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우리나라 지진관측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 발생했다. 그 규모는 5.8로 TNT 폭탄 50만톤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매우 큰 피해가 발생할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과 같이 건물이 붕괴되거나 다리가 무너지는 등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지진이 발생한 곳이 땅 밑 약 15km로 매우 깊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년 11월 포항에서는 규모 5.4의 지진이 또 한 번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선 지진보다 더 큰 진동이 느껴졌고, 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규모는 TNT 약 10만톤이 터지는 것과 같은 정도로 앞선 경주지역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지진이 발생한 곳이 땅 밑 9km로 더 얕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지진에서 나타난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래된 목조 한옥의 피해가 적었다는 점이다. 왜일까?

지진이 만들어내는 충격파는 진동이다. 이 진동은 전후방향 또는 앞뒤방향으로 울리기도 하지만, 간혹 위아래 방향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이 충격은 땅속의 단단한 암반을 거쳐 돌과 흙을 지나 우리가 사는 건물의 기초로 전달되고, 그 진동은 다시 우리가 앉은 바닥이나 의자로 전달된다. 따라서 콘크리트나 벽돌처럼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벽돌과 벽돌사이가 시멘트로 완전히 밀착되어 있듯이 그 진동 또한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데 한옥은 좀 다르다. 건물을 짓기 전 땅을 다지고, 그 위에 돌로 된 초석을 놓은 뒤 기둥을 세운다. 기둥은 초석과 붙어는 있지만 하나로 일체화 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기둥은 나무이고, 그 위에 올려진 대들보며 서까래 모두 나무다. 나무는 돌에 비해 충격을 더 많이 흡수한다.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진동이 기둥을 타고 오르며 많이 줄어들고, 나무와 나무가 만나 결합된 구조라 유연성이 높아 역시 진동을 흡수한다.

돈암서원 내삼문에는 여기에 더하여 진동에 잘 버티게 하는 보강 장치가 설치됐다. 흔히 `가새`라고 불리는데, 기둥과 기둥을 `X`자 모양으로 버티게 만드는 장치로, 현대건축에서 내진설계에 종종 사용하는 기법이다. 한옥에 적용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가새는 진동 뿐만 아니라 바람과 같은 횡력(橫力)에도 잘 버티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내삼문 좌우에 위치한 담도 특이하다. 아래는 큼지막한 돌들이 3,4단 쌓여 있고, 그 위로 기와와 돌, 한자(漢字)로 멋을 내었다. 이 역시 밑에서 전달되는 진동이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 구조이다.

지난 두 번의 지진을 거치면서 건축물의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서인지 새삼 우리 옛 건축에 눈길이 간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한 복판에도 첨성대를 비롯해 불국사 삼층석탑, 기림사 대적광전, 분황사 모전석탑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건축처럼 높이 짓지는 못하지만 지난 수 백 년의 세월을 무사히 버텨낸 오래된 옛 건축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지진과 폭풍, 비바람을 견뎌내었을 것인데, 어찌 이렇게 잘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경험으로 이러한 `가새`를 이용한 재해 피해를 줄이는 지혜, 즉 `감재`의 지혜를 살려 우리 건축에 적용해 왔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 옛 건축은 우리가 아직 현대적인 공학 지식과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감재의 기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도 옛 건축에 대하여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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