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병배 논설위원
라병배 논설위원
4년 주기 지방선거를 교과서적으로 해석하면 지방자치제의 결정(結晶)이다. 또 광역·기초단체장 및 동급 지방의원들이 물갈이 당하는 통과의례다. 같은 전국 단위 정치이벤트라도 지방선거는 출전선수단 규모면에서 대선·총선을 압도한다. 시상 종목부터 풍성하고 자리도 넉넉하다. 시·도지사 자리가 17개에다 시·군·구청장 자리가 총 227개다. 자치단체 규모와 인구수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광역·기초의원 자리까지 합하면 선수로 뛰고 싶은 욕망을 자극 당하기 십상이다. 4대 선거에다 시·도교육감 선거도 동시에 실시돼 판도 크다.

지방선거 정국이 구들장처럼 달아오르는 까닭도 이런 토양과 환경이 땔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공무담임권 또는 피선거권이 있으면 먼저 선거 종목부터 고른 뒤 지역을 선택해 후보등록을 하면 된다. 또 하나 무소속이 아닌, 정당을 표방하려면 당내 경선이라는 1차 관문을 뚫어야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지방선거는 시상종목과 메달 개수가 풍족하다는 점과 지역별 승률에 편차가 있어 선거구 선택의 중요성이 비교적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 지방선거를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표현하면 정치시장의 취업박람회 정도가 적합할 듯하다. 첫째, 전국적으로 같은 날 동시에 행사가 대규모 열린다는 점에서 박람회와 닮은 꼴이다. 둘째, 행사 개최 목적이다. 지방선거는 지자체 일꾼을 가려내기 위한 공개오디션에 해당하며 행사 종료 후 곧바로 당락을 확정한다. 현장에서 구직원을 제출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박람회가 연상되는 이유다. 셋째, 채용결정권을 기업에선 사용자측이 행사하는 반면, 지방선거는 당해 선거구 유권자인 주민들 지지총합의 크기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좌우된다. 이런 요소들로 미루어볼 때 지방선거는 선출직 공직을 희망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각자 알맞은 진입장벽의 높이를 골라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다.

6·4 취업박람회 양상도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의 경우 선거급 별로 예비후보자들이 넘쳐나기는 타지역과 마찬가지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광역단위 단체장·교육감 선거를 겨냥해 예비후보 자격으로서 발품·입품을 팔고 있다. 기초단체장 쪽이나 지방의원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저마다 캠프 진용을 갖춰가고 있고 지역 정책이슈 몰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어지간 하면 출판기념회라는 단발성 행사도 거의 마친 단계다.

그런 시기에 즈음해 있는 6월 충청 지방선거 정국에 한해 예년과 다른 관전포인트를 적시할 수 있다. 하나는 상당히 양질에 속하는 인사들이 일전을 채비하고 있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경합하는 구도는 원칙적으로 나쁠 게 없다. 비교우위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다만 동원 가능한 인적 자원들이 정치시장에 쏟아져나오는 현실은 간단치 않다. 인재 풀이 넉넉하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내수(內需)시장의 과열현상은 지역 정치시장의 확장성을 약화시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선거전의 발화점이 된다면 이를 보상해 줄 수 있는 담보논리와 실익을 놓고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6월 지방선거는 `충청의 향후 10년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겠다는 점이다. 이런 논거에서다. 박근혜 정부 2년차는 충청 정치역량의 고점(高點)을 찍었다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여야에서 국회의장단을 배출했고 중앙정치권엔 복수의 중진인사들이 당권을 넘보고도 있다. 그러나, 일정한 때가 도래하면 남은 도정에서 내리막길을 피하지 못한다.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점진적인 세대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의로 봐야 한다.

모든 종류의 선거엔 신인에겐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열린 장이고, 경제활동을 해온 사람에겐 진로수정내지는 재취업 성격이 내재돼 있다. 올 지방선거도 다르지 않다. 후보자 입장에서 그러하다면, 반대로 유권자로선 선택을 받지 못한 자원들을 잃는 손실이 발생한다. 선거의 역설이며 리스크다. 최소한 이런 상식에 기반해 6월 지방선거의 또 다른 이름인 취업박람회를 맞을 필요가 있다. 다소 마음이 가벼워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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