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병배 논설위원
라병배 논설위원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 근황이 궁금하던 터였다. 내친 김에 어제 휴대폰 메시지를 날렸다. 문자 창에 `통화 앙청`이라 쓰고 전송 터치했다. 내내 침묵을 지키던 진동모드 휴대폰이 떨었다. 이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직에 근접해 있는 인물이다. 시간을 아껴야 했다. 문답에 속도를 냈다.

-(원내대표 선출을 앞둔) 당내 상황이 괜찮은 것 같다.

"주위에서 관심 갖고 응원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충청 출신으론 집권여당 원내대표 1호 기록 아닌가.

"원내대표 체제 이후론 그럴 것이다."

-전체를 총괄해야 하지만 충청 출신인 만큼 지역(시·도지사) 지방선거가 신경 쓰일 것이다.

"정식 선출되면 아무래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얘기를 이어갔다. 원내대표직을 `예약`해두고 있는 심경을 들어봐야겠다 싶어서였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에겐 유·무형의 정치적 파워(힘)가 훨씬 쏠린다. 특히 당사자의 인적 관계망 구축에 따라선 권력이 급팽창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보나.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1년의 임기가 주어진다.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핵심 당직을 맡게 되는 것이니 중압감이 크겠지만 대통령 국정철학을 잘 뒷받침해야 하겠다는 일념 뿐이다."

-어쨌든 그런 자리가 목전에 놓여 있다.

"(자리의 책무성 때문에)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통화를 마치니 "무섭다"는 이 의원의 말에 공명이 느껴졌다. 잘은 몰라도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섭다`는 건 공포다. 공포를 두가지로 나눈다면 하나는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을 때다. 일차원적인 의미의 공포다. 반면에 이 의원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지금의 공포는 정치적으로 두드러진 지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의 `예열(豫熱)` 같은 것이겠다. 그의 원내대표행은 현재로선 확정적이다. 사실상 취임식만 남겨놓은 입장이다. 기다리는 심정의 마음 속 파동을 그는 앞뒤 자르고 "무섭다"고 토로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럼 여당 원내대표가 그렇게 대단한 자리고 누구나 오를 수 없는 자리인가. 원내 대표 임기는 1년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니 네 번 교체된다. 그중 한번의 기회를 잡는다는 건 통상적인 조건과 자질을 갖추고 있어도 확률이 높지 않다. 돌아가며 맡는 여타의 당직이나 국회직과는 비교가 안 된다. 희소성의 원칙이다. 그 뿐인가. 경선 참여는 자유의지만 그것만으론 어림없다. 여당 원내대표 자리는 정치권력의 핵심 영역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여권 권력 갈래가 충돌하고 각축한다. 여당 원내대표 선출 과정이 보통 난산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의원은 좋은 운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원내대표 경선 경쟁구도가 허물어졌다. 그들의 신상에 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3 파전 정도 예상됐으나 한 사람은 도지사 출마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입각해 장관이 됐다. 저절로 이 의원 1강 체제로 귀결되는 과정이 있었다.

이 의원 자신의 정치역정이 시운과 맞아떨어진 측면도 간과하기 어렵다. `정치인 이완구`의 상품성과 구매력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은 자기 선택이고 개인의지의 총합이다. 지난 2009년 말 충남지사직 중도 사퇴를 결심할 때에도 그는 던져야 할 타이밍으로 읽고 행동에 옮겼다. 당시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 부치는 `정치적 사변`에 대한 항거의 표시였다. 그러질 않고 지사직 임기 마치고 다시 재선 도전에 성공했다면 그는 지금 3선 연임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 경로를 트는 바람에 한동안 야인생활을 했지만 결국엔 현업 정치인으로 복귀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범하는 여당 차기 원내대표는 박 정부 원내대표 2 선발 요원이다. 여권에서 소수세력인 충청인사가 집권당 원내 사령탑을 `접수`하게 되면 당사자는 고되겠지만 지역적으론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가 길을 잘 닦아 놓으면 두루 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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