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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필자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마르크 샤갈(Marc Chagal) 전시회를 다녀왔다. 샤갈은 낭만시대와 급변한 20세기의 예술세계의 역사적 흐름과 변천사를 가장 쉽게 한 번에 이해 할 수 있는 작가이다. 그는 90세 이상을 살며 거의 한 세기를 두 번의 세계 대전과 그로 인한 사회, 문화, 경제, 과학 등의 총체적 변화를 직접 경험한 역사적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대자연이 가장 큰 관심 주제였던 낭만시대에서 입체파와 야수파의 대표적인 인물이고 무엇보다 한 세기를 살아간 한 사람의 삶 그 자
2018.08.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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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비엔날레 2018 바이오'는 최근 20년간 급부상한 '바이오아트'를 다루고 있다. 바이오아트는 기술의 진보로 인한 생명의 창조적, 비판적 활용을 시도한다. 바이오아트는 생명의 미적 가능성을 예술의 출발점으로 삼고 미학적, 사회적 맥락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미래 인간에 대한 미술적 상상력은 '신체변형미술'이라는 형태로 몇 차례 시도되었다. 2005년 매사추세츠 현대미술관 '동물되기(Becoming Animal)'전과 2011 도쿄도 현대미술관 '변형(Transformation)'전이 대표적이다. 또한 '바이오아트'를 본격화
2018.08.0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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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스에서 미국 보스톤의 'Spyce'라는 레스토랑을 소개하는데. 이곳은 4명의 MIT졸업생이 조리의 모든 과정을 직접 발명한 로봇들이 조리를 하는 곳이다. 음식의 주문도 무인주문기인 키오스크(Kiosk)를 사용하고 조리된 음식에 필요한 고명을 얹는 것에만 인력이 동원된다. 이처럼 최첨단 기술인 인공지능 AI와 로봇이 과학 의학은 물론 우리의 의식주 생활의 전부가 되어버리는 현실 속에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아야 하는 스포츠나 클래식 음악 등은 그야말로 구닥다리 가 되어가는 듯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꿈을 품
2018.07.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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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불었던 세계화의 바람이 엊그제 같은데 20년도 되지 않아 미국의 트럼프로 상징되는 국수주의와 자국우선주의 물결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서양 음악에서 자국의 감성과 애국심을 결합한 움직임을 국민악파 또는 민족음악이라고 한다. 동유럽과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19세기 후반 활발했던 이들 악파의 대표적인 한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다. 음악 작품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 있다면 바로 그의 초상화다. 작곡가의 초상화와 이름을 연결해 맞추는 시험 문제에 한 학생이 무소르그스키를 노숙자 모습, 루돌프
2018.07.1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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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며, 피곤한 삶이며 유배당한 삶이기도 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가 니체가 음악이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 음악의 위대함, 음악의 힘에 대해 잘 말해주는 것 같다. 물론 음악은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전쟁, 가난, 배고픔과 같이 생사를 오가는 문제들 앞에서 음악은 당연히 사치이고 불필요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치열한 전쟁이나 삶을 벼랑 끝에 몰린 생의 마지막 순간일 수 있는 숨 가쁜 순간에도 위로가 되어 준다는 것은 영화 "피아니스트"에서도 보여 준다.음악은 교양 과목 내지는 특별 활동
2018.06.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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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여행하면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물론 그 유명한 에펠 탑과 개선문이기도 하겠지만 조금 더 눈여겨보면 몇 백 년 전의 건축물과 도시가 현대 문명의 상징인 고층 빌딩들로 대체되지 않고 그들과 잘 어울리며 보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만큼 옛것들을 구닥다리라고 여기지 않고 자국의 역사적 전통과 유산에 대한 높은 자긍심과 그 가치를 알아보는 품격 있는 인식이 있기에 이들을 잘 살리고 계승하는 노력이 도시 파리의 오늘을 품위 있고 멋스럽게 하는 것이다.2006년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의 해였고 그 특별한 해에 필자는 잘츠부
2018.05.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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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화가들의 작품들 중 경매에서 가장 고가로 거래 되는 많은 것들은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이다. 그의 작품은 피카소라는 위대한 예술가의 것이기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인지 가끔 의아한 것이, 만약 같은 그림을 평범한 유치원 어린이가 그렸다고 하면 전혀 비율이 맞지 않는 괴상하고 특이한, 공감이 잘 되지 않는 수준의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일류와 그 밖의 비주류 예술가를 구별 하는 것일까?작곡가 프레드릭 쇼팽 (F. Chopin)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2018.05.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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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그 시대의 경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절제, 균형, 대칭이 최고의 미적 기준이었던 고전시대와 그런 따분한 조건들로부터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했던 낭만시대, 그리고 세계 제 1차 대전과 제 2차 대전을 치룬 후의 20세기의 예술의 가치와 철학은 확연히 달랐다. 프로이드나 융, 니체와 같은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엄청나게 발전한 철학과 심리학,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처참히 무너진 개인의 이상과 꿈 그리고 희망, 무엇보다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생활의 변화로 '한 시대의 거울'인 예술은 표면적인 아
2018.05.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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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옛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화가 윌리엄 터너가 떠오르면서 동시에 백 번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직접 경험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발사의 아들로 4월에 태어난 터너는 미천한 신분을 딛고 영국의 국민 작가라고 불릴 만큼 이미 20대에 명성을 얻은 위대한 풍경화가였다. 그의 풍경화는 당시 유행했던 것처럼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으로 관찰한 대상을 그림에 담았다. 늘 영감을 떠올리기 위한 시각적 소재를
2018.04.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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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가족들과 근사한 외식을 하기 위해 분위기 좋고 가격도 조금은 부담이 될 수준의 레스토랑에 가면, 매우 긴 영어나 생소하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프랑스어 또는 이탈리아어로 적힌 메뉴를 곧잘 접하게 된다. 메뉴의 음식을 고르고 먹은 후에 오는 어깨가 으쓱해질 것 같은 뿌듯함과 나의 지위에 대한 자부심마저 생길 때가 있다. 이런 사소한 메뉴도 격과 품위를 느끼게 해주는데 예술가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만우절에 태어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합창 교향곡 '종' Op.35는 에드거 앨런 포 (Edgar
2018.04.0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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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다른 과학과 같은 분야와는 달리, 정답이 없어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렇듯 주관적인 상상력의 소산인 예술이 당 시대의 흐름과 유행에 영향을 받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고전시대를 대표했던 소나타 형식은 낭만시대에는 성격 소품이나 교향시와 같은 형식의 대표작들로 그 주류가 바뀌었던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유행이기 때문에 비슷하다 못해, 단순히 모방을 한 것이 아닌, 표절로 의심과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쇼팽의 수많은 작품들이 표절과 원본(originality)의 경계선에서 비난을 받았지만
2018.03.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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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매우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서양음악과 19세기 건반 악기의 역사에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인 쇼팽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새로운 희망과 삶의 계절인 봄을 맞이하여 촉촉하고 쌀쌀한 비가 온 뒤의 향기 가득 한 커피 한 잔과 어울릴 법 한 쇼팽의 녹턴의 계절이기에 쇼팽과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의 '쇼팽 노트'를 언급 해 보고자 한다. 앙드레 지드의 쇼팽 노트에서 그는 "슈만은 시인이다. 쇼팽은 예술가이다. 시인과 예술가는 전혀 다
2018.03.0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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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수 피아니스트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볼 때 제목이 있는 작품들이 무제인 작품들보다 이해하기 쉬울 때가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제목에서 이미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에 표현된 뻐꾸기 소리와 천둥번개 소리는 굳이 제목이나 가사가 필요 없는 보편적인 언어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음악 작품들 역시 제목이나 가사가 있는 작품들이 조금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의미 전달이 된다. 그러나 예술에는 반드시 예외가 있고 필자는 그 예외로 고흐의 '해바라기'와 베토벤의 '열정 소
2018.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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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수 피아니스트오늘날 우리는 혼밥, 혼술과 같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인과 함께 더불어 즐기고 화합하는 삶보다는 불교에서의 자기 수양 내지 자아 속으로 침잠되는, 그러다 보니 자기중심적인 삶이 더 선호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인간미가 사라지고 온갖 끔찍한 자연재해들과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한 이때에 필자는 새로운 한해를 여는 1월에 태어나,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뒤로 한 채 인류의 평화와 의학의 발전, 그리고 철학과 음악에 기여를 했던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삶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슈
2018.02.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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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일은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잘 되는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상업 미술로 현대 예술의 판을 바꾼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다운 발언이다. 만약 앤디 워홀이 몇 백 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면 고귀하고 숭고한 예술을 위해 가난과 굶주림, 질병으로 평생 고통 받으며 예술의 혼을 불태우다 쓸쓸히 세상을 떠나야 했던 모차르트나 슈베르트 같은 예술가들이 좀 더 편안히 호의호식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고흐도 살아생전 단 한 개의 작품을 팔아 돈을 벌
2018.01.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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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연 때 보았던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며칠 전 같은 장소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관람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이면 연주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나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처럼, 뮤지컬 '광화문 연가' 역시 해를 거듭하며 무대 위에 올리는 전통(tradition)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IT의 발달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단 한 개의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기억할 필요조차 없는, 급변하는 오늘날에도 우리의 기억 속에 다시 보고,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스쳐 지나는 유
2018.01.12 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