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김훈 지음·푸른숲·224쪽·1만 5000원)

작가 김훈이 2005년에 쓴 동명소설을 고쳤다. 이야기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손봤다. 단어는 물론 구도와 서사까지 전반적으로 다듬었다.

작가는 개정판 서문에 "큰 낱말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거칠게 몰아가는 흐름을 가라앉혔다. 글을 마음에서 떼어놓아서 서늘하게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적었다. 또 "이야기의 구도도 낮게 잡았다. 편안한 지형 안에 이야기가 자리 잡도록 했다"며 "2005년의 글보다 안정되고 순해졌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설은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진돗개 `보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댐 건설로 수몰을 앞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보리는 보리는 주인할머니 부부와 살던 곳이 물에 잠기면서 바닷가에 사는 작은 아들네로 옮겨가고, 그 곳에서 새 주인 가족과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어부인 주인이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고 가족마저 도시로 떠나면서, 옛 주인할머니와 남아 새날들을 앞둔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다.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인 소설 `개`는 제목 그대로 전지적 개 시점으로 인간사를 비춰낸 우화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작가의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을 흥과 위트 넘치는 문체에 담아냈다. 오직 네 발바닥으로 세상 속을 달리며 제 생을 받아들이고 힘차게 살아내는 진돗개 보리의 삶과 보리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 속에 세상 모든 존재가 감당하는 삶의 빛과 어둠을 두드러지게 새겼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는 화가 김호석이 새롭게 그린 작품 표지다. 작품 표지에는 바다로 떠난 주인을 기다리며, 작은 기척도 놓치지 않으려 한껏 귀를 세운 보리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화가는 인간 곁에서 희로애락을 묵묵히 함께하는 주인공 `보리`를 생각하며 그렸다. 뿐만 아니라 집과 호수, 바닷가를 오가며 살핀 풍경도 화폭에 함께 새겼다.

인생은 다시 쓸 수 없지만, 소설은 다시 쓰인다. 처음 읽는 독자라면 새로운 이야기를, 이미 읽은 독자라면 작가가 걷어내고 다듬은 소설 속 생명들의 또 다른 삶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박상원 기자·이태민 수습기자



<김훈 작가는>

1948년 서울 출생. 휘문고 졸업, 고려대 중퇴.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의 언론사를 거치며 기자로 활동해 왔다. 1994년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으로 데뷔해 2001년 출간한 `칼의 노래`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꾸준히 새로운 작품들을 집필했다. 대표작으로는 `칼의 노래`를 비롯해 `현의 노래`, `화장`, `남한산성`, `공터에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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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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