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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들추면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레임덕(지면에 왜 그리 불필요한 영어들이 난무하는지, 지금도, 내가 얼마 전까지 그랬듯이, 이 말이 오리고기 요리의 일종이라 철석같이 믿는 분이 많지 않을까?)에 빠진 대통령의 자조적인 푸념에, 각 정파의 이해에 따라, 별별 말들이 논평이란 근엄한 이름으로 지면을 무책임하게 점거하고 있다. 무책임이란 단어는, 아직도 그 자리가 무슨 자리인지를 이해 못하고 있는 듯한 대통령이나, 순간순간의 이익에 따라 이야기의 본말을 전도하는 정객들, 글의 맥락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자극적인
2006.12.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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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잘 살고 있을까? 그 녀석을 처음 만난 날 두툼한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우리 선생님 할 거예요? 그럼 같이 밥 먹어도 돼요?” 만나자 마자 밥 타령이다. 그랬다. 함께 생활한 내내 밥 타령이었다. 그 녀석은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전기가 끊긴 집에서 살고 있었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대문이 열린 집이면 무작정 들어가 밥통을 끼고 앉아 반찬도 없이 밥을 그렇게 먹어댔단다. 항상 허기졌던 아이. 눈치 보며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을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린다. 그 녀석은 정신지체 3급 장애 판정을 받고
2006.12.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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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울을 방문하면 좋지 못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부러울 때가 많다. 변화와 발전을 상징하는 감동적인 건축물과 도시환경물들이 도심 곳곳에 들어섬에 따라 방문객에게 서울이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하고 있음을 쉽게 느끼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은 하나의 정치행위라고 한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보고 서울과 한강의 달라질 모습을 상상해 보면, 회색빛 도시이미지의 서울이 더 이상 아닌 것 같다.우리 대전을 보자! 대전도 서울 못지않은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가능성을 가진 도시라고 자부한다. 우선 대한
2006.12.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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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절(節) 1날국립국어원에서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국경일을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법률로 정한 경축일. 우리나라에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한글날’이 국경일로 제정되었으니까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만을 포함하던 국경일에 ‘한글날’ 하루를 더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종래의 국경일은 묘하게도 네 개의 절(節)뿐이었으나 이번에 한글날이 더 늘어나 네 개의 절과 한 개의 날이 더 보태어진 셈이다. 또 한 가지 묘한 것은 앞의 네 절은 모
2006.11.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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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2005년 78.6세에서 2050년 86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몸이 아프지 않고 정상생활을 하는 건강수명은 2003년 기준 67.8세로 평균수명 대비 최저 10년에서 최대 20년 동안은 질병으로 고생하며 노후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는 어느 정도일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양기관의 본인 부담률은 평균 63.6%이고 10명 중 4명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심각하다’고 밝히고 있으며
2006.11.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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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反미스코리아 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각 신문마다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에서도 지나치게 마른 체형의 모델들은 젊은 여성에게 왜곡된 여성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패션쇼에 내세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 기사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된 서구적인 미의 가치관을 지닌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던져줄 뿐만 아니라, 미의 기준을 서구적인 틀에 맞추려는 기존의 미인대회에 반기를 든 획기적인 이벤트였다.물론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늘 머릿속에 그리는 미인상이 있
2006.11.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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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미국인에게 항의를 못한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미국에서 만난 한 부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과 달리 이 부인은 나에게 자주 와서 영어에 대해 묻곤 했다. 하루는 나에게 영어에서 의문문을 만들 때, 언제 ‘is’를 쓰고, 언제 ‘do’를 사용하느냐고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는 어떻게 했느냐고 내가 다시 물었더니, 의문문을 만들 때는 무조건 ‘is’를 앞에다 붙였다고 했다. 가장 기초적인 것도 서슴없이 물을 만큼 용감하기도 하고, 적극적이기도 한 그 부인이 조금 놀랍게 느껴졌었다.그 부
2006.11.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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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개발이란 무엇인가? 세상 모든 일은 동전의 앞뒤와 같이 양면성을 갖고 있다. 에너지의 사용도 이와 같다. 현대사회의 과대한 에너지의 사용은 그 반작용으로 환경 문제와 자원 고갈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인류의 지속적인 번영이 유지되는 형태의 개발이 지속가능 개발인 것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물질문명의 법칙 중에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다. 이는 모든 물질은 질서에서 무질서의 형태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에너지 분야에 적용해보면, 에너지의 사용량이 많을수록 생활은 윤택해
2006.11.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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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시작된 목감기와 어깨의 통증으로 인하여 힘든 하루였다. 참새마냥 조잘대는 녀석들은 나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 집에서 일어났던 일이며 자기들의 관심사를 나에게 마구 쏟아낸다. 눈치 빠른 민경이가 등 뒤로 와서 “선생님 오늘은 어깨가 너무 뭉쳐 있어요. 열도 나요” 하더니 안마를 시작한다. 그러자 혜영이, 은애, 재연이, 하나 둘 등 뒤로 옆으로 두 팔을 당기면서 서로 나의 몸을 차지하려 토닥거린다. “선생님 시원하죠?”, “제가 안마하는 법 배워왔어요”, “얘들아 내가 1번 하면 이렇게, 2번 하면 알지?” 웃음
2006.11.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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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를 보다 보면 외국생활 동안 그곳에서 시청했던 프로그램들이 이곳에서도 종종 방영되는 것을 발견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갓 제작된 외국의 시트콤이나 영화들이 경쟁적으로 우리의 방송채널들을 통해 소개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세계화와 우리 경제의 괄목할 성장의 덕이려니,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전 국민의 주된 관심사인 우리 연속극들이 요구하는 ‘근면성’-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TV 앞에 모여 앉는 일은 우리 민족만이 해낼 수 있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의 소유자도 아닌 판에, 이들의 단막극 형식도 나의 채널선택에
2006.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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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도 지나 계절은 겨울로 치닫고 있다. 길지 않은 지난 가을 각 지역에서는 때만 되면 의례적으로 행해지는 지역축제로 그야말로 ‘축제공화국’이었다. 축제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한 것이 지난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문화관광부와 관광협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6년 현재 전국에서는 1176개에 달하는 지역축제가 난립하고 있고, 축제 한 건당 약 2억 1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나와 있다. 10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축제도 24개나 되는가 하면, 1억 미만의 소규모
2006.11.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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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단골 메뉴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추석 연휴기간 이후 불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광풍과 그 해결책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모든 사회 현상에 대해 개개인이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거품 붕괴 이전의 일본처럼 고비용(高費用) 사회로 신속히 전환되고 있다는 생각을 접을 수 없다.우리 사회의 고비용 구조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하나는 사교육(私敎育) 시장의 비정상적 팽창을 들 수 있다. 교육시장의 중심이 이
2006.11.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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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위주로 하던 전통사회에 있어서 허수아비란 짐승이나 새들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 모양을 만들어 논밭에 세워 놓았던 조형물로, 얼마 전만 하더라도 우리 농촌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들녘의 파수꾼이었다. 한편 들녘의 파수꾼으로서의 허수아비는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이러한 양면성을 지닌 허수아비는 나무막대기와 짚 등을 이용하여 ╋자형의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헌 옷을 입히며, 머리는 짚이나 새끼로 만들어 옷가지로 덮어씌운 뒤에 숯이나 먹물로 눈·코·
2006.11.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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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회가 주최하고 몇몇 기관이 후원하는 제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25일 치러질 예정이다. 전국의 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확산 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전 국민이 우리 역사에 대해 폭넓고 올바른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시행하는 이번 첫 시험에 1만 6570명이 응시하게 되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관 부처에서야 몇 년 동안 준비했겠지만 일반에게 고지된 것은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는데 이렇게 광범한 호응을 받게 된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
2006.11.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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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로 ‘펀 경영’이 화두로 등장했다. 개인이 편안하고 가족이 화목하고 직장이 화목해야만이 생산성이 최고가 된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최근 대기업의 경우 수출최고액을 경신했느니 작년 대비 30% 순이익이 증가했느니 하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의 경우 죽을 맛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업체는 보기 드물다. 이러한 때에 현실만 어둡게 보지 말고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펀 경영, 펀 마케팅을 펼쳐봄은 어떤가 싶다. 주식투자의 살아있는 전설 워런 버핏은 “자기 일에 즐거움을 갖는 것이 최고의 생산
2006.11.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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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2년 전의 일이다. 점심 후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미국인 영어교수가 한국의 경찰은 이상하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지난주에 운전중에 횡단보도에서 정지선을 넘어서 정차를 했는데, 그것을 본 경찰이 내 차 쪽으로 걸어왔어요. 나는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창문을 내렸지요. 창문을 반쯤 내렸을 때, 내 차 쪽으로 오던 경찰이 내 얼굴을 보고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내 눈을 피하며 모른 척하고 다른 쪽으로 가버렸어요. 내가 잘못했는데 외국인이라는 것을 보자마자 경찰이 나를 그냥 피하는 것이 놀라웠어요
2006.11.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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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이 6일을 살긴 하는데....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남들이 쉬는 일요일이 더 바쁘다. 어찌 된 게 원래 일요일은 안식일이어서 쉬는 날로 개념을 잡고 있는데 이것이 근래 들어 도무지 더 바쁜 날이 되어 버렸다. 이유인즉 우리 집사람이 어찌나 일요일에 교회 봉사하는 일에 필자를 몰아치는지 일요일은 안식일이 아니고 주일(주의 날)이라고 하면서 교회 안 가고 도망갈까봐 목사님과 짜고서 교회의 중추적인 일을 맡겨 버리니 일요일이 어찌나 바쁜지 모르겠다. 1부 성가대 지휘를 맡다보니 아침 7시 40분에 집을 나서서 성가대 연습시키고 주일
2006.11.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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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초등학교는 전교생 58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7명의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가 재학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 가정의 자녀에 비해 학습이해도가 떨어지고 대인관계에서도 소극적이며 자신감 부족, 자아 정체감의 결여 등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그 원인을 찾아보니 외국인 어머니들이 한국어 사용이 미숙함으로써 유아기 때 적절한 언어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자녀와의 의사소통과 관계 면에서 적지 않은 갈등과 애로사항을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따라서 다문화 가정의 2세 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외국인 어머니의
2006.11.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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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원의 뒷마당에는 그래도 널찍한 지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입주업체들이 많다보니 매일 매일의 주차난이 점차 심각해진다. 4층의 내 방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금속성 목소리와 분에 넘친 욕설의 태반은, 그 진원이 주차와 관련된 실랑이들이다. ‘실랑이’라 표현했지만, 천박한 호기심에 그 분들의 설왕설래를 듣고 있자면, 그 자리에서 마치 사생결단을 내려는 원수들의 형국이다. 도처에 널려있는 노래방들의 덕택이겠지만, 한결같이 목소리들은 왜 그리 큰지… 목소리의 강도와 정당함의 비례는 이제는 우리사회에서 아주 잘 정착된 덕목인 것
2006.11.20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