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합병증으로 눈이 보이지 않으면 안과에 가야하지만 근본 치료를 위해 내과에서 당뇨병을 고쳐야 한다. 최근 환경부 `블랙 리스트` 사건을 보고 시중에서 "권력은 다 같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박근혜 정부를 문체부 `블랙 리스트` 적폐로 공격하며 갈아엎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적폐가 계속됐다면 사람이 문제인지 법·제도가 문제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6명의 대통령 중 1명은 17년형으로 구속수감 후 사면됐고 (노태우) 2명은 여전히 수감 중이거나 재판 중이다(이명박, 박근혜). 1명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고(노무현) 2명은 아들(들)이나 친인척들이 임기 중 구속됐다(김영삼, 김대중). 1987년 이후 모든 대통령이 불행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이게 나라냔" 탄식이 나와야 한다. 6번 모두 좋지 않게 끝났다면 지금 문재인 대통령 또한 앞으로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제왕적 대통령제는 `리콜`해야 한다.

한국에서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7000개 간접적으로 2만-3만개나 된다. 미국 대통령에 비해 약 3-4배에 달한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 경마장 관리하는 마사회장, 종합제철소 사장 마지막으로 국무총리까지 한 대통령의 사람들이 차지하는 나라가 선진국인지 생각할 때다. 정권이 바뀐 다음 낙하산 인사는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소위`낙하산`은 정부, 산하기관만 아니고 국민 경제에 영향력이 큰 공기업과 금융계 나아가 민간 회사에까지 착륙하고 있다. 정치줄 타고 내려온 낙하산 인사들은 전문성이 낮아 대정부 민원 창구 역할이 주요 임무다. 과도한 대통령 인사권은 대통령 선거를 목숨 건 게임이 되게 하고 `드루킹` 같은 터무니없는 정치 브로커들도 활동할 수 있는 음습한 공간도 만든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공신들에게 원하는 자리를 줘야 하니 소위 `적폐식` 방법도 동원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불거진 환경부 `블랙 리스트`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분권·협치가 우선되는 선진정치를 위해 과도한 대통령 인사권은 제한해야 한다.

두 명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전임 대법원장이 구속된 나라는 정상국가라 할 수 없다. 우파건 좌파건 1987년 이후 집권세력은 국가 시스템, 즉 헌법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절대 권력이 주어지면 그 전리품을 즐기기만 했다. 모든 대통령들이 선거 공약에는 개헌을 말했지만 실천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극한 대립, 전 정권의 모든 것을 적폐로 치부하고 죽이고 파괴해야 내가 사는 극한 정치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지금 문재인 정권도 3년 뒤 또 적폐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나친 대통령 권력은 과도한 국가주의로 연결된다. 과잉 국가주의는 자연스럽게 과잉 규제로 이어진다. 비만을 막겠다고 `먹방`을 규제하고 외모 지상주의를 고치겠다고 걸 그룹도 규제한다. 주민통제에 있어 남북한은 한 형제임을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한국의 GDP규모는 세계 11위지만 규제 순위는 95위로` 안돼! 공화국`이라고 한다. `국가주의 해체 담론`은 개헌을 현실적 목표로 다음 2022년 대선에서 공론화되어야 한다.

은행에서 번호표 뽑는 단순한 기계 하나로 창구의 혼란과 무질서는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고 내각 구성을 (부분적으로) 할 수 있게 해도 대한민국은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이젠 분권과 협치를 논해야 한다. 하지만 절대 권력을 늘 탐하는 정치인들에게 이 문제를 맡겨놓을 수 없다. 가장 낙후된 분야인 `한국 정치`에 나와 내 후손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즉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2022년 대통령 선거 화두는 개헌과 분권, 협치의 `7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

강병호(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