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cuadam@daejonilbo.com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어제 하루 행태에 실망이 크다. 일국의 장관이 아침에 한 말을 오후에 부하 직원 시켜 번복하더니 두어 시간 지나선 그 입장을 또 뒤집었다. 당구로 치면 쓰리 쿠션을 친 것에 비유된다. 전말은 이렇다. 어제 이른 아침 그는 이른바 새누리당 충청권 현안 당·정조찬 간담회라는 이름의 모임에 나갔다. 충청 지역구 출신과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해 17명과 대면하는 자리였다. 과학벨트 땅값 국비 전액지원을 추궁할 줄 모르고 가진 않았을 것이다.

지역 의원들은 예상대로 과학벨트 땅값을 걸고 넘어졌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다그침이 있었다. 최 장관으로서도 난감했을 듯하다. 매번 똑같은 소리를 반복할 수도 없고 또 그게 통하지도 않는 자리가 어제 조찬 자리였다. 물에 물 탄 듯한 답변만으론 의원들이 곱게 보내지 않을 것이란 것쯤은 각오가 돼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그는 과학벨트 땅값 전액을 국고에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발언이다. 과학벨트 사업 주무 장관인 그의 그간의 입장과 발언은 대전시와 어떤 식으로든 재정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걸 깨고 미래부 내년 본예산에 문제의 땅값 예산 전액을 반영해 기획재정부에 넘기겠다고 한 건 지역 의원들 시각에선 고개 하나를 넘은 효과가 있다. 과학벨트 땅값 분쟁의 매듭 하나는 미래부가 제대로 아귀를 맞춰줘야 이후의 절차가 진행된다. 미래부가 해당 비목 예산안을 짜서 기재부에 넘겨줘야 비로소 궤도진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주무 장관이 그렇게 내뱉은 말은 과학벨트 사업에 청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관련 부처와 조율됐든 안 됐든 장관이 한 말을 반신반의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일이 좀 쉽게 풀린다 싶었던 게 사실이다. 그럴 사안이었으면 진작에 융통성 있게 나왔더라면 여러 사람 생고생 시킬 일이 없었다. 그런 우려와 미심쩍음은 어제 오후 들어 현실화됐다. 미래부 과학벨트과(課)에서 보도해명 자료라는 문건을 뿌리는 일이 벌어졌다. 요지는 최 장관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최 장관은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과학벨트 땅값 문제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전체 매입비 확보방안을 결정짓겠다고 강변했다. 요컨대 최 장관이 무슨 말을 어떻게 했든 미래부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메시지다.

어처구니가 없는 반응이다. 장관 발언이 손바닥 뒤집어지듯 춤을 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 장관은 과학벨트 사업 주무 장관 자격과 권능으로 조찬 간담회에서 지역 의원들 질의에 대답했다. 우군인 여당 의원들을 상대하는 자리였지만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현역 의원 17명이 있었다. 17명을 어떻게 생각했지는 모르지만 3명 더 있었다면 20명으로 국회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 하나의 정당 기능을 할 수 있는 규모다. 준(準)교섭단체로 간주될 만한 숫자의 의원들 앞에서 과학벨트 땅값 얘기를 긍정적으로 했으면 그 말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 놓고 말을 거둬들이려 시도했다. 그런 식이라면 장관이 정책적 발언과 계획을 밝혔을 때 쉽게 믿지 못하게 된다. 최 장관이 만약 최초 발언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 장관직을 걸어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엎질러진 물이라 판단했는지 미래부는 보도해명 자료를 거둬들인다고 표명했다. 최 장관의 땅값 발언, 그 발언에 대한 해명 자료 배포, 이어 해명자료 철회 등 갈팡질팡한 하루였다. 말을 뒤집고 뒤집은 말을 한번 더 뒤집는 현란한 행태는 압권 아닌 압권이었다.

최 장관도 필유곡절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여당 의원들이 불러 갔는데 구구절절 옳은 주장을 펴자 순간 지역 의원들 처지에 감화됐을 수 있다. 아니면 대전 카이스트 교수로 대덕특구 지리를 훤하게 꿰고 있는 그 역시 과학벨트 땅값에 관한 한 전액 국고지원이 정답이라는 무의식에 지배당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최 장관의 국고지원 예산 반영 발언은 녹취록에서도 확인되는 팩트다. 편하게 생각하면 액땜한 셈 칠 수 있다. 그렇다고 땅값 잠금 장치가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입구를 열었으면 출구로 잘 빠져 나오게 유종의 미를 거둘 책무가 있다. 과학벨트 땅값이라 쓰인 전자발찌가 다소 불편해도 참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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