았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수록 내 인생은 언제나 새롭기를 원했고, 항상 아이와 같은 싱그러움을 유지할 수 있기를 원했다. 그리고 지금,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서 나와 그들만의 교실을 꾸밀 수 있는 교사가 되었다. 2013년 2월 28일. 2월의 마지막 날이자 내가 교사로서 첫발을 내딛
2013.03.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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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의 함성이 들린다. 운동장을 빼곡하게 채운 학생들이 공놀이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느라 운동장이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운동장에서 많은 학생들이 놀다 보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움직여야 하기에 조금씩 양보하고 같이 활동하면서 교우라는 것을 느낀다. 학년에 따라 노는 종목도 다르다. 고학년들은 운동장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축구 게임을 한다. 저학년은 구석을 찾아다니며 피구놀이나 개인줄넘기, 술래잡기놀이를 한다. 학생들이 운동장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른 운동도 가르쳐야
2013.03.0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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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은 승진해서 결재 도장이나 찍고 있을 텐데….' 교사가 된 이후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었는데, 큰 학교에서 6학년 여덟 반을 가르치는 영어교담으로서 지낸 지난 1년은 전혀 그렇질 못했다. 담임이 아닌 교담으로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던 그런 해였다. 교사보다는 공무원이 더 낫다는 상사들의 만류와 교사가 더 나을 것이라는 동료들의 시기심 어린 응원을 등에 업고 나는 10년 이상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교사가 되었다. 벌써 10년째 교사 생활을 해 오면서 나의 과거 공무원 경력을 아는
2013.02.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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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1년차를 마친 나에게 선배님들은 6학년 담임을 맡아 학생들을 졸업시켜 봐야 교사로서의 또 다른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6학년을 맡아 의욕과 혈기로 지도에 전념했지만, 여전히 미숙하고 실수투성이 담임과 학교 생활 베테랑이었던 아이들과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1학기를 보냈던 것 같다. 개학을 하고 아이들과 다시 만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방학을 통해 2학기의 일전을 각오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나와는 달리 학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구처럼 내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부쩍
2013.02.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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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공주님, 왕자님!"조가비 같은 두 손을 포개고, 살포시 숙이는 천진한 인사 속에서 하루해가 떠오른다. 학교 현장에서 맞는 2월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떠남을 준비하며 새 학년 학사 일정을 준비한다는 '처음과 끝'이 공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2월 1일, 남다른 감회로 첫날의 문을 열게 되었다. 우선 손이 가는 곳은 그동안의 시간이 묻어 있는 교실 정리였다. 제자들의 얼굴과 활동이 담긴 앨범과 앙증스러운 두 손으로 만들었던 학습 소산물들의 먼지를 닦고 모았다. 그리고 제자들의
2013.02.1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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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중리초등학교에 온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열악하여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학교이기도 하다. 부모님 없이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아이를 비롯하여 좁은 방에서 8명의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아이, 부모님의 맞벌이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교사들도 퇴근 후까지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함을 느낀다. 필자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환경이 변화되고 학생들의 미래가 변화될 수 있을까 늘 고
2013.02.0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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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앞두고 학년 말 교육과정 평가를 위해 학생용 설문지를 나누어 준다. 설문을 하나씩 읽어 주면서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체크를 한다. 열 번째 설문을 읽었을까? 아이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난 멀티미디어 수업. 동영상 보는 게 재미있어." "난 밖에 나가서 체험학습 하는 게 좋아." "난 선생님이 재미있게 설명해 주시면 더 기억에 잘 남거든."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후 빈 교실에서 설문에 답한 내용을 보며 '아!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학교나 담임인 나에게
2013.01.29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