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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공천권 이양 실험, 아래의 부패로 결국 실패.’ 한국 정당 초유의 공천권 분권화 실험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공천 장사’ 파문으로 공천권 분권화의 의미와 필요성까지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정당정치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당간의 생산적인 ‘수평적 경쟁체제’의 확립과 정당 내 ‘수직적 민주화’의 정착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당 내부 권력관계의 특성을 반영한 권력투쟁의 과정이자 결과인 공천과정 절차를 민주화하는 것은 정당 민주화의 핵심이다. 또 정당 권력관계의 변화가 후보 공천과정의 변화를
2006.04.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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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됐던 광고카피 중에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말이 있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 역시 국가적인 구호로 자리 잡아 국민들에게 ‘Korea is the best’라는 자긍심을 심어줬다. 실제로 문화, 경제는 물론 과학기술계에도 한국의 기술이 세계 최고인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검색엔진만큼은 이런 말들이 통용될 수 없었다. 이미 구글, MS 등 다국적 거대 기업이 검색시스템을 거의 100% 가깝게 장악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최근 검색관리시스템 분야에
2006.04.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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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온 국민들이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즐거워했던 한 달이었다. 이보다 조금 앞서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금메달 행진을 보여주었고, 세계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사상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스포츠가 국제 무대에서 빛을 발하면서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국운이 잘 풀려나가는 징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며, 국력이 그
2006.04.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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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남자의 신붓감으론 한국 여자가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국 여자의 신랑감으론 한국 남자가 제일 자연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은 외국 출신의 여자를 아내로 맞는 일이 신기하지 않게 되었다. 작년에 농어촌 지역에서 결혼한 사람들 중 30% 이상이 외국에서 신부를 맞아왔으며, 그 국적분포는 중국이 59.5%(조선족 포함), 그리고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이 17.7%라는 통계가 있다. 충남의 어느 면에선가는 열 세 쌍이 결혼했는데, 신부가 모두 외국출신이더라고 담당 공무원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일도 있다.
2006.04.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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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에 봄빛이 가득하다. 청춘들의 활기찬 웃음과 발걸음이 마치 꽃인 듯 피어나는 즈음이다. 그 젊은 꽃들이 아로새기는 캠퍼스의 봄 풍경에 자못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나의 이런 느낌과는 달리, 요즘 우리 대학의 모습 속에서 밝은 미래의 전망을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대학은 상아탑 본연의 임무를 망각했다는 비판 앞에 놓여 있다.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아래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것이 그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산업화 논리, 경제적인 논리에 빠진 교육은 이미 여러 면에서 그
2006.04.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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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농촌과 도시 어디에서도 건강한 동네공동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저기 폐가들이 널려 있는 을씨년스런 농촌 마을과 음산한 중소도시에서 훈훈한 인정이 감도는 이웃사촌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었다. 창의력을 갖고 미래를 개척할 청년들이 빠져나간 농촌과 중소도시는 그야말로 희망을 접어둔 양로원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거대한 공룡처럼 과밀 비대화된 대도시 역시 동네공동체의 훈기는 오간 데 없다.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모래알처럼 원자화된 개인들의 소외감, 가정 붕괴, 불평등 심화 등 각종 사회적 질병이 창궐할수록 동네공동체에 대한 우리
2006.03.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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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찬사를 받은 박찬호 선수가 ‘아시아를 대표한 일본의 우승에 기뻤다’고 밝혔던 일은 우리 스포츠 선수들의 보다 성숙된 정신자세를 엿보여 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사실 시합기간 내내 상대를 배려하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그의 이러한 말은 스즈키 이치로의 모난 발언과 비교한다면 스포츠 정신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우리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음을 알려 준다. 그것은 단순히 달러를 벌어들이는 인력수출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정신적 측면에서 훨씬 의미가 높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
2006.03.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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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16세기 초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마스 모어경이다. 이 말은 그가 만든 희랍어 ‘우’(없음)와 ‘토포스’(장소)의 합성어로 글자 그대로 ‘이 세상에 그런 곳은 없다’는 뜻이다.모어경은 자신의 저서를 플라톤의 이상국가와 성 어거스틴의 ‘하느님의 도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플라톤의 이상국가 이래 오늘날까지 인류는 수없이 많은 문학작품 속에서 이상향을 그려왔다. 또 사무엘 비틀러의 저작 ‘에레원’(Erehwon)도 이상향의 이름으로 영어 ‘Nowhere’(아무데도 없는 곳)를 거꾸로 쓴
2006.03.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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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성을 방문하려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이 초청장을 내줄 수 없다고 알려왔다. 29일 방북하려던 정동영 당의장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방북 불허 이유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정부는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유로 28일 개최 예정이던 1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미뤄버린 직후라는 점에서 훈련 실시에 대한 불만 표시로 파악하고 있다. ‘9·19 공동선언’은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1로 한 회담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의 미팅에서 성사된 것이었다. 그럼
2006.03.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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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NHK 뉴스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의 ‘프로슈머’ 문화를 집중 조명하면서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의 열쇠가 바로 프로슈머 문화에 있다고 분석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매우 적절한 분석이라는 생각이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처음 등장한 ‘프로슈머(prosumer)’라는 단어는 공급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소비자인 동시에 공급자라는 말은 제품의 개발과 기획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먼저 사용해
2006.03.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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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 MIT 미디아랩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딸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아이가 다음달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컴퓨터와 인간 상호작용에 관한 학술대회(CHI 2006)에서 발표할 ‘먼 곳에서 동시에 빛나는 연인의 잔(Lover's Cups)’이라는 논문이 영국 잡지 ‘New Scientists’에 기사화되었고 곧이어 국내 각 신문에 게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연인의 컵은 한 쪽 사람이 컵을 들면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의 컵에도 부드러운 붉은 빛이 나고 한쪽에 입을 대면 다른쪽 컵에 밝은 흰 빛이 나는 컵으로서 연인들끼리 떨
2006.03.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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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공주처럼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슬립드레스, 안에 망사를 받쳐 퍼지게 한 발레복 같은 스커트…. 성인여자 옷인지 10살도 안된 여자아이 옷인지 분간이 안가는 스타일이 인기다. 옷만이 아니다. 꽃핀, 땋아내린 머리, 핑크색 운동화, 허리가 다 드러나는 하얀 티셔츠, 발레슈즈 같은 신발, 얼굴에 주근깨를 일부러 그리는 화장법까지…. 이제는 30대 이상 60대까지의 여성 패션잡지에도 등장하는 차림이다. 일명 ‘롤리타 콤플렉스’를 반영한 패션이다. 롤리타 콤플렉스는 원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1955년 작)의 여주인공 이
2006.03.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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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가 뜨거운 감자다. 천만 관객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를 두고 환호성이 가득한 가운데, 한편으로는 정부의 스크린 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계의 원성과 구호소리가 크게 울려나고 있다. 이렇듯이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우리 영화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좀더 힘이 센 한국 영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를 좋아하는 보통 관객으로서 느끼는 생각이고 또 다들 그런 말을 하고 있듯이, 한국 영화가 강해지려면 우선 ‘좋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는 연극영화과도 있고 문예창작
2006.03.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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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을 정권의 핵심 브랜드로 삼아온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이 지났지만, 지방분권개혁은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되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지만,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불신은 여전하고, 중앙집권적 법제와 관행은 좀처럼 시정되지 않고 있다. 지방참여가 배제된 입법과정 지방분권개혁을 이처럼 지연시키는 가장 중요한 구조적 요인은 지방의 실질적 참여를 배제시킨 국회의 입법과정이다. 지난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그동안 지방이양을 확정해 놓고서도 해당 부처의 태만으로 입법을 지연시켜온
2006.03.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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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류라는 전에 없던 문화 현상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의 경제적인 측면까지도 염두에 두게 되었다. 사실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밥 먹고 배부를 때나 한번 생각해 보는 차원의 것이라는 선입관이 아직도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는 와중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뜻밖이고 급격한 상황의 변화다. 가난한 시절에는 문화예술이야말로 사치의 극을 달리는, 말 그대로 쓸데없는
2006.02.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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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19세 된 청년이 계곤폭포를 보면서 대자연의 웅장함에 비해 한없이 왜소한 자신을 너무나 부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종이를 꺼내 이렇게 썼다. “오 척도 안되는 이 몸이 우주의 신비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는 이 짤막한 글을 신발에 접어두고 폭포로 몸을 던져 자살을 했던 것이다. 청년의 자살소식이 신문에 보도되자 감수성 예민한 십대들이 그 영향을 받아 잇달아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중국 당나라 때 두보(杜甫)라는 시인이 있었는데 60평생 주옥같은 시를 남긴
2006.02.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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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호(號) 열린우리당이 다시 돛을 올렸다. 당 지지율 제고, 지방선거 승리, 정치세력 연합, 개헌과 정권 재창출 과제도 실험대에 올랐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탈냉전과 세계화, 민주화라는 역사적-세기적 과정이 한국정치에서 어떤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가를 잘 읽어냈다. 진지전을 고수하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중무장 보병에 맞서 기동전을 중시하는 몽골 기병처럼 이미지와 이벤트의 바람 정치로 승리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각종 권한 포기, 권력기관의 중립화로 탈권위주의화와 과감한 정치개혁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02.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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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차고 있는 시계가 서로 맞지 않으면 약속시간을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시간 약속을 하기 전에 서로의 시계가 맞는지 확인하고 틀리면 시계를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서로 떨어져 있는 여러 대의 시계들을 맞추는 일은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에서 영상이 나타나도록 하는데도 시계를 맞추는 과정이 있다. 텔레비전 속에 있는 시계가 방송국에서 영상신호를 보내는데 사용되는 시계와 정확히 맞아야만 영상이 정확한 시간대에 시청자들을 찾아간다.만약 두 시계가 서로 틀리면 영상이 찌그러지게
2006.02.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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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TV 속의 뉴스화면에서는 공공건물 앞에서 ‘황우석을 지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한 남자가 남긴 검은 그을음과 가스통이 보였다. 상처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게 화상이라던데, 그렇게 여러 번 뒤통수를 맞고도 특정인을 지지한다며 몸에 불을 지른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착잡해졌다.황우석이라는 특정인에 대한 문제보다는, 이 시대의 희망의 부재가 문제다. 왜 그는 분신을 해도, 자신을 해코지한 누군가에게 ‘아무개는 반성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살을 하든가, ‘나에게 무엇을 주지 않아서 세상을 원망한
2006.02.08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