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병배 논설위원
라병배 논설위원
2·27 한국당 전당대회(전대) 열차가 오늘부터 전국 4개권역 순환 운행을 시작한다. 주요 탑승객은 당권 주자 3명, 최고위원 출마자 그룹 8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 등으로 파악된다. 이 전대열차의 첫 번째 진입역은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 일정이 예정돼 있는 대전이다. 전대는 정당의 최대 이벤트다. 대개 이 행사를 전후해 컨벤션 효과의 영향으로 당지지율이 꿈틀거리곤 한다.

이 열차가 대전에서 첫 정차를 하지만 이를 대하는 지역 정서적 긴장감은 다소 덜할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사유로 지역 연고가 닿는 탑승객의 부재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전대를 앞두고 충청권은 당대표·최고위원 출마 불발을 기록하게 됐다. 지역민 입장에서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일 터이며, 그러므로 아쉽게 여겨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역 출신 당권주자가 없었던 게 아니다. 충북 청주(상당구) 출신의 4선 정우택 의원이 지난 달 말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약진 여부가 주목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일 `백의종군` 뜻을 밝히며 출마 계획을 접고 말았다. 딱 12일 동안 당권 예비주자 지위를 유지하다가 `전대 회군(回軍)`을 결심했으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러 명과 섞여 출마를 번의하는 형식을 취했다.

정 의원이 내린 선택에 대해 버스가 떠난 마당에 왈가왈부해야 달라질 일은 없다. 다만 충청권 보수진영에서 차지하는 정 의원의 포지셔닝과 향후 정치적 진로를 감안할 이번에 전대 열차 탑승을 배척한 것은 조금 따져볼 여지가 생긴다. 그가 전대를 완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승리는 장담 못한다. 그런 낭패를 볼 바에야 몸을 간수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데에 공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보수 정치지형, 특히 대전·충청권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정 의원의 입지는 탄력적인 상황이다. 4선 의원에다 장관·충북지사를 지냈으면 누구한테 견줘도 밀릴 것 없는 정치 스펙이고 자산이다. 그런 그였기에 당권 도전이 그리 무모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그를 제외할 경우 마땅한 대체재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정 의원의 내재적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정치적 목표는 거의 좁혀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요컨대 당권 정도가 마지막 도전 고지였다고 할 수 있다.

정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완주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경제적으로 경선 기탁금을 날릴 수도 있는 노릇이나 잃는 것이 있으면 남는 무엇이 얻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간단치는 않은 일임은 이해된다. 무엇보다 황교안 전 총리측으로 쏠려있는 표를 공략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난감하다. 황 전 총리는 정 의원의 고교(경기고), 대학(성균관대) 직속 후배다. 정 의원을 떠받치는 견고한 지지층이 담보되지 않으면 황 전 총리의 대중적 이미지와의 경합 면에서 우위에 서기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은 맞다.

이런 분석적 전망으로 접근할 때 정 의원의 전대옵션은 협소하다. 그리고 우열을 다투는 득표력의 확장성에서 계산이 서지 않는데도 등을 떼미는 것은 가혹할 수 있다. 반대로 충청권 입장을 헤아려보면 착잡해지는 지점이 있다. 우선 정치적 전환기에 지역 보수진영을 견인할 카드 하나가 무력화되는 지경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새로 선출될 당지도부와 내년 총선과의 인과관계를 생각할 때 여러 경우의 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것을 정 의원 탓으로 돌리며 규문하듯 몰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도 나름 도약을 시도했고 그럼에도 전대 상황·구도의 논리라는 장벽이 녹록지 않게 여겨졌다면 도리 없다. 한국당 전대 잔치 막이 올랐지만 충청은 대표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정파를 떠나 충청권이 처한 구조적·본질적인 `부조리극`으로 인식되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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