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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파트 울타리 화살나무가 붉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고 있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곱게 물든 단풍, 봄꽃보다 아름답다(霜葉紅於二月花)"고 했다.지난 여름, 폭염과 거센 태풍이 언제 있었냐는 듯 나무는 평온하게 월동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나무는 봄이면 새잎을 돋우고 여름이면 녹음을 드리우며 가을이면 열매와 단풍을 빚어내다 겨울에는 맨 가지로 살아간다.자연은 이렇듯 우리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계절마다 선사하고 있다. 우리 삶 속에 자연이 주는 복만한 것이 있을까? 이 가을, 곱게 물드는 저 단풍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
2022.11.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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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 관련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ESG'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통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평가지표다.기업은 황량한 산에 나무를 심거나 재해를 입은 이재민에게 구호 물품 및 성금 전달 등 여러 사회활동을 해 왔지만 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하지만 지금 너나없이 외치고 있는 'ESG 경영'은 단순히 시혜적 의미를 넘어서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
2022.11.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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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1세기의 인간과 사회상을 묘사할 때면 으레껏 '지식노동자'나 '지식기반사회'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이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사람이 현대 경영학의 구루로 평가되는 피터 드러커(1909-2005)라는 사실은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드러커는 당대 유럽의 문화수도였던 오스트리아 빈의 명문가 출신으로, 본래 법학을 전공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유대인 조상을 둔 까닭에 가중되던 나치의 박해를 피해 30년대 초반 영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그는 당시 대립하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자기모순과
2022.11.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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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에서 캐디부족으로 캐디피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골퍼들의 불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캐디를 필요로 하는 골프장에서 직접 육성하고 캐디선택제가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골프가 국내에 100여 년 전에 도입됐고 고관대작들이 즐기는 사치성 고급스포츠로 캐디를 동반하면서 캐디동반의무제가 일반화됐다. 그런데 스포츠인 골프에 캐디 동반을 의무화하는 것은 골프장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골프장들은 캐디가 없으면 경기진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캐디 의존도가 높다. 몇 년 전에는 캐디들이 코로나19
2022.11.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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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에게 가장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 국가 시스템이 있는데, 바로 'e나라도움' 시스템이다. 국고보조금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구축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으로 2017년 1월부터 국고보조금이 들어간 모든 사업은 e나라도움을 이용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하지만 가끔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e나라도움 때문에 '저 세상으로 가겠다'는 말과 'IT를 모르면 예술을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화예술인을 괴롭히고 있는 악명높은(?) 시스템이다. 그나마 지방비는 현재 이 제도시행이 없어졌지만 국고는 지금도 이 제
2022.11.0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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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기후위기와 리질리언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최근 다양한 문헌들에서 강조하고 있는 기후정의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기후와 정의, 뭔가 어색한 듯한 두 단어가 결합되어 있는데, 이 개념들이 강조하는 바는 이전 호에서 소개한 것과 유사하다. 즉, 기후변화에 의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고, 이들은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 그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능력 모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들을 기후취약계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그렇다면 분명 기후위기로부터
2022.11.0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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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경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데에는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엄청난 인원이 몰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전하고 있다.이태원 압사 참사는 일상적인 용어인 『사고(事故)』인가"사고(事故)" 일상적인 용어로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므로 사고에 해당한다.그럼 법률상 용어인 『재난(災難)』인가① 이는 『재난 및
2022.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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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많은 명문대 학생들이 배출되지만 일상생활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대전이라서가 아니라 가슴에 이름표처럼 학벌을 달고 다지지 않고서야 일상생활에서 출신학교를 물어보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출신학교를 묻는 것, 특히 출신대학을 묻는 것이 초면에 실례가 되지않을까 싶어 질문을 안 하는 게 일반적이다. 출신학교를 과감하게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공부에 관련된 직업군일 때나 또는 어떤 일에 대한 의뢰를 할 때 관련학과를 전공했는지, 유명한 대학을 졸업했는지 자연스럽게 질문을 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상
2022.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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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놓인 이래 근대도시로 성장한 곳이다. 그렇다 보니 대전만의 전통이 짧고 근대 이전의 전통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곤 한다.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대전군 당시 공주, 유성, 진잠 회덕 등 유서 깊은 생활 터전을 포함한 것은 물론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좋고 교통이 좋은 곳으로 여러 문화가 발달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더욱이 대전은 충남의 도청소재지 역할을 하면서 현대사를 이어왔다. 대전이 교통과 문화 중심지가 되고 행정중심도시가 되니 자연히 충청지역의 문화예술인도 대전으로 모여들었다.
2022.11.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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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는 5개의 자치구가 있다. 자치구별로 특화된 문제와 이슈가 있고 자치구의 리더와 주민들이 해결을 원하는 미래 의제도 있다. 자치구별로 해결을 원하는 현재와 미래의 의제들을 계속 발굴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에 과학기술과 관련 지역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면 해결의 효과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대전시와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은 과학기술을 이용한 자치구 특화 문제 해결사업을 추진 중이다. 각 자치구가 해결하고 싶은 특별한 의제를 직접 발굴하고, 대전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찾아 연결해줌으로써 각 자치구의 특화된 문제
2022.11.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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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有備無患)'. 준비를 철저히 해야 나중에 근심이 없다는 뜻으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의 모든 직원이 마음에 새기는 글귀다.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을 비롯해 유난히 산불이 많았던 올봄을 거울삼아 가을철 산불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전국 12개 기관의 산림 헬기는 총 47대. 골든타임 50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휴일에는 산불 취약지역에 미리 배치하고 긴급출동을 위한 헬기는 2대 이상 항상 대기시킨다. 산불이 발생하면 먼저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살포해 야간산불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불머리(火頭) 살수와 불가두기 진화방식
2022.11.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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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로 말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에드워드 호퍼삶의 모든 순간을 담아낸 화가의 마지막 그림, 죽음을 맞이하면서 보내는 화가의 마지막 그림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는 것은 그들이 보냈던 그 시간들을 작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에 임박해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초록 숲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무대 위에 광대 복장을 한 두 희극배우가 등장한다. 이들은 두 손을 맞잡고 관객들에게 고별인사를 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한바탕 잘 놀다가 퇴장하는 자신들을 지켜봐 준 이들
2022.11.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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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사망했는데, 이 사건은 여느 다른 사망사건과는 달리 특이한 단어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입국 후 하루 만에 사망한 이 남성의 혈액에서 마약사범들의 평균 검출 농도의 200배에 가까운 고농도의 엑스터시가 검출됐고, 위에서는 엑스터시 봉지 79개가 터진 상태였으며 대장 안에는 밀봉한 상태의 다량의 케타민이 발견됐다. 경찰에서는 이 남성이 '보디패커(body packer)'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보디패커란 마약을 포장해 입으로 삼키거나 항문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몸속에 숨
2022.10.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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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마무리의 시간이 다가온다. 올해 자산시장의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디플레이션을 걱정했었다. 디플레이션으로 설비투자가 줄고, 고용이 줄어 소득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소비가 줄어 기업은 생산을 줄인다. 이러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의 사이클에 빠지지 않도록 통화량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내려 화폐의 유동성을 늘리고 소비와 투자를 늘려 물가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정책과 금융환경에 우리는 익숙했었다.그러나 40년만에 '인플레'라는 친구가 찾아왔다고 한다. 올해 초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ED)
2022.10.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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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학생일 때, 사촌 형이 명문대학 합격 소식을 갖고 우리 집에 온다고 전화가 왔다. 어릴 적 만나면 재미있게 놀아주던 착한 형을 만나게 된다니 설렜다. 오랜만에 만난 형은 키와 덩치가 커져서 좀 낯설기도 했고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에 서먹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고등학생이 서울법대에 합격하면 학교 정문에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붙었고 온 동네의 자랑거리였다. 중학생이던 필자는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 줄은 몰랐다. 단지 유치한 놀이에 장단 맞춰주던 형이 어른이 돼버린 아쉬움에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사촌 형의 이모부
2022.10.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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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1년이 다가오는 지금 과연 우리의 산업현장은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안타깝게도 얼마 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후, SPC 계열사 SPL 평택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20대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연이어서 계속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요즘 변호사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형 로펌들은 발 빠르게 중대재해처벌법 전담 대응팀을 만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들의 무한책임이 커진 이 시점
2022.10.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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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국기를 보면 디자인이 그 민족성을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예로 전체가 암녹색으로 단조로운 리비아 국기와 50개의 별을 그려 넣은 미국의 성조기, 또 일본의 일장기와 우리의 태극기는 어떤 대조적인 느낌을 시사하고 있을까!자신의 얼이 담긴 그릇이 '얼굴'이라 했다. 자화상 속에는 시대적 작가의 심성이 잘 나타나 있다. 제 멋에 겨워 겨울 속 모습을 정성껏 매무시하며 표현한다.필자라고 다를 바 없으니 표현에 앞서 나의 얼굴 모습을 훑어보고자 한다. 얼굴은 둥글넓적하니 밉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마는 상하 폭이 6㎝ 정도로 좁은
2022.10.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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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기존 전자정부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부의 데이터가 민간서비스와 자유롭게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며, 공공서비스, 복지, 예산 등 모든 분야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이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구축, 운영은 비단 정부혁신의 일환으로만 우리에게 놓인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무인 주문, 결제시스템이나 서빙로봇은 대형마트나 편의점, 식당 등 우리 일상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즉
2022.10.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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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 아들이 십년 만에 한국으로 온다고 한다. 아들이 낯선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고 뿌리를 내리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니, 새삼 애틋하면서도 대견하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자양분을 취하고 떼어가지만 그럼에도 애틋하고 안쓰러워지는 것은 피의 이끌림 탓이다. 가족은 서로에게 어둠 속의 검은 개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이란 보호색 안에 있을 땐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가족 울타리 밖으로 사라진 뒤 그의 존재감은 또렷해진다. 우리는 가족이란 역사 안에서 자라나는 상처다. 그럼에도 가족을 향한 정이 애틋하고 떨
2022.10.2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