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성수기는 옛말… "일감 몰리는 봄철에도 공치는 날 많아"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원 감축… 작년 대비 일감 30% 감소

지난 12일 오전 5시 30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인력사무소에 일감을 찾기 위한 구직자들이 모여들었다. 사진=김동희 기자
지난 12일 오전 5시 30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인력사무소에 일감을 찾기 위한 구직자들이 모여들었다. 사진=김동희 기자
"4월이면 한창 잘나가야 할 때죠. 딱 일하기 좋은 날씨 아닙니까."

지난 12일 오전 5시 15분 대전 서구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박 모(60) 씨의 얼굴엔 절박함이 묻어났다. 박 씨는 "이렇게까지 일이 없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이대로라면 현장에 열흘도 채 나가지 못할 거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봄철 건설공사 성수기에도 지역 인력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건설업계가 얼어붙자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감도 덩달아 줄면서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건설단가가 상승하자 일부 공사현장에서 인력을 감축했다는 게 인력사무소 측의 설명이다.

38년째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임 모(62) 씨는 "코로나19 사태에 전쟁으로 인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봄철 건설현장 일감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며 "그 어렵다던 IMF 때도 일 평균 100명은 나갔는데 지금은 20명도 나갈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 5분이 되자 구직자들의 표정에 희비가 엇갈렸다. 인력사무소장의 판단에 따라 구직자들에게 일감이 배당된 탓이다. 인력사무소장으로부터 호명된 구직자들은 재빨리 짐을 싼 뒤 건설현장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몸을 실었지만, 남겨진 이들은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3년째 인력사무소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는 박 모(70) 씨는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한 달을 꽉 채워나갈 정도로 일이 넘쳐났는데 올해는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터지면서 4월 성수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고 토로했다.

사무실 안 남겨진 이들은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미련이 남은 탓이다. 일부는 사무실 밖에서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워댔다.

이날 인력사무소를 찾은 일용직 노동자는 모두 24명.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7명의 구직자는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끝내 일감을 찾지 못한 김 모(67) 씨는 "원자재 가격이 몽땅 올라버리니 타산이 맞지 않는 업자들은 인건비라도 줄여 손해를 메우려고 한다"며 "덕분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전 7시가 지나자 인력시장도 파장 분위기였다. 사무실 주변을 연신 서성거리던 구직자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하나둘 자리를 떴다. 김 씨는 인력사무소장에게 "일이 생기면 꼭 연락을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일찍이 인력사무소를 찾은 이 모(65) 씨도 이날 두 시간을 넘게 대기했지만 허탕이었다. 이 씨는 "일하기 딱 좋은 날인데…"라고 중얼거리더니 이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12일 오전 7시 11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인력사무소. 이날 일감을 구하지 못한 한 일용직 노동자가 사무실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동희 기자
지난 12일 오전 7시 11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인력사무소. 이날 일감을 구하지 못한 한 일용직 노동자가 사무실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동희 기자
지난 12일 오전 7시 11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인력사무소. 이날 일감을 구하지 못한 한 일용직 노동자가 사무실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동희 기자
지난 12일 오전 7시 11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인력사무소. 이날 일감을 구하지 못한 한 일용직 노동자가 사무실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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