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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어 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물어도 대답이 없고 기운도 없어 보인다. 눈동자가 대신 말을 해주고 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쉬게 하고 나는 밖을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하얀 꽃으로 달콤한 향기를 자랑하던 아카시아 꽃도 금년에는 어찌 그리 빨리 졌는지 짙어져 가는 잎에 가려 사라진 지 오래다. 이름 모를 넝쿨 식물이 이곳저곳으로 힘차게 생을 찾아 줄기를 뻗고 있다. 키만 크다가 잎이 반쯤 말라버린 소나무 한그루가 비스듬히 서 있다. 그 나무의 사연이 궁금하다.옆을 보니 젊은이도 어느새 밖을 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
2017.07.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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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이란 말을 요즘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그리고 또 자주 듣는 말 중에 위협적인 단어가 '지방소멸'이다. 우리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1955년에서 1963년까지 베이비붐이라는 인구보너스 세대를 겪어오며 눈부신 경제성장도 함께 이뤄왔다. 하지만 '인구절벽'은 이 '인구보너스'의 양면의 거울이 돼 우리 사회로 다가오고 있다.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정부가 아이를 적게 낳자는 가족계획을 독려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출산율 감소로 이어져 198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출산율인
2017.07.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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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이 질문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문제임에도, 그저 두렵고 피하고 싶은 화두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이러한 건강한 사회를 위해 웰다잉을 연구하고 있는 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회'에서 소속된 연구원들이 죽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웰빙'과 '웰다잉'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과 경험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에세이집 '내 인생 저만치에 죽음이'를 내놓았다. 그 내용은 학술 에세이부터 개인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2017.07.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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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가정의 달 연휴기간에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으로 인한 경보발령으로 모처럼 연휴를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이번 미세먼지 경보는 금년부터 미세먼지와 황사 경보를 통합,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 시에도 시·도에서 경보를 발령하게 됨에 따라 대전시 대기경보상황실이 급박하게 돌아갔다.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후보 때 이미 제시한 공약이지만 세 번째 업무지시로, 지난 5월 서울시 한 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알기 교실'에 참석한 후 미세먼지 30% 감축에 대한 대책을 지시했다. 우선 30년 이상 된
2017.06.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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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마주 보고 동그랗게 앉아 있는 아이들 가운데 한 학동이 쭈그려 앉아서 눈물을 훌쩍이고 있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아이는 유복(儒服)에 방건(方巾)을 쓴 훈장님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는 아이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은 대조적이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본 듯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우는 학동을 바라보고만 있다. 이 장면은 서당에서 글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김홍도의 '서당' 그림이다.조선시대 기본교육을 담당했던 서당은 우리나라 전통교육의 상징과도 같고, 현대 우리들
2017.06.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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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들어 살아가는 구성체가 사회이고, 이 사회는 인간(人間)으로서의 역할을 서로에게 그리고 각자에게 기대하며, 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상호관계를 중시하고 그 관계 속에서 건강한 조직과 사회는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우리는 지금의 사회를 정보화 사회라 말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산업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을 에너지가 하고 있었듯이, 정보가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보의 가치는 많은 것을 만들어 내어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윤
2017.06.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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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우리는 극심한 가뭄으로 큰 고통과 불편을 겪었다.그 가뭄의 잔상이 채 잊히기도 전에 또다시 찾아온 가뭄으로 우리의 가슴은 메마른 땅과 함께 타들어가고 있다. 가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고 지쳐가는 가운데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우리는 흔히 낭비가 심한 사람을 돈을 물 쓰듯 한다고 비유해서 말한다. 그만큼 물이란 자원은 풍부해 누구나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속담일 것이다.그러나 이제 물은 유한한 자원으로 흥청망청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2017.06.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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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엘 호손은 만년에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을 쓴다. 살 만큼 산 작가는 이 사회에서 바람직한 인물이란 어떤 유형인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돈 많은 부자,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 말 잘하는 정치인, 글 잘 쓰는 시인이 큰 인물이 아니고, 진실하고 겸손한 주인공 어니스트를 꼽고 있다. 어니스트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을 듣고, 그런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며 자신도 '큰 바위 얼굴'처럼 진실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온 사람이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어린아이가 성
2017.06.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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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흥부전'은 조선 후기 서민들의 경제관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판소리로도 불리었고 소설로도 인기가 높았다. 심술보 형인 놀부와 착한 아우 흥부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과 노동과 부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고전이다. 이 형제의 이야기는 조선후기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신흥 계급으로 떠오른 자본가와 자본주의에 관한 조선후기의 변화상을 담고 있어서 문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들은 한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부가 양극화 되어 있다. 그것은 놀부가 유산을 혼자 독차지하고 아우를 내쫓았기 때문이다. 놀부는 부의
2017.06.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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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는 로마 최초의 평민출신 황제 베스파시우스의 장남이었다. 티투스는 로마가 제정으로 바뀌고 법무관과 집정관 등의 로마 고위관직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으로 로마 황실의 여러 자제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팍스 로마나(Pax-Romana)'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로마의 평화는 위협받고 있었다. 국내적으로는 이른바 '악당 황제'로 불리는 갈리큘라를 이어 네로 황제의 치하로 시민의 생활은 궁핍해져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완전히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의 반란이 거듭되고 있었다. 황제 네로는 시민들로부터 혈세를 짜내 자신
2017.06.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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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5월 22일 4대강에 건설된 16개의 보의 수문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우선 6월 1일부터 6개 보(洑)의 수문을 열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시범적으로 운영하여 모니터링한 다음 나머지 10개 보의 수문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에 있는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의 개편도 추진하여 물 관리의 일관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물 관리 일원화는 전문가들의 오래된 바람이기도 하고, 이와 관련한 여러 법안이 여러 차례 제안되었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과정을 그동안 반복해왔다.
2017.06.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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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광복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충렬을 기리고 얼을 위로하는 기념일. 이것이 진정한 현충일의 참 의미이다. 몇 년 전 모 신문에서 서울의 초중고 학생 각 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24명, 중학생 28명, 고등학생 54명이 현충일 의미를 잘 모르고 있었다.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현충일은 1956년에 지정됐다. 현충일을 6월 6일로 정한 이유는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을 반영한 것으로 우리 조상들이 24절기 가운데 손이 없다는 청명일과 한식에 사초와 성묘를 하고 망종에 제사를
2017.05.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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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들뜨게 했고 즐겁게 만들었던 2002년 붉은 티셔츠의 추억. 단 하나의 동일한 색깔을 지닌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계시였을까? 우리는 오랫동안 흰색이라는 색상을 누누이 가슴속에 품고서 머릿속에서 지우지 말아야 했었다. 푸른색을 입을 때나, 노란색을 입을 때에도 우리는 흰색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미라(mirra) 같은 오랜 관습을 더듬거리며 백의민족이라고 소리 높여 외쳐야 했다. 그래서 오늘날 흰색은 입지 않아도 우리의 현재 진행형이며, 우리 고유의 색상이 돼야 했다.그러던 어느 날 아니,
2017.05.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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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는 서당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마을사람들은 그 분을 '훈장 어른' 혹은 '어르신'이라고 부르면서 예를 갖췄다.지난 날 벼슬을 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도 아니었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은 서당선생님을 존경하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찾아가 의논하고, 공동체의 일을 결정할 때에는 모여서 그 어른의 말씀을 경청했다.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정교육은 아버지가 자녀들을 엄하게 가르치며, 어머니는 깊은 사랑으로 보살피고 감싸 안는 엄부자모(嚴父慈母)의 형태였다.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으면, 어머니가 데려다가 자상하게 타이
2017.05.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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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영혼, 나의 마음, 환희, 고통그대는 나의 안식이며 평화, 하늘로부터 내게 내려왔으며그대의 사랑은 나를 가치 있게 해주고그대의 눈빛은 나를 빛내주며 그대는 나를 높여주오그대는 나의 선한 영혼, 나보다 더 나은 나. (슈만 '헌정' 중에서)생(生)과 사(死)를 수없이 넘나들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온몸과 마음을 내던지기를 5년. 한 남자는 한 여자를 그렇게 사랑했다. 여자의 아버지는 손가락 부상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한, 장래가 불투명한 남자에게 9살이나 어린 딸을 보낼 수 없었다. 결국 기나긴 법정공방이 이어졌고 국
2017.05.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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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외출하기 전 일기예보에서 날씨보다 미세먼지 지수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화창한 봄날과 연휴를 맞아 나들이를 나가기 전 그 날의 맑고 흐림보다 미세먼지 농도의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가 돼 버린 것이다. 따스한 햇빛사이로 뿌연 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지고 장시간 외출 후에는 기침이 나고 목도 따끔거린다. 연일 미세먼지에 대한 뉴스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를 위한 대책 방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국가적 대처방안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표준화된 예방수칙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미세먼지는 머리카
2017.05.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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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관한 날이나 행사가 많은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5일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 날이고, 8일은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 한 송이를 가슴에 달아 드리는 어버이 날이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1일은 입양문화의 정착과 입양의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입양의 날이며, 15일은 모두들 잘 알고 있는대로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21일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가자는, 둘이서 하나 된다는 의미의 부부의 날이다.이처럼 5월은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
2017.05.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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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들었다. 거리에는 선거벽보가 붙었고, 각 가정에는 선거공보도 배부되었다. 그리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TV토론도 하고 전국 각지를 찾아 다니면서 유권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민주주의는 유권자의 마음을 표로 얻어야 당선되다 보니, 후보자는 유권자 마음을 사려고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소통을 하고 설득도 하고 있다. 그런 소통과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 공약이다. 그러다보니 선거 공약은 후보자 입장에서는 견적서가
2017.04.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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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을 느끼면서 산과들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나들이 차량들로 도로는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차량들로 정체를 이루면서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전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64만대를 초과했고 매년 1만3000대 이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주요 간선도로망의 경우는 상습적인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평균속도는 시속 22.6㎞ 수준으로 2030년에는 시속 19.7㎞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면서 교통혼잡 가중과 대기오염 심화 등으로 도시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대선을 앞두고 원내 3당 대선주자 모
2017.04.23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