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박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행보
주택담보대출 금리 7%대 성큼… 취약 차주 직격탄
서민 대출자 부담 완화 위해 속도조절 등 대책절실

맹태훈 취재2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맹태훈 취재2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최근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며 시장 곳곳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지 불과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어느덧 1.50%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6%대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7%대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렇게 되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7%대 진입이다. 신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후보자 시절부터 물가와 가계 부채 관리를 강조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기대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들도 연일 치솟는 물가와 미국 통화 긴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 연말까지 최소 2.0%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여파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전방위로 압박해오는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읽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벌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영세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충격으로 폐업까지 고려했던 이들로썬 연이은 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다. 올해 들어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 완화하고 지난 18일에는 전면 해제했지만, 가게 운영은 아직까지 신통치 않은 데서다. 더욱이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가 종료되는 9월 이후에는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803조 5000억 원)보다 13.2%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 의존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밤잠을 설쳐가며 공장 운영을 이어간 대다수 중소기업의 고통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코로나發 물류 병목현상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으면서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 수준으로 뛰었고 나아가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급등한 원자재 가격, 금리 인상까지 `이중 삼중고`에 이들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졌다.

집값 상승기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이나 내 집 장만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한 서민 대출자들의 걱정도 한 가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지난 18일부터 연 3.420-5.342%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3.710-5.070%)과 비교하면 3개월 새 최고 금리가 0.272%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이 기간에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 이후 변동) 금리는 연 3.600-4.978%에서 3.900-6.380%로 더 크게 뛰었다. 예컨대 은행으로부터 혼합형으로 3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경우 연간 이자 부담이 1500만 원에서 1900만 원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신규 대출자뿐 아니라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6.5%로 집계됐다. 대출자 10명 중 8명이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것으로 금리 상승기 대다수 대출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얘기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기대효과가 분명하겠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단기간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생계유지가 급선무인 서민 가계를 휘청이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부득이 금리 인상이 필수조건이어도 속도 조절 등에 세심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아직 코로나19 여파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종업원을 줄이고 대출로 버텨낸 소상공인에서부터 직장을 잃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끌어 쓴 구직자까지…. 이들의 한파는 현재 진행형으로 추위가 매섭기만 하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게 될 이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실체적인 대응책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대전지역 한 은행 창구에서 대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일보DB
대전지역 한 은행 창구에서 대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일보DB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