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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햇볕이 잘 드는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교실에는 막힌 벽이 없어 옆 반에서 수업받는 모습이 훤히 보여서 어떤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수업 중에 책상에 혼자 앉아 공부하는 학생이 있거나 바닥에 여러 명이 모여서 과제를 하거나 이동형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검색하는 학생들이 있다. 가끔은 두 반 사이에 있는 벽을 열어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따로 교사실이 없어 열린 공간에 개인 책상을 두고 수업 중이 아닐 때도 선생님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있
2019.10.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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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이라는 말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만족함'이라는 것과 '필요한 물건을 자기 스스로 충족시킴'이라는 것으로 정의된다. 아름다운 건축 환경을 만들어보자고 하는 이 논단에서 '자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건축 환경을 발전하게 할 수 있는 동시에 피폐하게 할 수도 있는 근본 요인인 '욕구(desire, 慾求)'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자족하는 건축'이 '아름다운 건축'의 기본 전제조건이 되기에 충분한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구축 행위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일관되게 존
2019.10.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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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원형 중 피난처(Shelter)라는 개념이 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한 피난처라는 공간에 주변의 자연, 사회, 물리적 환경에 따라 반응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지역 건축문화를 일구고 지역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고유의 건축문화를 만들어왔다.좋은 건축은 무엇인가?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간과 사람의 관계, 건축물과 이웃과의 관계 그러한 관계가 모여 도시를 건축문화를 이룬다 할 수 있다.안도 다다오는 건축의 목적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이라 말했다. 건축 안에서 만나고 함께하며, 즐거워하는, 사람을 우선 배려하는
2019.09.2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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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 혁명.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화두이다.인공지능이나 로봇, 유전 공학 등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고 기존의 수백만 개의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전문 직업 군이었던 의사, 약사, 변호사, 회계사, 재무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빠른 속도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학교와 학원에서 종일 배우는 공부를 통해 얻게 되는 지식과 그에 따른 서열로 쟁취한 직업들이 가까운 미래에도 지금처럼 생계를 유지할 수 있
2019.09.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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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호 태풍 '링링'이 역대 5위의 강풍을 기록하며 우리에게 큰 피해를 남기고 서해상을 따라 북한을 할퀴고 지나 러시아에서 소멸했다.링링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수줍은 소녀'의 애칭이라 한다. 수줍은 소녀의 마음에 어떤 서글픔이 있기에 이토록 큰 상처를 남기고 사라졌을까... 태풍은 자연현상의 일부로만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풍을 재해로 분류한다면 생각이 달라지며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건축물에 관련된 자연재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자연재해는 무척이나 많고도 많다.
2019.09.1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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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창인 것 같은데, 어느덧 입추를 지나 이제는 백로를 바라보는 때가 되어, 아침과 저녁으로는 제법 가을 초입의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올해는 추석도 이르게 오는데 추석이 지나면, 어김없이 주변에서 하나 둘 결혼식을 알려오기 시작할 듯하다. 결혼식에 가면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옷차림들도 보게 된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나름대로 차려 입고 온 모습들인데, 그중에는 요즈음 소위 '민폐 하객 패션'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좀 과하거나, 너무 캐주얼한 차림들을
2019.09.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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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침저녁 시원한 바람이 불어, 새벽이면 발 끝에 걸쳐있던 이불을 꼭 끌어안게 된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창문만 열면 뜨거운 공기가 기다렸다는듯이 밀고 들어와 재빠르게 다시 닫으며 그 뜨거움에 소스라치고, 휴가는 사무실과 차안이 최고라며 스스로 말하던 날이 어제인데 말이다. 여름이면 찬 음식과 에어컨바람에 꼭 배앓이를 했다. 올해는 한철 잘 지냈다 싶었는데 어김없이 여름 끝자락에 시작되어 따듯한 차로 나를 달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강경을 다녀왔다. 강경하면 먼저 젓갈의 고장이라는 말이 따라붙듯 젓갈도 구입하고 늦여름정취도 느
2019.08.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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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당장의 위기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의 경우 학생수도 같이 감소하여 유휴교실과 같이 사용하지 않는 학교 공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농산어촌 지역은 최소 학생수가 미달되어 폐교되는 곳도 적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새롭게 들어서는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개발 지역은 신도시 특성상 초기에는 주로 초등학교 수요만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빠르게 초
2019.08.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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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뛰놀면서 보낸 어린 시절과 컴퓨터 세대의 요즘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어린 시절은 어떻게 기억되고 불러올 수 있을까. 날로 발전해가는 과학문명에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으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지구반대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에도 과거로는 갈 수는 없다. 옛 공상영화 '백 투더 퓨처'는 말 그대로 과거부터 미래를 오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영화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친구들과 놀던 어린시절의 마당 한가운데 서있고 싶을 때가 있고 또한 마당 하면 생각나는 애니메이션이
2019.08.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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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적 도발은,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임은 물론, 이를 핑계로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고, 일본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도발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의 배려 문화는 정평이 나있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들의 전범 피해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배려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희구했던 '동양평화'는 현재에도 실현되기 어려운 것 같다. 아베가 이루겠다는 '아름다운 나라'는 그들만의 제국일 뿐이다.건축에 있어서도 배려의
2019.08.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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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천안 도심의 8층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사우나로 사용하던 곳의 내부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했던 터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광주에서 27명의 사상자를 낸 복층 구조 붕괴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한 해 전에도 추락사고가 있었다. 모두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안전사고이다. 인재는 왜 계속 반복되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2016년 발생한 경주 지진과 그 이듬해의 포항 지진은 국민적 피해와 더불어 건축계에도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주택과 시설물을 전소시킨 강원도 산불과 철거심의를 거치고도 여전히 안전 불감증을 보여준 잠
2019.07.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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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축은 교도소다" 유명한 예능에도 출연한 건축과 교수가 그의 책에서 과감하게 던진 주장이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획일적인 교실과 운동장, 그리고 담장에 둘러싸인 전체주의적 공간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성한다는 설명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건축 설계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리고 교육시설을 설계하는 건축가로서 공감되고 뼈아픈 면이 있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공간적 환경이 바로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측면이 있고 학교를 저층으로 만들면 선진국과 같은 환
2019.07.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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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도시의 아파트 단지부터 전원주택단지, 타운하우스, 그리고 소도시 시골 작은 마을까지, 규모만 다를 뿐 모두 한 동네로 묶을 수 있다.동네(neighborhood)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나 마을 교외 농촌의 지리적인 공동체로 풀이되며 개념적으로는 내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일정한 범위 안에 형성된 공간이다.그러나 어릴 적 넓게만 보였던 골목길, 살짝 높은 듯해 까치발로 넘겨보던 담장도 이제 없는 지금의 동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2019.07.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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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格)'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어떤 사람의 태도나 매무새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 흔히 '격에 맞지 않는데'라거나 '격이 떨어지는데'라고들 하면서 쓰는 말이다. 표준 국어 대사전을 찾아보면, '격'은 여러 의미와 쓰임새가 있지만 그 가운데, 명사로 쓰이는 대표적인 의미가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로 설명되고 있다. 2017년 이맘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갈등의 본질은 '격'의 문제였다. 물론 그 드라마에서 '격'은 돈으로부터 비롯되는 천민자본주의적 시각의
2019.07.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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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충남 아산시청 3층 시민홀에서는 2019 아산원도심 생활형 SOC 프로젝트 최종 발표가 있었다. 도내 5개 대학이 참여해 쇠퇴하는 원도심을 재생하고 지역 커뮤니티 주도로 일자리 창출 및 지역 특성을 고려한, 주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골목의 변화 등이 프로젝트의 배경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고의 도시화로 81.4%의 인구가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도시성장과 팽창의 최고점에 이른 21세기를 살고 있다.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도시재생에 대한 방법을 본격적으로 고민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지역재생관련 정책이 본격적으
2019.07.03 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