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아있기 힘들어 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검사를 해보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증상과 `난독증`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바쁜 일상에서 크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가 어릴 때 해주지 못한 것만 생각난다고 미안해하며 개입이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염려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지금이 제일 적절한 시기라고 말해주곤 한다. 발달속도가 조금씩 느린 아이를 둔 부모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다. 심지어는 부모가 죄책감을 갖는 경우도 있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자신의 저서 `양육가설`에서 부모에게 양육과정에서 지나친 죄책감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물론 부모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오늘날에는 부모의 역할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의 잠재성을 끌어올리고 자녀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기에 부모는 더 많이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자녀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부모가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애정을 쏟았는지를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긴장을 풀고 부모는 사랑하고, 할 수 있는 만큼 가르치고, 양육을 즐기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기존의 이론들과 다르기 때문에 다소 급진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기에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하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일반적인 아이들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힘이 오직 부모에게 있다는 신화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해리스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어렵겠지만 발달이 늦은 아이들의 부모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주장은 자녀들이 자신의 현재의 삶의 어려움의 원인을 부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준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아이들이 사회전체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다는 점을 인식하여 우리사회가 공동양육의 책임을 가질 것을 재촉한다. <이상열 두뇌학습 컨설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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