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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유명한 기사 나는 고발한다는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에게 스파이 혐의를 씌운 프랑스 군 당국을 비난한다. 결백한 사람을 유배 보내고, 범죄를 은폐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맥락이지만, 지난 1일 철책을 넘어 북으로 돌아간 탈북민에 대한 군 당국의 설명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고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짚고는 가야겠다.군사분계선을 넘어올 정도의 대담함과 날렵함을 지닌 탈북민이라면 정부와 군 당국은 다른 사례보다 더욱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체조선수였는지 권투선수였는지는 설명이 엇갈리지만, 아무리 운동을 했어도 쇠창
2022.01.0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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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이라는 우울한 소식과 함께 새해를 열었다. 그래도 코로나19 팬데믹만 극복하면 과거의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경제적으로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이 완화될 것이라는 희망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에게 숙고와 사색의 기회를 줬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인류에 대한 경고음이 질주를 멈추고 나니 조금씩 들린다.이쯤에서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코로나의 극복은 전염병의 극복을 넘어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참된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2022.01.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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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에서 존 스튜어트 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상대가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거나 틀린 생각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막으면 안 되는 이유는 그것이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고, 도전 받지 않는 통상적 진리는 편견이 될 것이기 때문이며, 틀린 것이 있어야 옳은 것이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언행이 일치하는
2021.12.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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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 맹꽁이, 광릉요강꽃, 귀이빨대칭이, 장수하늘소, 붉은점모시나비, 풍란, 반달가슴곰, 담비…이상 나열한 이름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로 법에서 보호·관리하는 법정보호종이다. 우리나라에는 267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 및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밀렵꾼 총에 희생되면서 황새들이 이 땅에서 사라졌었다.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의 25년에 걸친 노력으로 이제 야생에서 황새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시
2021.12.2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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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득 채우기를 원한다. 무(無)보다 유(有)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노자(老子)는 '비움'과 무(無)를 중요시 한다. 노자 11장에는 '비움이 쓰임이 된다'는 '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이라는 문장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여 있으니 그 빈 공간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니 그 빈 공간에 그릇의 쓰임이 있다. 문과 창을 뚫어 집을 만드니 그 문과 창의 비어 있는 곳에 쓰임이 있다. 이처럼 유(有)가 이로운 것은 비움(無)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노자가 강
2021.12.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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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음식을 배달 시켜 먹는 빈도가 증가한 것을 모두 체감할 것이다. 단골 가게가 있다면 별다른 걱정이 없겠지만, 어디에서 어떤 메뉴를 주문할 것인지를 늘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제법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주문 전에 가게를 선택하기 위해서 '주문 많은 순'으로 리스트를 정렬하거나, 몇몇 가게를 선정한 후에는 정말 시켜봐도 좋을지 이전에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의 리뷰를 확인해본다. 일단, 별점 리뷰 점수가 4.9나 5.0 정도 되어야 안심이 된다.별 5
2021.12.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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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에서의 위기 사태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2일 중국 건군기념일에 총 38대의 군용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몰려들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시위로 기록된다. 여기에는 핵탑재 가능한 H-6 폭격기도 포함됐다. 중국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언제건 마음만 먹으면 대만의 무력점령에 나설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이에 대만 국방부도 최근 발표한 '2025년 중국의 대만 침입에 대비한 대만군 전력강화 계획' 제하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2025년 무력통일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손실
2021.12.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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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화두다. 정당들은 앞 다투어 20대의 마음을 사려 한다. 그것은 정략적 목적일 수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20대의 생각과 활동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주류문화로 발전되어 갈 것이다. 대전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 궁금한 필자는, 지난 달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20대 남녀 대학생들과 함께 '대전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평생 살아갈 정주지로서의 대전은 어떠할까? '노잼 도시'는 지금까지 대전을 연상시키는 키워드였다. 20대들은 '꿀잼 도시'로의 탈출이 정주지로서의 대전을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
2021.12.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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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초인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공포와 긴장으로 들었다 놨다 하는 순간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처럼 위기의 순간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구원투수가 나타나길 간절히 염원해 보지만, 역시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는 것만 절감할 뿐이다.성인 백신 접종률이 90%에 달했고 지난 2년간 숨죽이며 견뎠지만, 현실은 새로운 변종의 출현으로 지구촌을 또 다시 긴장모드로 순식간에 돌려놓았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마크론'의 확산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10명
2021.12.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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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두환 씨의 사망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이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1980년에 일어났으니 정확히 41년이 지났다. 이만큼 시간이 흘렀으면 이제는 진상 규명이 끝나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희생자들의 치유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직도 진상 규명조차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새삼 아연해진다.약 10년 전 전주의 한 연구모임에서 전주의 시민단체 활동가로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우연히 광주를 방문했다가 발이 묶여 그 참상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동료의 죽음을 목도했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2021.12.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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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한민국 5공화국의 독재자가 죽었다. 같은 날 5·18 유공자 한 명의 시신도 차가운 저수지에서 떠올랐다. 한 사람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천수를 누렸고, 한 사람은 매 순간 고통스럽게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승려로서 원망 대신 용서의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 용서는 천수를 누리다 죽은 그가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하다. 바로 아직도 내심 '전두환 때가 살기 좋았다'고 하는 우리들이다.윤리학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우리가 얼마나 벤담 식 공리주의로 통용되고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벤담은 그 당시 노예
2021.12.0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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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샴푸로 머리를 감는 것부터 시작해서 잠들 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과 생활하고 있을까?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화학제품은 생각보다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료로 쓰이는 수많은 화학물질 이외에도 가정에서 세탁에 쓰이는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비롯해 방향제와 향초, 그리고 코로나로 최근 수요가 급증한 살균·소독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화학물질 그리고 화학제품을 함께하고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만들지 않은 제품을 찾기 어려
2021.11.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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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됐다. '대장동 의혹'이나 '고발사주' 의혹 등이 있었지만 큰 변수가 되진 못했다. 이번 대선은 정권연장 혹은 정권교체라는 큰 이슈 때문에 다른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 정권연장을 원하는 국민들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여당 후보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제1야당 후보로 선택했다.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2021.11.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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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모바일에서의 구매가 일상이 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초기에는 실물을 직접 본 후에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잘 알려진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구매 후 문제가 생겼을 때 교환이나 환불 절차를 체계화하여 소비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점점 높아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이제 신선식품까지도 온라인에서 구매, 배송받는 것이 우리의
2021.11.2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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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1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공산당(중공)이 "당의 100년 분투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라는 장황한 명칭의 '역사 결의'가 채택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날은 지난 반세기 이상의 세월에 걸쳐 중공이 도광양회(韜光養晦)니 화평굴기(和平堀起)니 하는 미사여구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를 감쪽같이 속였던 전략적 기만 또는 세기의 사기극을 끝내고 본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의미에서 '역사적'이다. 마침내 시진핑이 주창한 '중국몽'의 실체가 국가자본주의를 앞세워 미국을 밀어내고
2021.11.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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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확산, 지구 온난화,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의 확산 등 우리 사회는 변화와 위기의 격변기에 놓여있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을 거듭했다. 이러한 발전의 저변에는 과학기술이라는 원동력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경제발전과 함께 과학기술도 이제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성과나 시스템 측면에서 아직은 과학기술 선도국이라고 하기에 부족하다.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필요한 이유이다. 필자가 최근에 수행한 연구에서 도출한 과학기술 선도국의 비전, 정책과 전략을 소개하고자
2021.11.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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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21년 노벨 생리 의학상이 발표됐다. 수상자는 우리 몸의 통증과 물리적 압력을 감지하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이 발견한 지식은 만성 통증을 포함한 광범위한 질병에 대한 치료법 개발에 응용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발견임에는 틀림없다.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의 구원 투수가 된 mRNA 백신 개발에 크게 기여한 헝가리 출신 여성 과학자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박사와 펜실베니아 대학의 드류 와이즈만(Drew Weissman) 교수를 배제한 데 대해 몇몇 의과학계
2021.11.1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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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나쁜 게 아니다." '소년의 눈물', '디아스포라 기행'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 선생님의 글에 나오는 말이다. 재일조선인 2세로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선생님이 어려서 학교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이지메를 당하고 풀이 죽어 집에 오면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고 한다. 차별받는 조선 아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조선을 강제로 지배하고 민족적 우월감에서 조선인을 차별하는 일본이 나쁘다는 논리다.차별하는 쪽과 당하는 쪽의 옳고 그름을 단순하게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통
2021.11.0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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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오후 3시, 대전대학교 박물관에서는 대전 동구청과 문화원 후원으로 "산성의 도시 대전, 그 중심에 선 동구 산성"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특별전이 열렸다. 마침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라 미로 같은 긴 통로를 지나면서 천천히 전시회를 둘러보았다. 우리 대학의 신축 건물들은 자연 지형에 따라 지어져서 교실과 자연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층에서도 꽃나무를 볼 수 있고, 문만 열면 2, 3, 4층에서도 곧장 땅을 밟을 수 있다. 대전대학에 임용되기 전 한 달을 혼자 배낭여행하며 낯선 골목길들을 찾아다닌 터라 미로 같은 교실
2021.11.04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