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문재인 대통령 공약
충남-전북 이해관계 엇갈려
차기 정권 국정과제 반영을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낙동강 하굿둑이 지난 18일 건설된 지 35년 만에 상시 개방됐다. 이는 곧 인공 구조물에 물길이 막혀 썩어가던 낙동강 하구의 자연성 회복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바닷물을 하굿둑 상류로 유입시켜 기수역(강물이 바닷물과 섞이는 곳)을 조성하고,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를 열고, 낙동강 시대의 출발을 선언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공약으로 1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하굿둑 개방에 맞춰 지난 18일 SNS에 "하굿둑과 4대 강 보로 강물이 막힌 대한민국의 다른 강들에도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자연스럽게 금강에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다만 집권 기간 내내 침묵하다가 퇴임을 두어 달 앞둔 시점에 뒤늦게 `다른 강`을 언급해 아쉬움을 남게 한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이미 금강하구의 해수유통을 약속했다. 당시 서천 국립생태원 건립현장을 방문해 "지난 총선 공약이 낙동강 환경복원이었는데 지금 서천군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대선 후보로 선택되면 대선 공약으로 해수유통을 거론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하굿둑 개방 약속은 낙동강에는 보증수표가 됐고, 금강에는 공수표가 됐다.

금강 하굿둑 개방 문제는 인접한 두 광역단체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니 해결책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금강 하굿둑의 부분 개방을 통한 해수 유통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전북도와 군산시는 염분 유입을 이유로 해수 유통에 부정적이다. 농업용수와 군장 국가산단의 공업용수 공급 차질로 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낙동강과 달리 금강은 논쟁만 일삼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이러는 사이 1990년 준공된 금강 하굿둑 부근은 상류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쌓이면서 수생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금강 하구의 수질은 1992년 3등급에서 2019년에 6등급으로 떨어졌고, 뱀장어 등 회유성 어류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최근에는 청산가리의 100배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이 금강하구호에서 검출되기도 했다. 금강 하굿둑 문제는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농·공업용수로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하구호가 오염될 수도 있다.

낙동강의 수문 개방은 금강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낙동강은 2019년부터 이어진 장기간 개방실험에서 장어가 잡히고, 기수 어류가 관찰되기도 했다. 금강도 하굿둑을 개방해 해수가 유통되면 수질이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금강의 하굿둑 개방은 이해관계가 얽힌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정부와 충남, 전북 등 금강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가 거버넌스를 형성해야 하다.

이참에 대선 주자들에게도 금강 하굿둑 개방에 대해 제대로 다짐을 받아놔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충청권 공약을 통해 금강 하구 생태 복원을 약속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의 폐기를 예고했지만 하굿둑 개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금강 하굿둑 개방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차기 정권의 국정과제로 반영해야 한다. 금강의 생태 복원과 자연성 회복은 이제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가 됐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금강도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지금이 바로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자세로 임해야 할 시기다.

금강하굿둑. 사진=대전일보DB
금강하굿둑. 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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