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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르셀 뒤샹'전(2018.12.22.-2019.4.7)이 뜨거운 관심과 열기로 진행되고 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의 뒤샹 컬렉션 중 레디메이드(기성품), 회화, 사진, 드로잉, 영상 아카이브 자료(150여점)가 망라된 뒤샹의 예술세계는 서구미술이 모더니즘으로 진입하는 사례와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뒤샹의 작품과 발언 등을 통해 현대미술과 미술가라고 하는 제도와 시장, 개념, 형식, 철학의 모든 문제들이 사후 50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실화된 질문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전시는 관객
2019.03.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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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바람 끝에는 무엇인가 기대와 암시, 새로운 시작이 실려있다. 그 바람 속에서 대한민국의 축제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 축제예산이 어느 정도 확정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도 하는가 하면 위원회를 개최해 전략도 짜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워밍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역시 가장 고민되는 사항은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로 귀착되지 않는가 싶다. 방문객들에게 감동과 웃음, 지역의 테마성을 남겨주며 축제를 대표하는 얼굴 킬러콘텐츠. 대부분의 성공한 축제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것이 킬러콘텐츠일
2019.03.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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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내가 매달리고 있는 주제는 박상륭의 소설세계를 질 들뢰즈의 내재적 일의성의 시각으로 읽어보려는 것이다. 내재적 일의성이란 질 들뢰즈의 존재론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먼저 일의성을 보자. 들뢰즈의 개념 중 가장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일의성'이다. 일의성을 '단 하나' 혹은 '일자(一者)'로 보는 시각인데, 알랭 바디우나 슬라보이 지젝이 대표선수들이다. 그런 이해는 유목주의자 들뢰즈가 물리치려는 정착적 시각들이다. 들뢰즈의 일의성은 상위 원리에 따른 위계성에 반대한다. 일의성은 평등과 다양성, 차이를 긍정한다. 들뢰
2019.02.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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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칼럼에서는 치기 어리긴 했지만 오늘날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음악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그 리스트에는 팝뮤직이 있었고, 재즈가 있었으며 클래식, 힙합 등의 음악이 있었다. 여러 종류의 음악들이 각기 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하고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오늘날 단지 한 종류의 음악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오늘은 이러한 많은 종류의 음악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곡의 음악을 듣고 있지만 정작 음악의 중요한 요소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2019.02.2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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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문화적 충격' 중에는 가족들끼리 찌개를 함께 떠먹고, 연인들끼리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고, 친구들끼리 음료수에 빨대 두 개를 꽂아 나누어 먹는 것도 들어 있단다. 종종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情)'이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문제는 정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타액도 함께 나누면서 간염 바이러스나 위암의 주범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균까지 공유한다는 것이다. 사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식문화는 둘러 앉아 먹는 서양의 식탁문화가 들어오면서 자리 잡은 가정식 형태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했
2019.02.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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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 왔다. 특히 한국의 전통악기는 이러한 변화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현재 연주되고 있는 국악기들은 연주기법과 형태에 기초해 수많은 변천과정을 통해 자리 잡았다. 이는 악기를 연주함에 있어 연주 방법과 악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악기개량사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행됐지만, 국악기의 개량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 진행됐다는 것에서 큰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악기개량은 1960년대 초를 시작으로 지속돼왔다. 이는 이 시기를 기준으로 음악에 대한 새
2019.0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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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불교문화재를 접하게 되면 왜 이토록 많은 부처와 나한(羅漢, 깨달음을 얻은 이), 보살, 역사(力士)들이 얽혀서 거대한 세계를 반복적으로 증명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뒤에서 수 만세계의 인연을 증명하듯 그들은 반복적이고 압도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때론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천불(千佛)이 대표적이다. 부처가 많은 것은 구제할 중생이 차고 넘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권위를 파괴한 '보통부처'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대중부처의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기 안의 부처
2019.02.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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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길 굽이굽이'. 작년 11월부터 내가 진행하고 있는 대전국악방송(FM 90.5 MHz) 프로그램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 국악방송의 진행을 맡은 것은 예외적 인 일이다. 여기서 헤아리고 싶은 것은 국악판이 생판인 사람에게 프로그램 진행을 맡긴 이들의 심미안이다. 그 안에는 장르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이웃 예술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들어 있다. '노래는 말을 길게(永言)한 것이다.' 우리의 옛 음악책 이름이 청구영언(靑丘永言)이라는 점은 의미있다. 말과 노래의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 위에서 기호들은 존재론적으로
2019.01.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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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곡의 음악을 들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실상 음악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뭐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번 기고를 통해 '음악 시리즈'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이번은 그 첫 번째로 '음악은 무엇인가'로 운을 떼려고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챕터를 세분화 해 '대중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볼 것이다. 본격적인 음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오늘날 우리 귀에 와 닿는 음악들의 종류부터 간략히 이야기 해보자.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음악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현
2019.01.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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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TV에서 순박한 시골 노부부들이 스피드게임을 했다. 한 할아버지가 '천생연분'을 설명하며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4글자!"했더니 할머니께서 바로 외쳤다. "평생웬수!" 결혼. 인연인지 악연일지 살아 봐야지만 알 수 있으니 일생일대의 대모험이다. 오죽했으면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결혼은 위험하고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더군다나 얼굴 한 번 못 보고 결혼하면서 이혼도 불가했던 조선시대, '시댁 귀신이 되라
2019.01.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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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화'는 국악의 오래 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이 국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와 고정된 틀이 더더욱 대중화의 속도를 올린 것도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창작활동과 퓨전국악들이 국악의 대중화를 부지런히 이끌어냈고, 그중에서도 음악극, 창극, 무용극 등과 같은 '극'이라는 시·청각적 예술을 통한 국악의 새로운 변화는 대중들의 관심을 포섭하기에 충분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그중 '창극' 즉, 판소리의 무대화는 근래에 일어난 급진적인 변화인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1902년 근대
2019.01.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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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교토에서 미술사를 전공하는 친구를 만나 매화 분재 전시를 간 적이 있다. 우연히 받은 한 장의 안내장엔 400년 된 매화 분재 사진이 선명히 인쇄되어 있었다. 내륙의 바다라 일컫는 교토 외곽의 비와호(琵琶湖)를 지나 한 시간 여를 달려간 기차는 호수의 동북쪽 시가현 나가하마(長浜)역에 내렸다. 근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풍스런 역이었다. 겨울의 쨍한 날씨와 함께 비와호에 닫기 몇 발자국 전 갑자기 몰아친 눈 폭풍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분매(盆梅)전이 열리는 곳은 처진 가지를 끈으로 한껏 들어 올린 정통 일본식 정
2019.01.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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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앨 라이스와 잭 트라우트(Al Ries & Jack Trout)는 "시장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보다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마케팅 명언을 남겼다. 이제 세계는 국가와 국가보다 도시와 도시가 경쟁하는 도시마케팅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 도시 무한경쟁의 시대에 한 도시를 어떤 이미지로 만들고, 또 그 이미지를 도시마케팅 대상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것 인가는 매우 중요한 고민의 포인트다. 이런 측면에서 축제는 이미 검증된 매우 효율적인 도시마케팅 전략 중의 하나다. 화려한
2019.01.0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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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 때쯤 되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각종 대학 수시전형 발표와 함께 세상을 다 얻은 기쁨과 세상을 다 잃은 듯 한 슬픔이 교차한다. 요즘 드라마 중 화제가 되는 '스카이 캐슬'을 보며 대한민국처럼 인생 최고의 목표가 대학합격이라는 것은 외국인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대학 이후 성공을 한다면 좋은 대학 출신이란 것이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막상 인생이 꼬일 대로 꼬인다 해도 그것을 운명과 팔자 탓으로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유일한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2018.12.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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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리스마스다. 세상이 온통 산타클로스로 대변되는 색깔과 캐롤송으로 도시가 포장되고 있다.얼마전 특산물과 크리스마스가 결합된 '영동에서 감 잡은, 산타의 겨울선물'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영동의 '곶감축제'도 무사히 끝났다. 이제 서서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19년 1월 막바지까지 개최되는 겨울축제로 손님맞이를 한창 준비하고 있다.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겨울축제가 가지는 추진 동력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모멘텀(momentum), 물리학 용어로는 운동량, 가속도, 탄력 등으로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장면을 뜻한다.
2018.12.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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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백석(齊白石) 전시(치바이스와 대화 2018.12.05.-2019.02.17)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한중교류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국가미술관 소장의 제백석 작품 81점이 공개되고 제백석이 정신적 스승으로 삼은 명말청초의 거장 팔대산인(八大山人)의 서화와 근대중국 전각, 문인화의 거장 오창석(吳昌碩)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 나란히 걸려있다. 전시부제 '같고도 다른(似與不似)'은 제백석이 계승한 중국회화의 역사전통, 그리고 새로운 창조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제백석은 명발청초 명 황실의
2018.12.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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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녁 뉴스를 통해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의 감독인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의 '마지막 황제'는 필자가 대학교 시절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Platoon)'과 함께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였고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쓸었던 존 론이 주연을 맡고 피터 오툴이 출연했던 베르톨루치의 대표작으로,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영화계의 큰 별이 또 졌다는, 너무나도 흔한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 닿은 적이
2018.12.1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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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오시마 섬에 있는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은 그 이름처럼 땅 속에 있는 미술관이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점박이 호박 조형물과 대단한 규모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 그리고 낡은 시골집에 현대미술이 입혀진 혼무라 집 프로젝트 등이 나오시마 섬의 잘 알려진 명소들이고, 같은 의미에서 지중미술관도 유명한 장소이다. 하지만 이 미술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다른 장소들과 좀 다른 의미에서 특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은, 일상을 둘러싼 시각적 청각적인 요소들과 그로부터 발생되는 잡스러운 판단과 생각
2018.12.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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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12월. 흰눈과 산타를 떠올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축제계에서는 문화관광축제 추천과 선정을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수고한 지역축제의 결과물을 광역단체에 제출하고 경쟁프리젠테이션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에 문화관광축제로 추천하는 시기이다.특히 올해는 '2020년 문화관광축제'제도 개편을 미리 대비하며 문화관광축제에 진입하기 위해 각 거점에서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했던 축제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고 국비확보라는 수확과 결실을 기대하는 계절이기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2018년 문화관광축제인 글로
2018.12.04 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