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이하여 10박 12일 일정으로 태국에 다녀왔다. 미얀마를 비롯하여 베트남·싱가포르·대만·홍콩·마카오를 다녀온 후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우리 학교에서 근무했던 3명의 태국 선생님들을 다시 만난다는 기대감에 선뜻 나섰다.

지난 1월 2일에 태국 수완나폼 공항으로 입국하여, 1월 12일 늦은 밤에 치앙마이 국제공항을 떠날 때까지, 방콕·아유타야·치앙라이·치앙마이까지 4개 도시를 둘러봤다. 태국 도착 이튿날에, 올해 제1호 태풍인 `파북`이 남부 지방을 강타했다기에 걱정했는데, 방콕은 되레 무더위가 사라져 최적의 날씨가 되었다.

내 여행은 휴식을 전제로 한다. 오전 10시쯤 호텔에서 출발하여,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다가, 오후 6시쯤에 숙소로 유턴한다. 자칫 욕심을 부리다가 과부하라도 걸리면, 건강을 잃거나 일정을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여행하면서 하나를 놓치면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으니,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름대로 코스를 구상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돌발변수가 생겨, 당초 계획했던 곳에 들르지 못할 때가 다반사(茶飯事)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련이 남거나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평소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더 큰 기쁨을 맞이하곤 한다.

이번 태국 여행에서도 그러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확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보안검색대였다. 방콕의 쇼핑몰 <터미널 21>을 비롯하여 BTS 아속(Asok)역, 시암 니라밋(SIAM NIRAMIT)쇼 공연장, 심지어는 치앙마이국제공항 입구까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보안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가끔 외국에서 폭발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백화점이나 지하철역 또는 공항 입구에 보안검색대가 있으면 보다 더 안전할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경비가 다소 소요되겠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유비무환(有備無患) 차원에서 고려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2013년에 A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학생이 등교하면 정문과 후문을 잠갔다. 학교를 마을길로 이용하던 일부 주민들이 불편하다며 교육청과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2016년에 지금 학교로 옮겨서도 5개의 교문을 잠갔다.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양보하기 곤란한 문제였다.

2010년에 중국의 북경에서 3개 학교, 2015년에 중국의 청도에서 1개 학교를 둘러보며 더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4개 학교 모두 학부모님들이 교문 밖에서 자녀들을 기다렸다. 어느 학교는 담장 높이가 3~4m쯤 되었다. 감히 뛰어넘을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당연히 학생들이 맘 놓고 생활할 수 있었다.

태국 아유타야의 죠(JOE) 선생님 안내로 들른 왓참파(Wat Chumpa) 초등학교는 한 술 더 떴다. 운동장의 천연잔디도 부러웠지만, 건물 앞에 쭉 쳐진 2미터 높이의 철조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외부인이 교실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학교에 담장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중(二重)으로 설치했단다.

이번 태국 여행을 통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중(大衆)이 모이는 곳은 물론이거니와 어린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는 더욱더 그러하다. 초등학생들은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하다 보니, 나쁜 맘을 먹은 사람들의 물리적인 힘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어른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하면 좋겠다. 어린 학생들이, 맘껏 뛰놀면서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될 때, 덩달아 출산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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