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앞두고 찬반 논쟁 가열
논란 중심엔 열악한 체육 인프라 자리… 훈련 공백 해소 계획 미흡
신축 야구장 건립 시 반사이익 '무한대', 전문가들 "시민 편의적 관점 접근해야"

지난 7일 대전 중구 부사동 한밭종합운동장 일대에 운동장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건설 확정을 축하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 등이 부착돼 있다. 이태민 기자
지난 7일 대전 중구 부사동 한밭종합운동장 일대에 운동장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건설 확정을 축하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 등이 부착돼 있다. 이태민 기자
대전 지역 체육인들의 요람이자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온 한밭종합운동장이 6·1 지방선거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신축 야구장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 유일 종합체육시설인 한밭운동장을 철거하는 것을 놓고 대전시장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베이스볼 드림파크`는 단순 체육시설을 넘어 도심 속 시민휴게공간을 조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졸지에 훈련 공간을 잃게 된 지역 체육계를 비롯,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한밭운동장 철거와 신축 야구장을 둘러싼 찬반 여론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봤다.

◇신(新)구장 바람, 한밭에 불다=한밭운동장은 반세기 넘게 충청권의 체육 메카로 자리해 왔다. 1960년 제41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개최를 목표로 충남도민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경기장을 세운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전국체전 4회와 전국소년체전 4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전국육상선수권대회 등 다수의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또, 대전하나시티즌(1997-2002, 2014, 2021)과 대전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2002-2014), 대전 한국철도 축구단(2014-2021) 등 축구팀이 홈 구장으로 사용한 바 있다. 대전이 낳은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과 `국민 마라토너`로 통하는 이봉주 등 다수의 체육 유망주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야구장 신축 바람이 한밭운동장으로 불어닥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1964년 개장한 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구단 중 가장 오래된 홈 구장이며, 시설 노후화는 물론 늘어나는 관중 수요를 채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역 야구 팬들의 `신구장 염원`은 2018년 대전시장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됐고, 민선 7기에서 이행에 나섰다. 당초 건립 예정지는 한밭운동장 부지였지만, 기본 계획 수립 단계에서 공모를 통해 후보지 재선정 절차를 밟았다. 5개 자치구 간 경쟁 끝에 한밭운동장이 입지선정 평가 용역 결과에 따라 최종 부지로 선정됐다. 2만 2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수용하기에 적정한 면적이고, 도시철도 2호선 개통에 따라 대중교통 접근성이 용이하며 기존 부지를 활용한 사업 실현성이 높단 점에서다.

이후 국내 유일 돔구장을 대전에 도입, 지역 랜드마크 기능도 하면서 경제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형태로 조성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시는 2019년 새 야구장을 `개방형`으로 확정하되, 향후 돔구장 증축이 가능한 형태로 짓겠다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한화이글스가 야구장 건립 비용 43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힘이 실렸다. 하지만, 기본계획안 내용과 달리 돔구장 증축이 불가한 개방형 구장으로 최종 확정됐다. 행정절차를 거치며 사업비 증가분이 크게 늘어났고, 기존 안으로 설계할 경우 실 사용 면적이 1500평 이상 줄어드는 탓이다. 다양한 의견 수렴 끝에 지난 1월 실시설계 적격자로 계룡건설산업㈜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밭운동장 잔혹사 `시즌 2`, 근본 원인은?=한밭운동장은 때늦은 찬반 논쟁에 휩쓸리며 다시 한 번 수난을 겪고 있다. 대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여야 후보들이 `철거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허태정 대전시장은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 중심엔 열악한 체육 인프라와 한밭운동장 철거에 따른 훈련 공백 해소 계획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한밭운동장에 둥지를 틀고 있던 지역 체육가맹단체들은 방을 빼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육상실내경기장 등 전문 훈련 시설이 갖춰져 있어 주요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던 지역 육상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다행히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서남부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이 지난달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 중앙심사 문턱을 넘으면서 대체 국제공인경기장 마련 문제는 해결된 상태다. 건립 이전인 2027년 이전까진 충남대·대전대, 중구 안영생활체육단지 등지에 조성되는 훈련장과 사무공간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충남대·대전대 육상트랙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질 경우 훈련이 불가해 대회 준비 등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인 경기장 인증 등 행정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일부 대체시설의 개방이 늦어질 전망임에 따라 훈련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동구·중구에 거주하는 학생 선수들의 경우 정규 수업 후 충남대 육상훈련장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됨에 따라 연습 시간이 줄어들어 경기력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야구장 신축을 촉구하는 지역 야구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엘리트·아마추어 선수 전용 구장이 없어 연습 및 대회를 치르기 위해 타 시·도로 `원정`을 떠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민선 7기 공약사업으로 12억여 원을 들여 사회인 야구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열악한 체육 인프라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최근 개장한 중구 중촌리틀야구장은 외야 인조잔디, 펜스 완충 패드 등 안전 설비가 부족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높고, 감독·심판 기록실,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갖춰지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갑천고수부지 야구장은 진입로가 좁아 인근 도로 갓길에 주차하는 탓에 통행 불편이 빚어지고 있으며, 바로 위에 한빛대교가 지나고 있어 근처까지 공이 날아가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결국 부족한 야구 인프라 보완과 시민휴게공간 조성을 위해 신축 야구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지만, 다른 체육 종목의 훈련 여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형국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찬반 갈등으로 불거진 것이다.

◇신축 야구장 필요하지만 대안 충분히 마련돼야=전문가들은 현재의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정치 잣대가 아닌 시민 편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 열악한 훈련 여건을 감당해야 할 지역 체육계에 대한 대안을 충분히 마련한 후 철거에 돌입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한밭운동장 철거로 인해 발생하는 훈련 공백은 시 차원의 노력으로 충분히 해소 가능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다. 다만, 철거 반대론자들이 공론화와 부지 선정, 용역 등 행정 절차를 모두 마친 현 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시기적으로 아쉽다는 평을 덧붙였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철거를 반대하는 이들도 공약 제시나 부지 선정할 시점에 목소리를 냈어야 했고, 대전시 역시 문제 해결 방법을 선제적으로 찾았어야 했는데 후조치가 이뤄지다보니 지금과 같은 소모전이 발생한 것"이라며 "한화이글스가 한 해 약 70만 명의 관중을 불러들여 지역 내 약 1800-2000억 원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데 베이스볼드림파크가 완공되면 수용 객석과 부가적인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지역경제개발효과는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또, "신축 야구장이 제대로 지어진다면 지역 체육 인프라 확충과 스포츠 마케팅의 주요 요충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대전역과 성심당 등 주요 관광 요소와 연계한다면 원도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대전 중구 부사동 한밭종합운동장 일대에 운동장 철거 반대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태민 기자
지난 1월 대전 중구 부사동 한밭종합운동장 일대에 운동장 철거 반대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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