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소 (유병록 지음/ 난다 / 172쪽 / 1만 3000원)

"살아가면서 소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지금까지 소에게 진 빚을 갚지 못했고, 앞으로도 갚지 못할 생각이 마음이 아픕니다."

충북 옥천에 사는 유병록 시인이 소(牛)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알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소와의 일화를 떠올리는 일은 부모님의 삶을 유추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외양간의 소가 한두 마리 늘어날 수록 부모의 일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강하고 논밭에서 일하고 달구지를 끌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지쳤다고 해도 쓰러지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일하고 자신의 소임을 다할 뿐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저자도 소처럼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번 저서는 총 3가지 테마로 나뉜다. `소와 함께 살았소`와 `소를 타고 왔소`, `소가 그립소` 등으로 소와의 추억을 얘기한다. 또, 그는 소가 자신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적 소에게 여물과 사료를 주고 가끔 송아지를 낳는 일을 돕기도 했다.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읍내 우시장에 소를 내다 팔고 그 돈으로 땅을 사고 학비를 보태고 자취방을 얻을 수 있었던 내용까지 소가 없었다면 자신의 성장은 없었다고 한다.

저자에게 소는 단순히 이익을 얻는 수단이 아닌 가족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글에서도 인간 중심적으로 서술한 것이 아닌 소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저자는 언제나 소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기만 할 뿐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저 소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다.

이 책에는 산문 외에 소를 테마로 한 시 6편도 실려있다. 저자가 어디에도 발표한 적 없는 창작시로 각 부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 역할을 한다. 저자의 산문과 시를 읽다 보면 마음 속 깊이 감춰졌던 감정들이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다. 결국 저자가 다룬 소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삶을 관통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소의 눈에 미친 저자의 이야기를 동시에 보면서 우리가 사는 것과 소가 사는 방식이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살아오면서 소에게 많은 빚을 졌고 큰 도움을 받았다. 소가 나를 태우고 여기에 왔다고 말하고 싶지만, 오히려 나는 소의 피와 뼈를 밝고 여기에 와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한 저자의 고백이 또 다른 울림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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