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충청 4.2%p 승리
지역안배 배제 인수위 실망
내각구성 충청권 홀대 안돼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터이자 민심의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연유로 중원인 충청권의 민심을 얻는 사람이 청와대에 입성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가 출마한 13대 대선을 제외하고 14대부터는 항상 충청권에서 이기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다. 충청권은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쉽게 쏠리지 않는 균형 감각을 지닌 지역이다. 그러면서도 적은 표 차이로 대선 판을 가르는 힘을 가진 곳이 바로 충청이다. 20대 대선에서도 이런 등식이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충청권 주민들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174만 7755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160만 143표를 줬다. 이 후보보다 윤 후보에게 14만 7612표를 더 밀어준 것이다. 충청권의 근소한 표 차이는 결국 대선 판세를 갈랐다. 윤 후보가 전국적으로 0.73% 포인트 차이인 24만 7077표를 더 얻었는데 충청권의 14만여 표가 2위 후보에게 갔으면 대선 결과는 뒤바뀌었다. 숫자놀음 같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만큼 충청권의 표가 윤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비호감 대결로 불렸던 20대 대선은 결과적으로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에 대한 호감보다는 집권 여당과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부동산 정책 실패,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정권 교체 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청권에서는 비호감 대결과 함께 지역 홀대론이 바닥 민심을 흔들었다. 현 정권에 귀책사유가 있는 장차관급 인사, 혁신도시 지정, 공공기관 이전, 각종 SOC 사업 패싱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수십조 원 규모 가덕도 신공항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500억 원 규모 서산민항에 대해서는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윤 당선인이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며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른데 대한 지역민의 기대감도 섞여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윤 당선인 인수위원회와 직속 기구 인사를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인수위원 24명 중 수도권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경남이 4명, 대구·경북이 3명으로 나타났다. 충청권 인사는 단 1명 포함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인수위 산하 균형발전특위에 육동일 전 대전발전연구원장과 제천·단양 지역구의 엄태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과 영남권 인사들이 인수위에 전진 배치된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윤 당선인은 지역안배와 할당제에 대해 "자리 나눠먹기로 해서는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충청권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눠먹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홀대받지 않도록 공정하게 해 달라는 것이 충청권의 주문이다.

이 지점에서 새삼 윤 당선인 측 선거대책위에 몸담았던 지역 인사의 넋두리가 떠오른다. 충청권에서 10% 포인트 이상 승리를 기대했는데 고작 4.2% 포인트 앞선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두 자릿수 격차로 밀어줘야 충청권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데 선거 결과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당선인 측에서는 14만 표 이긴 충청권보다 171만 표를 앞선 TK(대구·경북), 98만 표 앞선 PK(부·울·경)에 더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자조 섞인 일침이 아닐 수 없다.

캐스팅보터의 비애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대선에서 충청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도 선거 이후 푸대접을 받는 듯한 인상이다. 대선 기여도로 따지더라도 충청권 14만 표가 TK의 171만 표보다 못할 게 없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내각 구성과 국정의제 선정과정에서는 더 이상 `충청권 홀대`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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