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대전수의사회장
정기영 대전수의사회장

개의 치아는 기능과 형태에 따라 앞니, 송곳니, 작은어금니, 큰어금니 등 네 종류로 이뤄져 있다. 개도 사람처럼 이갈이를 통해 모든 치아가 빠지고 새로운 치아가 나게 된다. 치아의 종류와 배열을 표현하기 위해 윗턱과 아래턱을 좌우로 나누어 앞니-송곳니-작은어금니-큰어금니 순서로 치아를 표기한다. 이갈이 전의 강아지는 3-1-3, 즉 앞니 3개, 송곳니 1개, 작은어금니 3개라는 뜻이고, 이갈이 후에는 3-1-4-2, 3-1-4-3, 즉 위턱은 앞니 3개, 송곳니 1개, 작은어금니 4개, 큰어금니 2개, 아래턱은 큰어금니 3개라는 뜻이다. 이처럼 치아를 4등분해 순서를 매겼기 때문에 이갈이 전의 치아는 총 28개((3+1+3)×4)이고, 이갈이 후의 치아는 총 42개((3+1+4+2)×2+(3+1+4+3)×2)가 된다.

태어나서 유치는 3주령에서 12주령까지 나게 되고, 이갈이는 보통 3개월령부터 7개월령까지 진행된다. 간혹 유치가 빠지지 않고 영구치와 같이 있는 잔존유치 상태가 되면 치석이 잘 쌓이는 원인이 되고, 영구치의 위치변화로 인해 입 안에 상처가 날 수 있으며, 부정교합이 생겨 턱 위치가 비정상적으로 될 수 있으므로 유치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마취 후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유치와 영구치가 교환되는 이갈이 시기에는 큰 사고가 나기 쉽다. 사례를 들어보자. 이제 막 접종을 마친 이갈이하는 강아지를 다급하게 응급실로 데려왔다. 이 강아지는 쇼크 상태였다. 보호자와의 문진에서 전선을 씹었고,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고 한다. 남편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스로 전선에서 떼어낸 후 응급실에 데려왔고, 며칠의 집중 치료 후 다행히 퇴원할 수 있었다.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뻔한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어린 강아지에게만 나타나는 사고는 아니지만, 주로 이갈이 시기에 간지러운 치아를 해결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물어뜯다가 하필 전선을 씹고 사고로 이어진 경우다.

만약 우리 집 강아지가 위와 같이 전선을 씹고 쓰러진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전류가 흐를 수 있으니 강아지를 바로 만지는 것은 삼가야 한다. 보호자도 감전될 수 있으므로 전기 공급을 차단하거나 절연 장갑 등을 사용해 강아지의 입에서 전선을 분리한다. 그 다음 담요로 안전하게 감싸서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

감전된 강아지의 손상 정도는 전류의 강도, 전압 및 접촉 시간에 따라 다르다. 약한 전류라 하더라도 광범위하게 화상을 일으켜 구강 내 조직이 괴사되거나 궤양이 생길 수 있고, 심한 충격을 입으면 뇌, 심장, 폐, 위장관 등이 손상될 수 있다. 강한 전압은 경련과 발작 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한 경우 골절 및 인대 손상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보통 폐가 손상되면 폐부종, 폐출혈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당장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서서히 호흡곤란이 발생해 산소를 공급받으며 며칠 동안 입원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입 안의 화상은 진통제, 항생제, 부드러운 음식 등으로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부정맥, 마비, 뇌손상, 즉시 사망하는 등의 불상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갈이 시기뿐 아니라 이것저것 무는 습관이 있는 강아지라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코드를 다 뽑아놓거나, 건전지나 삼킬 수 있을 만한 위험한 물건들은 애초에 접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고란 언제나 예기치 못할 때 한순간의 방심에서 비롯한다. 우리와 함께하는 이 예쁜 생명체를 방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작고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