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공수처 추진 등 밀어붙이기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정권을 빼앗기고 나니 우리가 만든 정책노선이 아주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봤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민주당 창당 기념식에서 밝힌 장기 집권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유다. 그는 올해 초에는 21대 총선 압승과 차기 대선 재집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 집권`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총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에 여당 당대표를 지낸 정치인을 기용한 것이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패스트트랙 즉, 선거법 개정과 공직비리수사처 도입 추진 등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장기 집권론은 과장된 구호만은 아닌 것 같다.

정당이 장기 집권을 위해선 확실한 국가 비전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국정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 정치는 실종되고 `조국 사태`에서 보여주었듯이 극심한 진영 갈등으로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흥미로운 건 이런 위기 상황에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0%대에 육박하는 등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결정되기 전에 이미 민심을 잃고 제왕적 대통령 자리에서 수직 추락한 것과 대조된다. 문 대통령의 정국 주도의 원천은 대중의 자발적 동의(同意), 즉 헤게모니(hegemony·패권)이다. 이탈리아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그람시(A. Gramsci)는 헤게모니를 시민들의 자발적 동의와 국가기구의 강제력을 합쳐 정치적 지배를 굳히는 능력으로 보았다. 이러한 동의는 대중들의 신념과 가치, 신화(Myth) 등 이데올로기에 의해 견고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의로운 정부`라는 신화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자유한국당을 `친일 수구`, `적폐 세력`으로 낙인찍는 전략을 취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듯이 정의와 평등이라는 신화는 헤게모니 전략의 핵심이었다. 신화는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담론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수단이다. 구조주의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신화를 하나의 기호로 접근했다. 그는 신화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게 만드는 잘 짜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신화가 사람들로부터 정당성을 얻기 위해 기호화 과정을 거친다고 보았다. 기호의 의미에 이데올로기가 개입하면서 기호는 마침내 신화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정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유재수 감찰 무마`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청와대 인사비리 등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감찰 중단에 대해 "비위 근거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고, 앞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선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라고도 주장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폭로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강변했다. 이전 정권에 대해선 거침없던 잣대가 왜 자신들을 향할 때는 달라져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남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사자성어가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당정이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장기집권을 외친다면 따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외교는 불안하며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고 있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기에 집권 여당이 20년, 50년 100년 장기 집권론을 얘기하는 것은 오만이며 시기적으로도 적절치도 않다. 무엇보다도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세 차례 잇달아 패배한 자유한국당이 뼈를 깎는 자성과 환골탈태를 통한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채 여권의 `장기 집권론`에 힘을 보태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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