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쓸모 (샹커 배단텀, 빌 메슬러 지음·이한이 옮김/ 반니 / 316쪽 / 1만 8000원)

사후에 힘들었던 과거 삶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고된 현실을 버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린 그들에게 천국이나 환생은 없다고,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줘야 할까?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희망을 잃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면, 진실이 그들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까?

저자는 착각이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들을 토대로 예의상의 말부터 건강, 마케팅 나아가 종교와 국가에 이르는 삶의 전반에 착각과 자기기만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착각이 오히려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즉, `자기기만`을 통해 자신을 발전 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저자가 정의하는 자기기만은 잘못된 믿음을 고수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속이는 말이다.

저자는 특히 자기 기만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예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의례적인 인사가 있다. 회사에 출근해 동료에게 "주말 잘 보냈어요?"라는 친근한 질문 말이다. 우리가 이러한 표현을 모두 진심을 담아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과 돈독한 관계라는 가상의 유대를 형성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기기만은 긍정적인 신체적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강조한다. 싸구려 와인을 비싼 가격표에 붙여 마시게 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값싼 와인을 마신 사람도 비싼 와인을 마신 사람과 동일하게 쾌락을 경험할 때 켜지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됐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현실 세계의 진실과 거짓이 뇌의 반응을 판단하지 않으며, 자기기만이 신체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또, 저자는 자기기만은 불안을 없애주는 역할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죽음을 마주하면서 공포와 불안을 피하기 위해 수 많은 자기기만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대한 피라미드 건축물부터 다양한 종교 의식은 인간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해온 유구한 흔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자신이 결코 합리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거짓말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모든 종류의 자기기만을 이해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에게 유용한 자기기만의 역할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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