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대치 높았는데 실망
12개 혁신도시 인구 유입 필요
정권 초 골든 타임 놓치면 곤란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새 정부 들어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는데 그 기대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났지만 '공공기관 시즌 2'는 오리무중이다. 정부의 입장을 보면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공공기관 시즌 2'와 관련한 긍정적인 신호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이상 기류가 엿보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보면 정부의 인식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관훈클럽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과거에는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고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 격차를 줄이는데 몰두했다. 이러한 획일적인 분산 정책은 결국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원 장관과 국토교통부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지속적인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약속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4월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의 발표에서도 감지됐다. 김 위원장은 "어떤 공공기관이 갈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반대한다. 반대하는 것은 중앙정부,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설득해 나가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강제하지 않고 이해 당사자 간 합의 도출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결코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전과 충남혁신도시를 제외한 전국 10개 혁신도시에는 이미 112개 공공기관이 이주했다. 세종시 이전과 개별 이전까지 포함하면 모두 153개 공공기관이 1차 지방 이전을 마무리한 상태다. 기존의 혁신도시들은 초창기와는 달리 정주 여건이 개선되면서 제대로 도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2020년 기준 계획 인구 대비 83.6%를 달성하고 있고 가족 동반 이주율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혁신도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더 많은 인구가 유입이 돼야 한다. 혁신도시로 지정됐으면서도 아직 단 1개의 공공기관도 이전하지 않은 대전과 충남의 절박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공공기관 시즌 2에 대한 확신이 없는 듯하다. 물론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멈춤 상태에서 속도를 더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간의 희망고문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의 2차 지방이전은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면서 전국의 혁신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은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합의를 통해 매듭지어야 할 사안은 아니다. 반대 의견에만 너무 매몰돼 시작도 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공공기관 이전을 정치적인 유불리로만 판단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정부는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공기관 시즌2'의 설계도를 내놓아야 한다. 어떤 공공 기관을 언제 어디로 이전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권 초반 골든타임을 놓치면 추진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집권 기간 내내 공수표만 남발했던 문재인 정권의 전철을 밟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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