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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은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인류가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더불어 인류에게 처음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까지 선물했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경제성장의 수단은 모두 제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서도 제조업 공로가 크다. 1960년대 산업화의 수단이 그러했고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제조업의 경제 비중은 꾸준히 GDP의 30%에 달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는 세계 5위권의 제조강국 반열에 올라있다.그런데, 2010년대
2022.02.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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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대학시절 베스트셀러였던 책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100만 부 판매 기념으로 지난해 새로 나왔다. 남녀의 사고방식과 소통을 다룬 이 책이 아직도 읽히는 것을 보니 이대남-이대녀라는 말이 유행하는 현재에도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꽤나 긴 여정이겠구나 새삼 깨닫는다.책의 원래 내용은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지구에서 만나 부딪히며 사는 이야기지만, 만약 각각 자기 행성에 살면서 소통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자. 각자의 행성에서 진화해 살고 있으니 금성에서의 하루는 지구 기준으로 약 117일이고 기온이 섭씨
2022.02.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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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난 뒤 겨울철 들판을 지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하얀색 물체가 있다. 그 모양이 둥글어서 아이들은 마치 마시멜로 같다고들 한다. 이것은 볏짚을 비닐로 감아서 만든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다. 추수 후 남은 볏짚을 이렇게 만들면 운반하기도 편리하고 볏짚을 먹이로 하는 소에게는 아주 유용한 식량이 된다. 볏짚을 모으고, 둥글게 압축하고, 비닐을 감는 작업들이 모두 기계로 이루어질 수 있으니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에게 사료를 사서 먹이는 것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유리할 것이
2022.01.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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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화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이 문구를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수헬리베붕탄질산. 원소들을 성질에 따라 정리한 주기율표의 1번부터 8번까지 원소들의 첫 글자를 딴 것인데, 필자 역시 20번 칼슘까지 열심히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 주기율표에는 18개의 열과, 7개의 행에 걸쳐 원소들이 특징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 이 원소들은 그 종류에 상관없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그런데 최근 이들 중 특별히 관심을 받고 있는 원소들이 나타났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면서부터다. 탄소의 배출량을 줄이
2022.01.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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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한복판 인사동 거리에서 15세기 세종시대에 사용한 천문관측기기가 발굴됐다. 해와 별의 움직임을 측정해 시간을 알 수 있었던 일성정시의라는 시계 장치다. 당시의 시간 측정은 국가의 제도와 통치를 바로 세우는 것으로 아주 중요한 행위였다. 따라서 조선 사회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알리고, 규범화하는 것은 임금이 백성을 위해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이었고, 이를 통해 국가의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일성정시의 제작에는 세종이 깊이 관여했다. 이 천문시계의 구조와 과학적 원리에 대해 세종이 직접 설명한 부분이 조선왕조
2022.01.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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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아이에게 전래동화를 읽어 줄 때면 호랑이만큼이나 무섭게 나오는 동물은 없는 것 같다. 해님 달님의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호랑이어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어머니를 협박하다 오누이까지 죽음 직전의 상황까지 쫓는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에서는 팥 농사를 짓는 할멈에게 갑자기 나타나 할멈을 잡아먹으려다 자라, 지게, 맷돌, 알밤, 멍석의 도움으로 쫓겨난다. 서양의 아이에겐 늑대였을 것 같고, 조선시대 아이에게는 천연두를 의미하는 마마와 함께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라
2022.01.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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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종교와 관계없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산타클로스라 하면 선물이 떠오를 것이고, 머리맡의 양말과 함께 굴뚝이 연상될 것이다. 굴뚝은 산타클로스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집으로 들어오는 통로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굴뚝 없는 집에 살고 있기에 생경하다. 과연 산타클로스는 굴뚝을 통해 어떻게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우리나라처럼 온돌을 주된 난방 방식으로 쓰는 굴뚝은 매
2021.12.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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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기계음을 내며 3D프린터의 프린팅 베드가 레일 위에서 앞뒤로 움직인다. 섭씨 200도가 넘게 달궈진 히팅블록은 동그랗게 감겨있는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천천히 빨아들이며 좌우로 바쁘게 움직인다. 안정적인 출력을 위해 섭씨 60도로 유지시키고 있는 프린팅 베드 위엔, 필라멘트가 좁은 노즐로 녹아 빠져나오며 등고선을 그리듯 한층 한층 쌓인다. 출력을 시작한 지 약 96시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출력물은 고비사막에서 발굴해 3D스캔한 실물 크기의 공룡 머리뼈다!지질박물관 중앙홀에 들어서면 거대한 두 마리의 공룡이 달려 나올 듯 서
2021.12.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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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겨울이 다가와 나무마다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을 보여 산등성이의 윤곽이 드러나는 계절이 되었다. 겨울철 3개월을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는 '폐장(閉藏)'이라 하고 있다. 이 말은 겨울이 세상 모든 만물의 생기가 숨어 체내로 저장되는 계절이므로, 특히 마음가짐을 감추고 숨겨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남모를 뜻을 품거나 귀한 것을 얻은 사람처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일상에서는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에서 지내고, 땀을 통해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을 어기면 신장이 상하고,
2021.12.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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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을 자주 듣게 되는 계절이 왔다. 안토니 가우디가 건축을 시작한 에스파냐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탑 꼭대기에는 며칠 전 5.5t 무게의 대형 '별'이 달렸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맨 위에는 주로 별을 달고, 성탄절 연극에는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가 자주 등장한다. 동방박사가 봤다는 별은 실제 우주에 존재했던 별 중 하나였을까 또는 자연에 없는 기적과 같은 현상이었을까?이 질문은 서력 기원, 즉 서기가 시작된 이후 수없이 제기됐다. 둘 이상의 행성들이 하늘에서 가까이 모임으로써 밝게 보이는 현상인 합(合, conj
2021.12.0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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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n, Iraq를 발음하면 아마 대부분은 이란, 이라크라고 할 것이다. 10여 년 전에 미국에서 유명 독성학자 'Klaassen'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던 때이다. 이분은 알파벳 'I' 발음이 독특했는데, 예로 이란을 '아이란'이라고 하고 이라크를 '아이라크'라고 했다. 문제는 10여 분 뒤에 발생했다. 카드뮴 중독증으로 대표되는 '이타이이타이병'을 설명할 때였다. 이 분의 발음 습관상 'Itaiitai disease'의 발음을 '아이타이아이타이'로 한 것이다. 이어 청중들 중 일본 연구자들은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했다. 그 이유
2021.11.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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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2일, 동고비 사막에서 열흘간의 공룡탐사를 마치고 전 날 저녁에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돌아온 탐사대원들은 문명세계로 돌아온 아침을 맞자마자 몽골 정부청사의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청사 정면 대좌에 앉아 근엄한 표정으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몽골의 상징 칭기즈칸의 동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광장의 끝에 처음 보는 임시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한 쪽 외벽엔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입을 벌린 공룡의 두상이 걸려 있고, 그 위엔 키릴문자로 'Т. БАТАА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타르보사우루
2021.11.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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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입동인 주말에 제법 차가운 비가 내렸다. 빗방울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20도를 넘나들던 기온이 갑자기 하강하고, 아침저녁으로 찬 날씨가 이어져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되면서 괜스레 쓸쓸한 감정이 든다. "아! 쌀쌀하니까 쓸쓸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쓸쓸하다'의 어원은 큰 거문고 슬(瑟)을 두 개 붙인 '슬슬(瑟瑟)하다'라고 한다. '쓰윽-쓱'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거문고나 비파 같은 악기의 소리가 낙엽을 밟는 서걱서걱한 소리와도 비슷하다. 입추에서 입동까지의 가을바람은 슬픈 바람, '비풍
2021.11.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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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만원권 지폐 발행 전까지는 1만 원 권 지폐가 최고액권이었다. 만 원권 지폐의 앞면에는 세종대왕, 일월오봉도, 용비어천가, 뒷면에는 태종 때 온 하늘의 천문도를 돌에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 천문관측기기인 혼천의와 함께 영천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이 있다. 고액권 지폐에 그 나라 과학의 상징과 한반도 최대의 망원경이 있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에게 큰 자랑거리이고 자부심이다.하지만 1만 원 신권이 등장한 2007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세계 최대인 8-10m 망원경을 사용하는 중이고, 10년 후에는 25m 이상 망원경
2021.11.0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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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미국 드라마나 뉴스를 보다가 'Drinking the Kool-aid' 라는 관용구를 들어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쿨에이드를 마시다' 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쿨에이드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음료 분말이다. 음료 분말은 적당한 양으로 물에 타서 먹는다. 포도, 오렌지, 체리맛과 같은 다양한 맛이 구비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브랜드여서 인지도도 매우 높다. 마치 우리가 휴대용 가스버너나 콘 아이스크림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상품
2021.11.0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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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부터 약 1800㎞ 떨어진 몽골의 동고비사막. 하루종일 발굴작업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베이스캠프에는 다음 날이면 울란바타르로 돌아가 귀국길에 오를 '고비 공룡탐사 지원단(Gobi Dinosaur Supporters: 2013-2016년 시행된 지질박물관의 일반인 참여 공룡탐사 체험프로그램)' 참가자 환송만찬으로 왁자지껄하다. 하루의 피로도 가시기 전 이융남 박사(당시 지질박물관 관장, 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네이처(Nature) 편집자로부터 도착한 메일을 위성인터넷으로 어렵사리 접속해 확인할 수 있었다. '
2021.10.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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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다. 가족 중 연로하신 부모님과 의료진인 동생은 먼저 맞았지만, 손이 느린 나는 잔여 백신을 늘 놓치곤 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대학생 시절 수강신청 전쟁을 다시 치르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1, 2차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었다. 2차까지 접종을 하고 나니 일단은 심리적으로 크게 안심이 된다. 안전 문자에서도 확진자 수가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이 보이니 안도감이 더해졌다. 오는 28일 대전시민의 70%가 백신 예방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2021.10.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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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대덕연구단지, 완만하게 구부러지는 과학로 가로수길을 돌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발을 들인다. 이곳은 기원 100년이 넘은 국내 최장 역사의 지질과학과 지질자원 분야 전문연구기관이다. 붉은 벽돌의 성곽 같은 본관을 멀리 바라보며 들어서는 입구. 과속방지턱의 가벼운 충격을 넘어 차단기를 지나자, 바로 오른편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디자인의 '지질박물관'. 쥐라기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처럼 솟은 화강암 벽은 건물을 관통하듯 비스듬히 서 있다. 필자가 15년 이상 몸담아왔고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는 지질박물관은 대전의 대표적인 과학문화
2021.09.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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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스타워즈 영화나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만화영화를 보며 내 꿈을 키웠다. 내 손으로 조종하는 우주선을 타고 자유로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찼고 마냥 좋았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인으로서 미 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때 꿈을 전투기 조종사로 바꿨고 등하교길 내내 푸른 하늘만 보고 다녔다. 그때 외운 공군사관학교 교훈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다. 시력이 나빠지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시 장
2021.09.13 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