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부샤르(Bouchard) 명칭을 사용하는 부르곤뉴 메종은 2개가 있어 혼동을 유발합니다. 직물상을 하던 가문이 1731년에 볼레(Volnay)에 정착 후 와인 판매도 겸하면서 부샤르 뻬르에피스(Pere et Fils, 아버지와 아들)가 출범하였고, 2대째 장남 조셉(Joseph) 부샤르가 본격적인 네고시앙을 설립한 1750년을 시초로 삼은 4대째 장남 떼오도르(Theodore) 부샤르가 1828년 독립하면서 시작된 부샤르 에네에피스(Aine & Fils, 장남과 아들)가 있습니다.



부르곤뉴에서 와이너리 역사가 가장 깊은 메종 샹피(Champy, 1720년 설립)에 이어 2번째인 부샤르 뻬르에피스는 1775년 볼레의 포도밭 구입을 시작으로 프랑스 대혁명으로 압수된 수도원과 귀족들의 포도밭 경매에 참여해서 소유지를 확장했습니다. 1791년에는 루이 14세 출산 예언으로 하사받은 본에서 가장 뛰어난 수도회 포도밭, 비뉴 드 랑팡 제쥐(Vigne de l`Enfant Jesus, 아기 예수 포도밭)도 품에 넣었습니다.



1820년에는 루이 11세가 15세기에 건립한 왕실의 요새, 샤또 드 본을 인수하여 본사로 삼았습니다. 샤또 드 본의 지하 까브는 7미터까지 달하는 두터운 성곽으로 이상적인 저장고 역할을 하며, 19세기 와인 2,000병을 포함한 수백만 병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2016년 9월 3일 홍콩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뫼르소 샤름(Meursault Charmes) 1846년이 15,496유로(약 2천만원)에, 샹베르땡(Chambertin) 1865년이 35,219유로(약 4,700만원)에 팔렸습니다.



1995년 샴페인 앙리오 가문에 인수되었지만, 부샤르 9대손이 경영에 참여합니다. 2005년에는 본 북쪽의 사비니-레본에 꼬뜨도르 와인 100여개 크뤼를 위한 100% 중력방식으로 작동되는 현대식 양조장, 쌩-뱅상(Saint-Vincent)을 건축했습니다.



현재 본을 중심으로 꼬뜨도르에만 최대 규모인 130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랑크뤼(12ha)와 프르미에크뤼(74ha)의 비중이 2/3에 달합니다. 소유지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도멘 와인으로 연간 60만병이 생산되며, 구매한 포도로 만든 메종 와인을 포함하면 300만병을 판매합니다. 비슷한 규모의 부샤르 에네에피스까지 더하면, 600만병 최대 생산의 메종 루이 자도와 비슷합니다.



2019년 11월 부르고뉴 여행에서 방문한 부샤르 에네에피스의 본사는 1743년 본의 해자 외곽에 최초로 건축된 거주지로서 루이 15세의 고문 역할을 했던 빠리소 드 쌍뜨네(Parisot de Santenay)의 거소, 호텔 뒤 꽁세이에 뒤 화(Hotel du Conseiller du Roy)에 위치합니다.



일찍이 1810년부터 벨기에 등 북유럽 수출을 시작한 부샤르 에네에피스는 1890년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까지 30여개 국가로 확장하여 부르곤뉴 최대 와인수출 기록을 달성하였고, 1993년 와인 그룹 부아셋(Boisset)에 인수된 이후로도 생산량의 83%를 수출하는 글로벌한 메종입니다. 한국에서도 부샤르 뻬르에피스(수출 비중 56%)보다 부샤르 에네에피스가 접하기 쉬워 보입니다.



부샤르 에네에피스의 까브는 와인 감상의 오감 중에 가장 설명이 어려운 촉감에 대한 자료를 잘 준비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료의 촉감을 와인과 대비해 가죽(꼬르똥), 인조가죽(뫼르소), 모피(끌로드부조), 비단(샹볼-뮤지니), 벨벳(뽀마르), 금속(어린 샤르도네)을 매칭시켜 직접 만져보게 했더군요.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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