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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에는 4점의 사진이 있다. 빼곡하게 채워놓은 벽 선반 사이에 두 점, 아이맥 귀퉁이에 아무렇게 붙여 놓은 조그만 그림 한 점, 책상 위 도자기 액자 속 아내 사진 한 점이다. 물론 보물 1호는 짙게 화장한 매력적인 아내 사진이다. 사진 속 아내는 젊고 화려하다. 늙수그레한 남편은 중년의 늙다리다. 실제로 나이까지 차이가 꽤 난다.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모니터 바로 옆에 일부러 놓아두었다. 가끔 딴 짓할 때 보면 섬뜩하다. "뭐 하고 있어, 열심히 일해야지! 일찍 들어와서 강아지 산책시키고 간식 먹여!" 나무라는 표정이 읽
2021.11.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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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골목에서 비석치기를 하고 놀았다. 못된 양반 송덕비에 대한 한풀이에서 나온 공분의 부관참시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놀이가 '오징어게임'처럼 지금 재현되고 있다."난 밟고 짓뭉겠어!. 쟤는 절대 못할 걸?" 골목길에서 노는 졸무래기 아이들 얘기 같지만 대통령 후보자들 얘기다. "나는 밟았네. 제는 옆으로 돌아갔네. 또 다른 앤 살짝 올려놓으려다 타넘어 가더라" 어느 대통령 기념비를 깨부숴 길바닥에 깔아놓고 밟고 지나가며 분풀이를 하는 것이다. 판소리 한 대목이 아니다. 21세기에 벌어진 다큐다.그 뒤를 이은 대통령. 대통령
2021.11.0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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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새로운 일을 찾고 제2의 인생을 찾는 일이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우리는 무슨 일을 하거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 만반의 준비가 되어야 실패하지 않고 완성되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사숙고하고 삼고초려 하는 일과 같이 '당연함'이라는 안전 장치가 있다. 그 안전 장치 위에 있어야 안도하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모든 일은 완벽히 준비된 듯해도 시작되면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만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나타나기 일쑤다. 늘 심오한 그 무언가가 있는 듯 고민하고, 인생의 답을
2021.11.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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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끝. 아직 단풍이 한창이다. 단풍을 자세히 보면 사람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자연의 색에 한참을 쳐다본다. 노란색, 붉은색, 갈색 등이 서로 어울려 아름답다. 해님이 태풍 이겨냈다고 노란색을 주고, 무더운 여름 이겨냈다고 붉은 색을 주고, 천둥 번개 이겨냈다고 갈색을 선물로 준 것 같다. 이렇게 보면 가을 산의 단풍은 햇빛이 주는 칭찬의 색이다. 노란색과 붉은색 그리고 갈색이 더해서 예쁜 단풍잎을 만들고 있다. 산은 예쁜 단풍잎끼리 모여 아름다운 가을 산을 만들고 있다. 나의 최고와 너의 최고가 합해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고
2021.10.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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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작업실 모퉁이의 2평 남짓한 방을 공부방으로 꾸몄다. 인터넷에서 산 사각 철제 프레임에 우드파인 집성목을 얹어 책상을 만들고 아이맥과 프린터를 올려놨다. 책꽂이를 세워 놓으면 가뜩이나 좁은 방이 더 비좁아진다. 궁리 끝에 아이맥 위로 천장까지 40cm 간격으로 벽 선반을 설치했다. 조그만 자투리 공간에도 선반을 매달았다. 덕분에 2평 남짓한 조그만 방이 꽤나 여유로워졌다. 밤샘할 때 필요한 라꾸라꾸를 펼쳐 놓을 만한 공간도 생겼다.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나 자기계발 책들을 대부분 처분했다. 가까운 곳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있다
2021.10.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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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께서 맞장토론을 제의한다. 최만리와 집현전학자 8명이 훈민정음 반대상소를 올리자 "너희가 4성7음을 아느냐, 음운을 아느냐?" 당대 대표 패널들과 디테일로 완승한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휴일과 겹쳐 그렇게 억울했나? 역사의 좌표가 단순히 노는 날의 초점인가? 좋다, 대신 그 값을 해라. 개천절? 율령(헌법)을 만들어 최초 나라를 세운 민족건국일 아닌가? 그래서 우리민족의 역(曆)은 BC 2333년을 기원, 올해 건국역사가 4354년이 된다.일제는 우리 역사를 반 토막 냈다. 단군은 역사가 아닌 신화란다. 서기는 예수 탄생의 좌
2021.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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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밥벌이가 가능하고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는 삶, 그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힘든 일인지 요즘 새삼 깨닫는다.특히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필자는 스스로 영업해서 사업을 유지하는 생업의 지엄함은 늘 긴장의 연속이라 여긴다. 장자·노자의 대가인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경영하는 사람, 사업하는 사람들을 '생사의 날카로운 경계에 서 있는 자'들이라고 일컫는다.직장인 등 조직과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없는 생의 절박함이 늘 순간 순간 비춰지고, 그 날카로운 경계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실시간의 결정이 그 회사의 운명, 사업의 운명,
2021.10.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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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를 걷다 보면 코스모스가 한창 피어있다. 코스모스의 하얀 색, 빨간 색, 분홍 색이 색의 농담을 더해 한들거리면 즐거운 날 한복을 입은 여인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누런 벼가 고개 숙이고 있는 코스모스 길을 걷다 보면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을 보람 없이 보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아쉬움은 채워야 할 것을 채우지 못하고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생기는 마음의 공허함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무엇을 채우려 했을까. 딱히 계획된 것도 없고 목표한 것도 없다. 다만 세월을 그냥 보내는 것 같아 그저 쓸쓸할 뿐이다.코스모
2021.10.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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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공휴일 덕에 모처럼 긴 휴식을 가졌다. 물론 집콕을 선택했다. 올해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다. 체력이 거의 바닥난 듯하다. 10월 중순부터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잘 먹고 푹 쉬며 가벼운 소설을 읽는 연휴를 계획했다. 히가시노 게이코의 와 카르스덴 두세의 , 두 권의 소설을 쉬엄쉬엄 읽으며 틈틈이 의뢰받은 원고의 초안도 타이핑했다. 토, 일요일, 월요일. 달콤한 휴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요즘 글쓰기가 어렵다. 글은 엉덩이로 쓰고 글쓰기는 체력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집중하기 어렵다. 진득하
2021.10.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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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십자가(†), 세상은 바람의 수레바퀴( 卍). 천지인플러스(王), 火天大有(화천대유), 팔뚝에 배타고 낚시하는 모습 K타투 一心(일심), 모두 표상이다. 번쩍이는 금으로 목걸이를 한 사람이 볼펜으로 손바닥에 임금왕자 한 번 쓴 사람보고, "제 부적 아니야?"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넌 미신이고 난 신앙이다? 신념은 모두 떨림과 울림의 보조수단이니 과학이다. 오히려 읽을 수 없는 게 부적이지?화천대유는 태극기 '건(하늘)과 리(불)'의 괘가 아래위로 조합하며 때를 변화 시킨다. 하늘과 땅의 에너지 변화를 음양오행
2021.10.0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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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그리스인 조르바'란 소설을 쓴 카잔차키스의 어록이다. 우리는 그 카잔차키스처럼 자유로움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그는 1883년생으로, 그 시절 크레타섬이 터키의 지배를 받아 독립운동에 나선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사춘기때부터 전쟁에 참여했다. 종교적 혼란기에 고교 시절 진화설을 듣고 신에 대한 믿음에 충격을 받았다. 유럽과 세계를 여행하다가 니체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신으로부터 구원'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구원'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한다. 유럽 곳
2021.10.0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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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학교 운동장에서 걷기운동을 한다. 운동장을 걷다 보면 한쪽이 기울어져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세워져 있는 시소가 눈길을 끈다. 시소는 긴 널빤지의 한가운데를 괴어 양 끝에 사람이 타고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든 놀이용 기구로 수평을 맞추려면 몸무게가 무거운 사람이 들어주거나 가벼운 쪽의 사람이 뒤로 가서 몸무게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시소를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공평에서 출발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공평을 맞추어 가는 것 같아 약간은 씁쓸한 느낌이 든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몸무게 무겁게 태어나 상대방을 시소 위로 올려 위태롭게 하
2021.10.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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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피츠제럴드의 "September Song"을 좋아한다. 이 한 곡 때문에 엘라의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곡은 원래, 독일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193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니커보커 홀리데이(Knickerbocker Holiday)'에 등장하는 곡이다. 1960년 엘라는 피아니스트 폴 스미스와 함께 영화 '렛 노 맨 라이트 마이 에피타프(Let No man Write My Epitaph)'의 사운드트랙을 녹음했다. 13곡을 녹음했는데, 그 중 한 곡이 "9월의 노래(September Song)"다. 이 곡은 많은 가수가
2021.09.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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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은 "메밀꽃 플러스"를 품고 있다. 평창은 죽은 이효석이 먹여살린다. 이를 보고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메밀씨를 뿌렸다. 그러나 그 메밀꽃에는 "필 무렵"이 없다. "필 무렵"속에 들어 갈 스토리, 서정이 없는 것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속에는 떠돌이 늙은 장꾼의 길 위에 인생이 있고, 허생원을 닮은 늙은 나귀가 있고, 바람처럼 지나간 사랑 한토막이 있다. 허생원이나 나귀 같은 생의 계절을 따라가는 밤길이 있다. 일행은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냇물을 건넌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허생원이 동이보고 "
2021.09.2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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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하는 지옥은 무엇일까. 지옥은 고통스러운 현실도 현실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행복에 대한 바람도 없고 꿈 마저 잃어 버리고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삶의 희망만 있다면 어떤 고통도 기꺼이 감내 할 수 있고 버텨낼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은 너무나 구체적으로 단계에 맞춰 실제를 경험한 듯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그려 냈지만 천국의 묘사는 엉성하게 그려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옥은 늘 현실 세계에서 무수히도 보지만 천국은 본 바가 없기에 그랬다는 것이다.요즘은 그렇지 않아도 가속화되는 개인주
2021.09.1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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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줄을 훌쩍 넘은 나이이지만, 가을을 무척이나 탄다. 요맘때부터 몸도 마음도 싱숭생숭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면 시작되는 고질병이다. 일단 말수가 줄어든다. 정확한 주파수를 맞추지 않은 라디오의 지지직이 말과 말 사이에 끼어든다. 생각과 생각 사이에 나타나는 잡음 때문에 쉽사리 집중할 수 없어 헤매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입을 놀려야 하는 직업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스마트폰 벨 소리가 가슴 철렁하다. 혹시 모를 대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서 전화도 받지 않는다. 말수가 줄어드니 사람 만나기도 꺼려진다. 며칠 전
2021.09.1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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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오락가락 해명에 붙은 댓글 하나가 "빵"터지게 했다. "내가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다. 내가 전달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다? 자기가 슈뢰딩거인가" 촌철살인이다.빛과 전자(원자를 구성하는 바람둥이 음(-)전하)는 만물의 씨앗이라고 할까? 고전물리에서 빛은 파동이고 전자는 알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905년 아인슈타인이 "빛도 알갱이(광양자) 다발일 수 있어" 했다. 양자역학양자역학 하는 데 이게 쉬운 말로 하나 둘 셀 수 있는 입자(알갱이)라는 것이다. 빛이 알갱이라는 가설이 처음 등장한다. 이에
2021.09.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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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숨을 쉰다. 들숨과 날숨으로 살아서 부드러운 유연함으로 움직이고 활동한다. 그렇게 음과 양으로 안과 밖이 서로 호흡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이야기를 만들고 하나의 자연이 되는 것이다.별도 숨을 쉰다. 나무도 숨을 쉬고 지천으로 발 끝에 걸리는 잡초도 숨을 쉬며 순환하고 흩어져 허공으로 사라지고 바람으로 돌아온다.사람은 만물의 주인인 듯, 생의 순환이 우리의 손아귀에서 이루어지는 착각을 하지만, 진실은 사람은 자연의 피조물로 우주 흐름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생의 주기를 자연의 시
2021.09.0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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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시작보다 어려운 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인간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를 계획하고, 월초에는 한 달을 계획하며, 연말에는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한다. 이처럼 필자 또한 새해가 되면 신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연초에 계획했던 금주, 다이어트 등을 포함한 거대한 내 계획은 작심삼일에 끝났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벌써 9월이고 대
2021.09.03 0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