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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놀다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너무도 예쁜 색깔이다. 돼지우리에서 일하시는 아빠를 불러 보라고 했다. 아빠는 노을이라고 했다. 우리 언니도 저런 아름다운 해를 보고 있을까?”너무도 진솔하고 순수한 마음이 담겨있는 일기였다. 서산 B지구로 인해 만들어진 넓은 농토, 그 가운데에 살고 있는 현진이는 서해 바다와 노을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부모님이 바쁘시기에 들꽃 한 송이와도 이야기하고,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가 친구가 되기도 했다. 현진이는 자연을 알고 자연과 벗하며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아이였다.“선생님 이게 뭐예
2006.10.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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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연휴가 끝났다. 이제 곧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학가는 본격적인 취업전쟁이 시작되고 동시에 졸업시즌이 가까워온다. 졸업을 앞 둔 대다수의 대학 4학년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취업관련 전공서적, 외국어 그리고 취업정보와 고된 씨름하며 취업을 위한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의 마지막 시간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 2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의 장면이 눈에 선해 마음이 편치 않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이 된 학생들은 그나마 생기 있고 희망찬 얼굴로 졸업식장에 부모친지들과 함께 참석하여 졸업장도 받아가고 사진
2006.10.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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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해외 전시회에 참가 차 유럽에 갔었을 때의 일이다. 현지 딜러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약속장소에 갔더니 뜻밖에도 그곳은 식당이 아닌 T자동차 판매 전시장이었다. 어쨌든 안내를 받으며 번쩍거리는 고급 세단 사이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갔더니 전시장 위층에는 아주 잘 꾸며진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었다. 레스토랑의 대기시간에 여유가 있어 나는 잠시 1층으로 내려와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자동차들을 둘러 보았다. 전시장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여럿 눈에 띄었고 막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일행들도 자동차 모델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가족인 듯
2006.10.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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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인 3차 대전의 발발 또는 다른 원인들로 지구상의 모든 공기와 땅과 물이 오염되고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소설 또는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이러한 설정은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명백히 픽션이다. 그렇다면 환경오염에 의한 인류의 멸망은 단지 영화 속에서만 실현 가능한 것일까? 얼마 전 그렇지만은 않음을 시사하는 발표가 있었다. 일본의 아사히그라스재단은 올해의 ‘세계환경위기시계’가 매우 불안한 상태를 의미하는 9시 17분으로 지난해보다
2006.10.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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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적막한 한가위 가을 저녁, 어떤 영혼이 저 깊은 강에 닿은 적 있을까? 허연 갈꽃 몇 자락 꺾어 고요의 입구로 들어가 본다. 하얗게 고개 떨군 갈꽃 주위를 살펴본다. 잠자리 꽁지만한 손가락으로 물그리메 그릴 때마다 여기 저기 황망히 몸을 피하는 저 피라미떼, 내 눈보다 먼저 돌이 그들을 품는다. 누구라도 발자국 끌고 와서는 강을 보지 못하리라.지금은 다만 속울음에 잠긴 갈대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자. 눈을 들어 무섭고도 서늘한 허공에 문득, 이마를 묻어 보자. 비가 와도 바람 불어도 쉽게 휩쓸리지 않던 생의 오지에 황홀한 마지
2006.10.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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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대명절 중 하나인 추석.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로 음력 8월 15일인 ‘가윗날’이라 하여 ‘한가위’ 또는 가을을 세 등분한 초추, 중추, 종추로부터 ‘중추절’이라 칭하기도 한다. 설날엔 떡국을 먹듯, 추석엔 송편이 대표음식으로 자리하며, 수확의 기쁨과 함께 일가친척이 모여 추수차례, 즉 조상을 기리는 감사의 제를 지낸다. 미국에도 이러한 추석이 있다. 양력으로 11월 넷째주 목요일로 추수감사절이라 하며, 가을의 수확 끝에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날로 우리의 추석 못지 않게 대단한 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송편처럼 미국에서
2006.10.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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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우리 학교가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체험환경교육 프로그램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서를 제출하신 선생님께서 전근을 가셨으니 내일 오전까지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실 선생님께서는 말씀해 주세요.” 올 3월, 교감 선생님께서 직원회의 시간에 걱정을 하시면서 어렵게 말씀을 꺼냈다. 다음날 아침 교감 선생님 얼굴에 큰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 내가 도전해서 어린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볼까?’ 이런 내 생각을 말씀드리자 너무 기뻐하시는 교감 선생님을 보며 열심히 한번 해 보리라 다짐하였다. 3월 중순부터 어린이들
2006.10.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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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세고 나면 오는 25일에는 보궐선거가 있다. “바빠서…투표장에 가기 귀찮아서…누굴 뽑아야 할지 몰라서… 누굴 뽑아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 투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국민 여론 조사 결과로 나타난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통령 선거도 아니다. 일부 광역 지자체 장 후보들을 제외하고는 누가 누군지조차 잘 알 수가 없고,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예상되는 투표율은 45% 미만, 어쩌면 더 떨어질 수도
2006.10.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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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뜨겁게 대지를 달구고, 열대야로 잠 못 이루게 하던 여름이 지나자마자 푸른 하늘빛으로 물든 천고마비의 계절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연중 최고의 시절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평일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집 주변의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여기 저기 문화행사에도 참가하면서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이런 호사를 누리면서 문득 지방이 아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면 이런 생활이 쉽게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엄밀한 의미에서 대전을 지방으로 치부하기에는 곤란한 점도 있다. 특히 KTX가 개통되
2006.10.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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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의 쇠퇴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것은 도시 성장속도와 비례하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원도심 문제는 비단 우리에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CEO의 여러 가지 덕목 중에서 최고의 덕목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된다. 그만큼 불확실성 시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최근 백화점, 대형할인매장 등이 개발붐을 타고 원도심의 생명력인 재래시장을 잠식하여 매출실적을 현저히 감소시키고 있는 실정을 모르는 이는 없다고 본다. 대전의 26개 재래
2006.09.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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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마음에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감사한 마음에 선물을 받는 사람이나 모두가 즐겁기는 매한가지이다. 휘영청 보름달 한가위를 맞이하여 정성이 오고감에 저절로 마음이 훈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선물’은 밸런타인 데이에 연인끼리 주고받는 초콜릿부터 프로포즈를 위한 고가의 보석까지 정말 다양하고 그 다양한 만큼 각각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눈치가 있다면 이미 짐작하듯이 이번엔 선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기 너무나도 특별한 선물이 있다. 지인 중 J씨라는 분이 특별한 이야기를 했다. 그림을 한 점 구입하고 싶다고 하면서 얼
2006.09.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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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 560돌이 되는 올해의 한글날은 매우 뜻 깊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의 중흥기를 맞는 오늘날 우리들은 세종 대왕이 직접 창제하신 한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휴대 전화의 자판을 보자. 휴대 전화에서 모음은 天(ㆍ), 地(ㅡ), 人(ㅣ) 석 자로 수십 가지의 모음을 다 적을 수 있으며 자음은 동일한 자판을 한 번씩 누를 때마다 ㄱ(예삿소리)→ㅋ(거센소리)→ㄲ(된소리)의 순으로 바뀌게 된다. 모음은 천지인을 본뜬 ㆍ, ㅡ, ㅣ의 조합으로 나타내고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습을 형상해서 기본자를
2006.09.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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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안할 수 있는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모토로 내세운 세계적 휴양지 체인 클럽메드의 회원이 되었다. 그는, 지구상의 명소만을 골라 120여 곳에 리조트 배당을 받으면서부터 얼굴에 지퍼가 달렸단다. 아니? 박상민이 얼굴의 지퍼를 열자 참기 힘들었다는 듯 가수 윤도현이 찡그린 얼굴을 내민다. 답답한 가면 속에서 탈출해 즐거울 만도 하건만, 그는 오히려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열지 마! 열지 말란 말이야~!” 온갖 인상을 다 쓰는 그는, 대체 뭘 열지 말란 말이지?첫째날 아무 것도 안할 자유의 포기:나무로 짜여진
2006.09.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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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조직이나 지역 그리고 나라의 발전보다는 자기 발전에 관심이 지대하고 충실한 사람이 정치가로 또는 행정가로 성공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정치를 예로 들면 국가 사안들마다 큰 고민 없이 자기 멋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도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면 성공한 아주 이기적인 정치인이다. 행정 분야도 마찬가지여서 별로 딱 떨어지게 한 것이 없는데도 포장을 잘 해서 뭔가 많은 일을 한 것처럼 국민들이 느끼도록 만든다면 대단히 성공한 행정가이다. 물론 실제적인 관점에서 이들을 냉정히 살펴보면 그리 질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
2006.09.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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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악기인 플루트를 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어찌 보면 플루트와 가장 유사한 한국 전통 악기인 대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4차례의 독주회 가운데 자신이 연구한 바를 발표하며 연주, 강의하여야 하는 강의 독주회에서 대금을 주제로 발표하였고 이를 계기로 더 큰 흥미를 갖게 된 서양과 한국의 음악적 접목에 대한 공부와 연구에 대금과 그 연주법은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2004년, 다시금 서양의 플루트 연주가들 앞에서 한국의 플루트인 이 대금을 소개할
2006.09.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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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고마웠던 분들께 글을 쓰는 시간이었는데, 글을 쓰기 전에 우선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수업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늘 사내아이처럼 덜렁대는 한별이가 ‘저요!’ 하고 외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름을 불린 한별이가 웃으며 일어서더니“선생님, 저는 그때 체육관에서 선생님이 우리를 하나씩 꼭 안아주셨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고 행복했어요”라고 말하고는 앉더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며 우는 것이었다.“어? 선생님, 한별이가 울어요.”주위의 친구들이 술렁대며 한별이를 쳐다보았다. 순간 나는 찡하는 마음에 한별이에게 다가
2006.09.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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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산림은 ‘산’이라는 토지에 중점을 두는 경우와 ‘임’이라는 나무에 중점을 두는 경우에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산’에 중점을 두면 소유권 등의 재산적 가치가 부각되는 반면에, ‘임’에 중점을 두면 경관·국토·야생동물의 보전과 같은 공익적 가치, 등산·레크리에이션과 같은 휴양적 가치, 나무를 벌채하여 활용하는 목재적 가치가 부각된다. 그러면 오늘날 같은 토지소유권이나 산림휴양의 개념이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산림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 첫째, 국가에 있어서 산림은 중요한 재
2006.09.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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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의 저명한 증권회사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오는 2025년이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5000 달러에 이르게 된다.이에 뒤질세라 참여정부의 비전 2030도 5만 달러 시대 구가를 예고하고 있다.예상대로 경제 규모가 성장한다면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세계 3위라는 말은 세계경제를 리드해야할 국가가 된다는 뜻이다.비전 2030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적인 증권회사의 분석만큼은 쉽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06.09.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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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비엔날레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우리나라 제일의 항구도시 부산에서, 바다를 어우르는 프로젝트가 함께하는 국제전시이기에 기대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최첨단 현대미술의 즐거운 상상,2006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이 개최됩니다.’ 라는 인상적인홍보 문구는 19일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기대감에 콧노래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도착과 함께 접한 부산은 비릿한 바다내음과 청명한 하늘,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듯 했다.그러나, 기대를 갖고 첫발을 내디딘 부산시립미술관에서‘현대미술전’을 감상한 본인과 S미술관 큐레이터,
2006.09.21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