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김경태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친구야, 잘 지내지?"

전화기 너머로 친한 고등학교 동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진로 문제로 상의 좀 하려고 그래. 우리 아들이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도통 안 해서 조종사나 시킬까 하는데…."

"그래? 그럼 앞으로는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나?"

"이제부터는 열심히 하겠다고 하네. 그런데 조종사가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나?"

"친구야, 나도 이 나이까지 공부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

"조종사가 공부할 게 그렇게 많아?"

조종사에 대한 편견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비행 훈련을 시작하면 단기간에 학습해야 할 내용이 많다. 항공역학, 기상 등의 기본적인 이론과 항공기 시스템 및 운영 절차를 공부하고 조종 실기 훈련을 받는다. 비행훈련을 마치고 조종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서 조종사로서 완성된 것은 아니다. 면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조종 교육을 마치고 교관이 되면 공부할 것이 더 많아지고, 항공사에 입사하면 극한의 수준까지 공부해야 한다. 물론 조종기술도 어려워진다. 기장이 된 후에도 공부와 시험은 끝나지 않는다. 직업의 세계에 들어서면, 시험 범위도 없고, 이끌어주는 선생님도 없다. 모든 것은 본인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모두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 비행학교 시절, 의사 부부가 비행훈련을 마치지 못하는 이변이 있었다. 공부로 말하자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사람들이었지만 조종에는 소질이 없었다. 활주로로 이동할 때, 비행기를 똑바로 조종하지 못해서 반대 방향에서 오는 비행기와 부딪치기 일보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고, 배수로에 빠져서 정비사가 비행기를 끌어낸 적도 있었다. 학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조종사에게 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있다. 조종사 신체검사는 매우 엄격하다. 일상적인 신체검사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높은 지능이나 스포츠를 잘 할 수 있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비행기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예측해서 손과 발로 추적하는 능력은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종하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계산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종사는 꼼꼼하면서도 급하지 않고 여유 있는 성격의 소유자에게 적합하다. 비행 중 만나게 되는 불안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욱더 그렇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은 곤란하다. 리더로서 또는 팀원으로서 동료와 원만하게 과제를 수행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조종사는 비행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넘친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대화를 하든지 결국 비행 이야기로 대화를 마친다.

개인적으로, 조종사는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공 분야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섞어찌개` 이다. 비행기 매뉴얼이나 항공자료는 모두 영어로 쓰여 있고 전 세계 공항에서 조종사와 관제사가 영어로 교신한다. 외국 항공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항공사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조종사들이 영어로 소통하며 함께 비행기를 운항하고 있다. 모든 조종사가 영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나라나 문화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조종사는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원활하게 의사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조종사의 길을 가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행훈련을 시작한 후에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중도에 훈련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고, 항공사에 입사한 후에 훈련을 마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여 계속 보완해 나간다면, 앞으로 항공 분야를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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