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 진흙 차가움속에서도 쉬지않고 긴장하며 스스로를 견뎌낸 외로웠던 보물.

상상의 동물들은 숲을 누비고 그 숲 다섯 악사들은 선율따라 신선되어 피리를 분다. 세상 끝 꼭대기에 살포시 앉은 봉황은 시간과 마음을 깨우는 심오한 날개짓. 이 모두를 감싸는 연꽃. 연꽃을 떠받드는 용. 봉우리 계곡사이를 휘감으며 피어나는 향내음에 내 눈은 저절로 지긋. 상상할 수 없는 상상만큼 끝없는 삼라만상이 세네 뼘 높이에 모두 담기니 작아도 웅장하다. `백제금동대향로`.

죽어야 다시 태어난다 했던가. 사후세계도 삶의 연장이라 믿었던 우리 선조들의 죽음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우리와 다시 숨을 섞기 시작했다.

웅진에서 사비로 백제를 다시 열고 꽃을 피워 넘쳐나는 향기를 그대로 바다건너 일본에게 건네주어 우리를 흠모하고 닮아가게 했던 영웅 `성왕`.

그 옆에 앉아 천리를 품었던 `성왕의 여인`.

봉황의 날개짓으로 숲을 열고 용트림의 힘으로 삐리리 연주하는 악사들과 연꽃 밟고 둘은 나에게로 왔다. 그들의 옷을 입히는 것으로 나는 오늘을 시작한다. 너무 깊어 알 수 없는 천오백년의 그 무엇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만은 사비 최고의 여인을 만나고 싶은 열망으로 연꽃을 옷에 심었다.

마음 한 땀, 바늘 한 땀, 자수 한 땀, 연꽃 한 땀, 한 땀 한 땀….

몇 달 후 그 옷의 주인은 드디어 밝은 조명아래 햄버거와 휴대폰을 손에 든 수많은 젊은이들 앞에 전자음의 운율을 타고 오케스트라와 마주하며 1500년을 단숨에 건너와 대한민국의 왕과 왕비가 되어 모두를 끌어안고 있었다. `백제의 부활`. 바늘 끝이 무디어지고 상상의 힘이 다할 때까지 나는 언제나 역사의 절절함과 함께 그들과 같이 하고싶다. 권진순 한복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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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성왕시대 궁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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