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태희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정태희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정태희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30년 전 대전에 발을 디딘 이후 일반인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밸브산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정태희(63) 삼진정밀 대표. 지난달 16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 임명된 그가 모금회 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지역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해온 덕에 그의 이력은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다. 대전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후원회장, 정부조달우수제품협회 부회장, 중소기업융합 대전세종충남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역량을 발휘했다.

"역량이 부족한데(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시켜 주셨네요. 요즘 투잡 뛰는 기분이에요. 제가 좀 뺀질이(?) 체질이라. 하하."

지난 2일 대전일보 사옥 1층 랩마스에서 만난 그는 소탈하게 지나온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대표`나 `회장`이라는 직함이 무색하게 넥타이는 사양했다. 대신 필요할 땐 언제든 맬 수 있도록 흰 셔츠를 챙겨 입는 매너가 마지막 타협선일지 모른다.

어린 나이에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가 밸브산업 불모지였던 대전에서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고독한 시간을 견디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래서 때로는 "외로웠다"고 고백한다.

"촌사람이 용 된거죠 뭐. 그런데 서울에 유학가 있던 게 성격을 외롭게, 소심하게 바꿨던 것 같아요."

취임 후 2주 동안 모금회 안팎 공부에 몰두한 모양이다. 구체적인 수치들을 속속 꿰고있어 모금회 내부 살림과 대외활동을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 지역 모금현황을 살펴봤습니다. 대전은 대기업이 있는 곳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돋보이는 게 시민참여더라고요.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주셨고, 중소기업 기부가 57% 정도 됩니다. 타 시도만큼 큰 기업 뭉칫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대전에 뿌리내리고 지내온 만큼 누구보다 지역 사정에 훤하다. 그래서 스스로 해야 할, 또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선 1억 이상 기부자 수를 늘릴 수 있도록 (가입을) 설득해야겠죠. 대전에 IT벤처, 바이오벤처 강중소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동시에 단돈 1000원이라도 소액기부하는 풀뿌리 나눔을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도우려면 목돈으로 크게 도와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려야지, 잘못하면 모금회가 부담주는 기관이 될 수 있어요"

정 회장은 연신 모금회장직을 오랫동안 역임한 안기호 전 회장의 공을 언급했다.

"잘 못하는(?) 회장님 뒤에 들어와야 하는데 부담이 되죠.(웃음) 아직도 저는 실무자라 연구개발 참여하고, 국내외 영업현장을 다니니까 가족들은 건강 걱정하기도 해요. 그래도 나눔으로 느끼는 성취감이 그런 부분들을 상쇄시켜 줍니다. 모금회 통해서 대전의 어려운 사각지대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저도 이제 60대 중반으로 나아가는데 성과에 대해서 걱정은 하지만 `보람도 있겠구나` 싶어요. 인생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개인적으로도 좋은 이정표가 될 것 같습니다."

특유의 겸손함과 성실함이 기부에서도 빛을 발했다. 대전 아너소사이어티 5호, 지역 기업인으로는 첫 가입이다.

"대전이 시세(市勢)에 비해서 고액기부자가 너무 적어요. 그리고 충청도 사람들은 남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고 선행을 하고도 알려지는 것에 대해 수줍어해요. 저도 남사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루두루 알게해서 좋은 일에 동참하고 그런 것들이 필요해요. 아이들한테도 `착하게 살아라` 하는 것보다 기부 한번 같이 하는 게 가정교육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현관문 앞에 `착한가정` 현판 걸어두고 오며가며 생각하고. 저희 아이들도 다 나눔리더 가입 시켰습니다. 큰 돈 기부보다는 `착한기업`, `착한가정`, `착한가게` 처럼 끝전 떼서 하는 것부터 붐업(Boom up)하는 게 대기업에서 수억씩 이끌어내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관심과 행보는 사진동아리 활동에 매진했던 대학시절과도 닮아있다. 지역 예술가들을 후원해 하우스콘서트를 열거나 청년작가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제가 큰 돈 버는 사람도 아니고, 돈의 가치라는 게 많아서가 아니라 관심인 것 같아요. 물감이 없어서 그림 못 그리는 분들도 많거든요. 메세나 활동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소통이고, 관심이죠."

일선현장을 뛰며 모금과 배분사업에 땀 흘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을 치켜세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외연을 넓히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내부적인 일이야 공동모금회 직원들이 워낙 잘해요. 저를 좀 `이용하라`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공동모금회 직원들이 중앙회에 못하는 얘기를 전달하고 밖에 나가서 영업해야죠. 직원들이 행복해야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 정태희 회장은 - 국내 밸브산업 1위 성공주역…기부계 큰손



정태희 신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1958년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시골집 작은 방 하나에 모여 살다가 초등학생 때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초등학교 때 서울 외가로 보내져 서울 영본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선린중학교에서 2학년까지 다니다가 중학교 3학년 때 대전에 와 대성중학교를 다녔다.

단국대 경영학과와 대학원(경영학 석사) 졸업 후 또다시 대전으로 금의환향해 1991년 삼진정밀을 차린 뒤 치열한 젊은 날을 보냈다. 자금 1500만 원으로 15평짜리 작은 공장을 빌려 (주)삼진정밀을 차리고 대전에서 밸브산업을 처음 시작했다.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 전시회를 며칠 앞두고 터져버린 밸브를 두 시간동안 발바닥으로 막고 버텼다. 낮에는 전국을 뛰어다니며 판로를 넓히고, 밤이 되면 스패너를 들고 작업장으로 돌아와 일에 몰두했다. 그렇게 탄생한 삼진정밀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초장밀 밸브를 납품하고, 영하 196도에서도 동작하는 초저온 밸브를 개발해 산유국에 수출하는 등 전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내년이면 창사 30주년을 맞는 어엿한 밸브업계 1위 기업 반열에 올랐다.

정 회장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인연은 꽤 깊다. 20년 동안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눔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5호 회원으로 가입해 통 큰 기부를 하는가 하면, 삼진정밀 직원들이 1년 동안 월급 자투리를 모은 금액에 정 회장이 그 금액만큼 사비를 보태 연말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예술 애호가로 메세나 활동에도 참여했다.

11년째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음악회를 주최하고 있으며, 지역 극단을 꾸준히 후원했다. 도움이 필요한 청년 예술가들을 찾아 해마다 5000만 원에서 1억 원씩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대전예총이 시상하는 예술공헌기업가상 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30년 가까이 사업에 매진해온 정 회장은 밸브산업 1위라는 영예에 안주하지 않는다. 여전히 빠르게 변하는 산업현장 최전방에서 변화와 발전을 꿈꾸고 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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