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Zoom in) 건설업계 '자재 리스크'
레미콘, 시멘트도 줄줄이 인상
수급 불균형 악몽 재연 우려

15일 세종시 금남면 집현중학교 신축 공사 현장. 철근 대란으로 당초 목표한 준공일 보다 30일 늦춰졌다. 사진=박우경 기자
15일 세종시 금남면 집현중학교 신축 공사 현장. 철근 대란으로 당초 목표한 준공일 보다 30일 늦춰졌다. 사진=박우경 기자
지역 건설업계가 `자재 리스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건축 필수자재인 철근은 올 상반기 한차례 품귀를 빚으며 가격이 급등했고 레미콘, 시멘트도 줄줄이 몸값을 올렸다. 대란(大亂)에 가까운 자재부족 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추석명절 이후 찾아올 수요 집중기 수급 불균형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를 감돌고 있다.

국내에서 연초 t당 70만 원(SD400·10㎜)이던 철근 가격은 5월 중순 97만 원까지 올랐다. 철근 값이 t당 90만 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5월 이후 13년 만이다. 6월엔 2배에 육박하는 130만 원으로 거래되는 폭등세를 보였고 덩달아 구조용H형강, 냉연강판 등 철강제품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철근을 확보하려는 자재구매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철근은 여름철 장마 등 계절적 비수기를 지나며 7월부터 가격이 떨어져 이달 현재 t당 11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고점을 찍고 내려섰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10-11월 자재 수요가 변수로 꼽힌다. 가을철 본격적인 토목·건축 공사 시작과 함께 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후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파업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대제철 등 연관기업 생산라인 차질까지 설상가상으로 겹칠 경우 올 상반기 전례를 넘나드는 수급 불안이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건설현장에 철근 공급의 12%를 책임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충남)의 불법점거·파업이 20여 일 넘게 장기화하면서 가동 중단,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작용 시나리오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레미콘도 원자재인 시멘트 가격 상승과 운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최근 4.9% 인상을 결정했다.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10월부터 굵은 골재 기준 ㎥당 현재 6만 7700원에서 7만 1000원으로 오른다. 시멘트는 지난 7월 5.1% 오르며 t당 7만 8800원을 기록했다. 시멘트 업계는 원자재인 유연탄값은 물론 운반비가 인상돼 제조원가가 상승한 반면 시멘트 가격은 10년 가까이 동결돼 왔다며 가격 인상을 주장해왔다.

초유의 건축자재 수급혼란으로 대전과 충남 등 수십여 곳의 크고 작은 현장에서 공사 중단이나 공기 지연 등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준공 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설공사의 특성상 공사 중단으로 일정이 늦춰지면 배상금 성격인 `지체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공사로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재값 인상분을 감수하고 공사를 이어간다. 하지만 준공 후 시행사 또는 신탁사와 자재 가격 상승분을 포함한 공사비를 최종 정산하는 과정에서 반영 여부를 두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역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를 하는 시공사 입장에선 자재값이 오르는 것보다 공기를 못 맞췄을 때 내야 하는 지체상금이 더 커 웬만하면 공사를 끌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를 대로 오른 자재값을 안고 공사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준공하고나서 시행사로부터 공사비 추가분을 제대로 정산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업체들이 속만 태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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