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병배 논설위원
라병배 논설위원
민주당 8·25 전당대회(전대)는 충청 입장에서도 쏠쏠한 구경거리다. 집권여당의 최대 정치이벤트에 지역 연고 인사인 이해찬 의원이 다른 2명과 경합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호강이다. 기왕이면 이 의원이 1위에 오르기를 바라는 게 지역의 보편정서로 읽힌다. 그게 현실화되면 충청 출신 집권여당 대표 1호 기록을 쓰게 된다.

일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고 예단은 섣부르다. 포탈에 떠있는 이 의원에 대한 정치적 삶의 연표는 한참 길다. 컴퓨터 마우스 스크롤링을 여러 번 해야 훑어볼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늘 진보정권 창출 현장 가까이에 있었고 그 덕에 장관, 총리 등 고위 정부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런 그가 이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를 앞두고 막판에 예비경선(컷오프)에 가세했고 이후 가쁜하게 통과하는 저력을 증명했다.

컷오프와는 달리 본게임은 결이 다를 것이고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의원보다 연배인 한 후보 입에서 외곽 때리기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고 호남 연고의 연하 후보는 세대순환으로 순화된 세대교체론을 부각하며 이 의원과 전선을 형성하려 들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정책행보로 일관하며 `20년 집권플랜` 마케팅으로 예열을 하고 있지만 전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후보 3인간 꼬리를 물고 물리는 각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아 높아 보인다.

이런 3인의 당권주자들이 내일부터 시·도당 대의원 대회를 겸한 전국 권역별 순회 본경선에 들어간다. 예비경선 후 며칠 간 휴식기를 끝내고 골프에 비유하면 필드로 나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대 당일 대의원 현장 투표 행사를 제외하고 7개 홀 라운딩을 해야 한다. 제주에서의 첫홀 티오프를 신호탄으로 호남을 거처 5일에는 이 의원 안마당 격인 세종·대전·충청에서 3번째 홀을 맞는다. 이어 부산·울산으로 갔다가 경부 축을 타고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일정으로 설계돼 있다.

7개 홀을 도는 과정에서 이들 3인은 대의원들과 대면 접촉한다. 45%가 반영되는 대의원들 표는 상대적으로 가중치가 붙는다.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국민여론 10% 등과 비교하면 대의원 몸값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일반당원 9표가 모여야 대의원 1표 값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게다가 이들 대의원들은 25일 전대에서 현장 투표를 실시한다. 각 권역별 홀을 돌면서 이들 표심을 잘 붙잡아 두고 투표일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전국 권역별 홀은 코스의 특성 등 변수가 있을 것이고 이를 감안해 티 박스에 오른 뒤 드라이버를 잡을 것인지 혹은 아이언 샷을 구사할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의 경우 스코어를 지키는 쪽임을 전제할 때 안정적인 코스 공략에 주력하는 게 유리하다. 근력 면에서 웬만하면 비거리 등을 의식하지 않는 게 좋겠고 그렇다면 보수적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게 무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일찍이 커리어 하이를 찍은 정치인 반열에 올라있다. 이번 당대표 도전은 그에겐 정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고별전 성격을 띄는 측면이 있다. 그만큼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싶고 그가 당권을 맡으면 당·정·청관계도 정권 초기보다 한층 명료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차기 당권향배를 놓고 권력내부에서 설익은 풍문과 가설이 떠돌고 있는 현실과 상관없이 이 의원 당대표 카드는 정권 2,3년차 뒷받침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의원은 서울 관악에서 내리 5선을 지냈고 이후 세종에서 재선해 도합 7선이다. 그런 그가 여당 최고지도부 인사가 되면 충청권도 기지개를 펼 만한 괜찮은 정치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사실 현 정권과 충청간 파이프 라인이 성에 차지 않은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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