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법안 상임위 상정됐으나
본회의 통과까지 갈 길 멀어
5월은 심리적 시한, 서둘 때

라병배 논설위원
라병배 논설위원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법이 5월 국회로 넘어왔다. 지난해 12월 2개 법안이 발의됐을 때만 해도 국회에서 수월하게 심의·처리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5월 국회로까지 밀려났다. 2월, 3월. 4월 처리 전망이 매 번 보기 좋게 빗나가기 일쑤였다. 특별히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법안 내용도 까다롭지 않아 여야가 의기투합만 했으면 일단락됐을 사안이었다.

이 법안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냉대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면 반짝 열정을 보이곤 했지만 그 후엔 관심을 꺼두는 식이었다. 이런 패턴은 대선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야가 앞다투어 다 해줄 것처럼 하더니 대선이 끝난 뒤엔 후속 액션을 취하는 데 인색하게 굴었다. 그만큼 절실함이 사라졌다는 증좌이고 굳이 나서려 들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할 동기부여가 약화됐음을 자인한 셈이다.

법안 하나를 매조지하는 데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선 곤란하다.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여야를 갈등케 하는 폭발적 상황들이 변수이긴 하지만 그게 핑계의 다일 수는 없다. 대화와 타협을 입에 달고 사는 여야지만 본질적으로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긴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일종의 숙명 같은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때 맞춰 해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고 그런 점에서 어느 한쪽이 앞에서 끌든 뒤에서 밀든 역할을 해줘야 한다. 세종집무실법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종의사당과 세종집무실 설치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향해 구르는 두개 수레바퀴다. 그 수레바퀴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입법이라는 필수작용이 선결돼야 하며 그래야 비로소 예산을 배분해 해당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절차가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된다.

세종집무실 설치 근거 규정을 둔 법안들의 경우 소관 상임위인 국토위에 4개월간 계류돼 있다가 지난달 25일에야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법안 처리를 위한 동작 단계에 겨우 들어선 것이다. 법안 심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법안은 두 종류지만 핵심 조문내용을 보면 거의 동어반복에 가깝다. 둘 다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분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 포함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 정도면 더 보태고 빼고 할 게 없다.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실 검토의견 보고도 완성돼 공개된 상태다. "업무의 효율성이나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성 차원에서 (세종집무실 설치가)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문구 표현 등에 대해 수정의견을 달아놓긴 했지만 법조문 성안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고려사항으로 이해하면 그만이다.

세종집무실법이 입법 완료돼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세종은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정치·행정수도로서의 위상과 권위를 획득했다. 오랜 시간 험난한 과정을 겪어가며 일군 성취이며 아울러 지역균형발전과 정치·행정기능의 효율적 융합을 위해서도 세종집무실 설치는 필수 공공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종의사당법도 그래서 빛을 보게 됐고 세종집무실법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대비한 세종시는 준비완료 상태다. 1단계로 세종정부신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고 종국에는 비서동을 포함한 집무실 건립을 위해 입지 유휴지도 넉넉하게 예비해 두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공포되면 바로 실행 가능한 투 트랙 시차 옵션이라 할 수 있다.

5월 국회는 법안 처리를 위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이번 국회마저 허송하면 그야말로 국회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법안도 하나의 제품이라고 볼 때 납품기일을 임의로 지연시키면 수요 시장을 교란시킨다. 누구보다 행정수도 완성 마케팅을 벌여온 민주당이다. 그런 정당이라면 세종집무실법을 다루는 수완도 남달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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