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경차다. 경차는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다. 좁고 차가 많은 골목길을 빠져 나갈 때 경차는 거리낌 없이 뚫고나간다. 큰 차 운전자들이 쩔쩔맬 때 경차를 모는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지나간다. 웬 만큼 좁은 곳에 주차할 때도 별 힘이 들지 않는다. 요즘엔 경차 전용 주차장이 설치된 곳이 많아서 큰 차들이 주차 공간을 찾으러 헤맬 때 웃으면서 주차한다. 경차는 기름 값도 적게 들고 연비도 잘 나온다. 연비 잘 나오게 하는 운전법을 딱히 익히지 않았는데도 1리터를 넣으면 연비가 17~18km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5
얼마 전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BBC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5년 기한 배우자 비자로 영국에 들어온 사람들은 입국 2년 반이 지났을 때 시험을 봐서 영어 실력이 늘지 않으면 추방할 수 있다고 했다. 금년 10월부터 이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언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소박한 의문이 든다. 대체 언어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수준을 말하는가. 반대로 '못'하는 것은 또 어떤 수준인가. 언어의 실력이 늘고 안 늘고는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언어가 근육이나 체지방처럼 어떤 기계를 들이대서 수치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좋겠지
북한의 핵문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면서 현재의 한반도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이에 대한 대응과 전망은 미국의 사드 배치를 비롯하여,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과의 국제공조의 강화, 경제적 제재를 포함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직접적인 압박과 제재 조치의 실현, 남한의 핵무기 개발과 무력 대응과 같은 다양한 주장과 입장들로 요약된다. 국민들 역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가져올 경제적 피해나 불안을 염려하면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 듯하다. 이
입춘이 지났다. 예년보다 추위가 덜 했던 겨울이라 해도 이제 겨울은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되었다. 생명이 움트고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 코앞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봄은 일 년 중 자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통이 더 대비되어 보이고 실행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자살은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매우 극단적인 선택이며 유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근 10년 간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율을 기록해 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
어린 아이를 키울 때 엄마는 아이가 다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늘 아이와 둘레를 살핀다. 어른에겐 괜찮지만 아이에겐 위험이 가득한 집안, 아이가 걷는 길을 지켜줄 만한 가로막이 없는 도로, 아이 몸에 좋지 않은 먹을 거리까지 모두 걱정스럽다. 아이를 낳지 않았을 때는 지나치던 작은 모서리 하나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아이를 사랑 하는 엄마에겐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이 가득하니 안전감수성도 아주 높다.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뉴스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낱말이 안전불감증이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으며, 우리 사
'바보의 벽'은 일본의 해부학자이면서 뇌 전문가인 요로 다케시(養老猛司)가 2003년에 출간한 저서의 제목이다. 출판 되자마자 일본에서 400만 부라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했고, 같은 해에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한국에서도 역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내용은 우리 사회의 소통의 문제, 즉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뇌 전문가의 입장에서 과학적 근거를 대는 내용이다. 인간의 뇌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원치 않는 정보에 대해서는 차단해 버리는 구조가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바보의 벽'이라고 부른다. 우리 뇌
그동안 숱한 화제를 남겼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가족드라마가 1월 16일에 종영되었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것은 단지 복고의 유행이라는 점만이 아니라, 우리의 젊은 날을 돌아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는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시청자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었을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이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끝사랑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준 이 드라마는 암울했던 2015년을 치유하는 국민 드라마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많은 상처를 남겼던 2015년이 과거에 대한 기억과 추억만으로 희
얼마 전 가끔 이용하던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도착한 상품은 주문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문의를 했더니, 주문을 취소하거나 반품처리 후 재발송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번거롭지만 다시 포장을 해서 보냈는데 이번에는 한 치수 작은 제품이 배달되었다. 또 전화를 했더니 배송팀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지난번과 똑같은 안내를 해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죄송하다"는 사과는 들을 수 없었다. 결국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이 있었는데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했더니 "네, 고객님, 죄송합니다. 어떻게 결정하시는 걸
공교육과 사교육이란 낱말이 나란히 나오는 뉴스를 보면 무너지는 공교육과 날로 커나가는 사교육을 견주면서 지나치게 커진 사교육을 걱정하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무너지는 공교육을 되살리고, 커져가는 사교육을 잡으려는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지만 사교육은 날로 커지고, 공교육은 날이 갈수록 무너지기만 한다. 잘 기르려는 푸성귀는 맨날 죽어나는데, 죽이려고 애쓰는 잡초는 날이 갈수록 우거지는 꼴이다.사교육을 잡으려는 수많은 정책이 별 힘을 쓰지 못하는 까닭은 뜻밖에도 아주 가까운 데 있다. 바로 사교육과 공교육이란 낱말 뜻을 잘못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