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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증막 같은 열대야에 에어컨이 고장 났다.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몇 차례 전원을 껐다 켜보아도, 덥고 습한 공기만 되돌려 토해낼 뿐이다. 실내온도 30도. 급히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해보지만, 예약 가능한 일정은 7-8일이나 지난 후라니… 정신이 아득하다.2008년 8월의 한 가운데, 나는 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뜨겁고 외딴 곳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다. 짙푸른 하늘 너머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햇빛은 바싹 마른 황무지의 누런 흙바닥을 달궈 복사열을 뿜어낸다. 돌풍에 실려 온 모래는 얼굴을 때려 따끔거린다. 입 안에선 모래가 씹힌다.
2021.08.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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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가 개관하며 생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제2엑스포교가 이달 18일 개통됐다. 근처에 다른 다리는 어디 있나 생각해보니 야경이 아름다운 엑스포다리와 카이스트교가 떠올랐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 당시 엑스포 상징물의 하나로 깊은 인상을 준 엑스포다리는 2009년에 현재의 야경 조명으로 단장했지만, 차량이 다니지 않아 '대교'라고 불리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카이스트교는 교량명을 지정하기 위해 '카이스트'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고유명사로 인정받고 난 뒤 2016년 개통됐다.
2021.08.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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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지방에서 생산되는 놋그릇은 품질도 좋지만 의뢰자의 마음에 꼭 드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거기에서 유래한 말이 안성맞춤이다. 몇 년 전 스타트업 열풍 속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끈 '펄핏'이라는 기업이 있다. 펄핏이 보유한 아이템은 'perfitt' 으로 발과 신발 내부 사이즈 간의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꼭 맞는 신발을 구입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erfitt' 은 영어단어 perfect와 fit을 합성하여 만든 단어로 우리 말로 의역하면 안성맞춤이라고 볼 수도 있다.신발을 온라인으로 구입 할 경우 사이즈에
2021.08.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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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영산면 죽사리 933번지, 한적한 왕복 2차로 도로변 비탈에 나지막한 돌담으로 둘러쳐진 작은 사당이 있다. 삐걱대는 솟을대문 너머 들여다본 내부엔 칙칙하고 울퉁불퉁한 돌바닥 뿐, 아무 것도 눈에 띠지를 않는다. 사당 옆에 머쓱하니 서 있는 갈색 표지판, '문호장 발자국'이란 굵은 글씨만이 이 사당의 정체를 알릴 뿐이다. "발자국이라고?" 다시 고갤 돌려 돌바닥을 살펴보니, 그제야 번갈아 찍힌 영락없는 '사람 발자국'이 눈에 들어온다.수백 년간 전해지는 설화에서, '문호장(文戶長)'은 백성의 원망과 한을 풀어주는 도인이자
2021.08.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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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때문인지 겨울은 예년에 비해 춥지 않았고, 기상청의 기후 평년 값을 봐도 각각 가을(69일)은 1일, 겨울(87일)은 7일이 짧아졌다. 그에 반해 봄(91일)과 여름(118일)은 이전보다 각각 4일씩 길어졌다. 올해의 여름은 2년째 지속된 코로나로 더 덥게 느껴진다. 중복의 삼복 더위를 피해 삼계탕이나 복숭아, 수박, 참외로 손실된 영양과 수분을 보충하고, 대서의 세시풍속에 따라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으로 찾아가고 싶은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 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2021.07.2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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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질량이 8배쯤이거나 더 무거운 별들은 수소를 다 쓰고 죽어갈 때 꽤 요란하다. 별의 내부에 여러 층이 있는데 가장 안쪽의 핵이 먼저 붕괴해서 주저앉는다. 그러면 바깥층은 초신성 폭발로 엄청나게 밝아지고 안쪽에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남는다. 블랙홀은 1970년대에 엑스(X)선 우주망원경이 가동되면서 발견이 시작됐고, 그보다 관측이 조금 더 쉬운 중성자별은 1967년에 천문학자 조셀린 벨에 의해 발견됐다.천문학에서의 발견은 우연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ㄱ이라는
2021.07.1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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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영어 단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아마도 학창시절에 한 두 번쯤은 들어보았던 퀴즈일 것이다. 현재 영어사전에 등록된 가장 긴 단어는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이다. 무려 45글자로 돼 있다. 이 단어는 National Puzzlers' League라는 모임의 회원들이 장난 삼아 만든 단어다. 단체의 회원들은 이 단어를 유명 영어사전에 등록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했고, 결국 1936년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오르게 된다. 처음 이 단어를 보면 말도 안되
2021.07.1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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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낡고 오래된 도서관이 있다. 지어진 지 약 46억 년, 그동안 사고와 붕괴의 위기를 수없이 겪었음에도, 다행히 운이 따라주었고, 끊임없이 개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고풍스런 아름다움과 현대적 세련미가 조화를 이룬 이 도서관의 자랑거리는 서가에 보관된 방대한 규모의 장서다. 비록 설립 초기의 소장 도서 일부는 사라졌지만, 약 44억 년 전의 책 조각이 발견돼 이 도서관의 오랜 역사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 도서관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선사시대부터 인류는 쉽게 사라지는 기억을 대신할 기록을 남겨왔다. 그것은 어두운
2021.07.0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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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이 시작된 캄캄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영화에 빠져든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주변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된다. 이건 우리 눈의 가운데에 있는 까만 눈동자, 즉 동공의 크기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밝은 곳에서는 빛을 조금만 받아들여도 충분히 볼 수 있어서 동공이 작아진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가능한 많은 빛을 흡수해야 하므로 동공이 최대로 커진다. 문제는 갑자기 어두운 곳에 갔을 때
2021.06.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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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에 약수터가 하나씩은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갈증을 달래준다. 우리나라는 물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지만 '물 부족'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을 만큼 '깨끗한' 생활용수 및 음용수가 일상에 잘 보급되어 있다. 산기슭에서 종종 발견되는 약수터나 '깊은 산속' 옹달샘은 풍부한 지하수량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지하수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 톡 쏘는 청량감을 가진 탄산수, 따뜻하게 몸을 풀어주는 온천수 등을 우리는 일상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탄산수는 특유의 청량감과 독특한 물
2021.06.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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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Papillon)이란 영화가 있다. 빠삐용은 프랑스어로 '나비, 나방'이란 뜻이며 주인공 빠삐용 가슴에 나비문신이 있다. 영화내용 가운데 죄수들이 섬에 갇혀서 나비를 채집하는 장면이 있다. 나비 종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아마 화폐를 만드는데 필요한 나비 비늘가루 즉 인편을 수집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과거에 미국에서 화폐를 제조하는데 유명한 몰포(Morpho) 나비 인편을 사용했다고 한다. 몰포의 뜻은 그리스어로 '반사된다'라는 뜻이 있듯이 몰포 나비류 수컷은 매우 화려하고 강한 광택이 나는 가장 대표적인 나비이다. 보
2021.06.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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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xicology(독성학)은 라틴어 Toxicon(독물)과 logos(학문)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다. 고대 그리스어로 'Toxikon-pharmakon'이라는 단어는 화살촉에 바르는 맹독을 의미했는데 재미있게도 라틴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독물을 의미하는 pharmakon은 사라지고 활을 의미하는 toxikon이 독물이라는 단어가 돼 버렸다. 어쨌든 독화살이 장전된 활을 들고 전장을 누비던 인류로부터 독성학은 시작됐다. 인류 역사 속에 어떤 독성물질이 나타났고 그 파급효과는 어땠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기원전 2700년경 중국
2021.06.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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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면 자외선이 걱정이다. 주로 해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떠올리므로 자외선도 빛이라고 하면 쉽게 수긍한다. 그러면 병원에서 쓰는 엑스(X)선도 빛일까? 답은 역시 빛 맞다. 그럼 빛에는 그 외에 어떤 게 더 있을까? 빛을 에너지가 큰 쪽부터 말하면 감마(γ)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가 있다. 자연과학자는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오감을 이용하여 자연을 관찰하고 원리를 궁구한다. 천문학자는 태양계의 일부를 제외하면 직접 우주를 만져볼 수 없기에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한다. 또한 지구에서는 밤에 손
2021.05.3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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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서해안 관광'하면 우리는 넓게 펼쳐진 갯벌과 조개잡이를 떠올린다. 썰물 시간에 맞춰 갯벌체험장에 들어가면 뻘속에 숨어있는 동죽도 운 좋게 잡을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정렬돼 자라고 있는 풍부한 조개류는 어패류 자원을 보존하려는 지역 어촌의 노력과 더불어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있던 지하수 의존생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지하수는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고도가 낮은 방향을 향해 흐른다. 연안의 지하수는 일반적으로 해양 쪽으로 흘러나오며, 지하수의 유출 정도에 따라 해수와 공존하는 혼합대의 위치가 결정된다. 담수(하천유출수를
2021.05.2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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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세계에 있어 일반적으로 이성을 유인하기 위해 암컷이나 수컷이 주로 성페로몬(sex pheromone)을 분비하여 유인한 후에 가까이 상대가 접근하면 교미페로몬을 분비하거나 성페로몬의 농도를 높여서 짝짓기를 한다. 또는 암수 특이성은 없으나 많은 개체들을 모이게 하는 집합페로몬을 분비하여 짝짓기 상대를 쉽게 찾아 짝짓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매미, 귀뚜라미, 여치 등의 수컷곤충들은 소리를 통해 배(메뚜기류, 나방류)나 앞다리 종아리마디(귀뚜라미류, 여치류)에 있는 고막을 통해 자기 짝을 찾는 경우도 있다. 잘 알려진 반딧불이 종들
2021.05.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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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정한 세계 손 씻기의 날이 있다. 매년 10월 15일이면 전 세계적으로 손 씻기 행사를 한다.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 착용과 더불어 강조되는 것이 있다. 바로 손 씻기다. 30초간 비누거품을 내고 흐르는 물에 손을 씻도록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다른 감염성 질환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세균과 바이러스의 전파가 차단되고 손 씻기를 통한 개인위생이 개선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깨끗한 환경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고자 한다. 우리가 청결함을 추구하는 것은
2021.05.1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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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사과처럼 동그랗다. 사과 꼭지를 보면 지구의 자전축을 이해하기 쉽다. 지구는 팽이처럼 뱅글뱅글 도는데 그걸 자전이라고 하고, 자전하면서 동시에 멀리 있는 태양의 주위를 도는 공전을 한다.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자전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 24시간을 하루라고 하고,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이라고 부른다. 팽이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데 팽이의 축이나 사과 꼭지처럼 지구에도 회전축이 있다. 물론 사과 꼭지나 팽이의 축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상상으로 사과 꼭지처럼 지구에 축이 있다고 해보면 지구
2021.05.0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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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구름 혹은 수증기로 존재하던 물은 일정 온도와 습도가 되면 빗물의 형태로 지표에 도달한다. 빗물은 토양 속으로 침투하거나 지표면을 흐르기도 하는데, 강수량과 지속시간에 따라 일부 빗물은 지하수면(지하수 맨 위의 표면)까지 내려가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가 된다. 대기에서 지하로 유입된 지하수는 대부분 느리지만 꾸준히 이동하여 지형적으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물은 돌고 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키드크리크 광산의 지하수는 약 2.4㎞ 깊이에서 20억 년 가량의 연령을 가지며, 매우 오랜 시간동안 주변의 암석과 반응하여 높은
2021.04.2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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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금년도 여전히 코로나 19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하고 자신의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야외활동이다. 봄을 맞이해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에 태양빛, 맑은 공기, 식물이 발산하는 항균물질, 새소리 등등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건강 선물이다. 이런 호사를 누리기 위해 산간계곡이나 등산로를 걷다 보면 하늘이 맑은데도 머리나 얼굴에 빗방울 같은 것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빗방울이 아니라 작은 곤충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2021.04.19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