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헌 인아트 대표
엄태헌 인아트 대표
뉴질랜드에는 은퇴한 남성들이 취미 생활을 즐기고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곳이 있다고 한다. `남자의 헛간(Men`s Shed)`이라는 곳인데, 개인이 쉽게 살 수 없는 기계나 대형 장비를 구비하고 있어, 이곳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가구나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은퇴하고 소일거리를 찾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활력도 되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위로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이 `남자의 헛간`이라는 곳은 이미 뉴질랜드에 50곳이 생길만큼 인기라고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며,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자리를 잃고 일상생활의 규칙이 사라지게 되는 순간, 많은 이들은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이들에게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목공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것의 즐거움, 여기에 필요한 물건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경제적인 장점까지 지닌 꽤 유용한 선택지다.

뉴질랜드의 `남자의 헛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은퇴이후 물러나서 숨는 것이 아니라 재충전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일을 원하는 이들의 니즈를 반영한 덕분일 것이다. 은퇴가 아니더라도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도 목공은 꽤 흥미로운 주제인 듯 하다. SNS에는 #목공 #목공원데이클래스 등의 해시태그로 수 많은 피드가 등장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나 1인 가구는 물론 취미와 연관된 크고 작은 물건을 만드는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나 이슈를 반영하듯, 산림청은 목재 문화 활성화를 위해 `목공창작공유센터`를 열어 목공인이나 예비 창업자 등 일반인을 위한 시설을 만들었다. 또한 한국문화재재단은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를 열어 무형문화재 보유자, 대한민국 명장들에게서 직접 전통 목공예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열었는데, 단 며칠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연령과 세대를 넘어, 성별을 넘어, 목공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아마도 손으로 만드는 경험의 소중함과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며 몰입하는 시간이 현대인들에게는 꼭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Do it yourself의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추는게 아니라, 경험과 체험에 포커스를 맞춘 Play it yourself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결과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춘 PIY의 시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추억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가치를 얻는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이 너무 빠르고 각박하게 변화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인아트는 가구를 조립하고 페인트를 칠하며 나만의 가구를 만드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뭔가를 만드는 동안 필요없는 생각은 사라지고 작업에만 몰두하게 되는데, 이런 시간이 정신적인 치유의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빠르고 복잡 하기만 한 매일의 삶 속에서 이런 휴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필요한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 건 꽤 보람있는 일이다.

또한 매년 가족이 함께하는 PIY 행사를 열때마다, 많은 분들이 완성된 가구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느꼈던 행복과 직접 만든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고 말한다. 가족이 함께한 시간은 오랫동안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구는 마치 나이테처럼 가족이라는 기둥이 튼튼하게 뿌리내리도록 도울 것이다. 앞으로 좀더 많은 분들이 체험의 즐거움을 느끼며, 가까운 곳에서 쉽고 편하게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엄태헌 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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