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노인정신건강 전문의인 필자는 진료실에 항상 노부부만 오다가 자녀가 함께 들어오면,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기에 몸이 불편해도 자녀에게 당신 아프다고 함께 병원에 같이 가줄 수 있겠냐고 이야기 하기 어려워한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자녀는 "교수님, 이제 저희 아버지도 깜빡깜빡하시고 어머니 외래 날짜도 약 먹는 것도 잘 못챙기시네요… 혹시 저희 아버님도… (치매가 아닐까요)?" 이런 일은 드물지 않게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온 가족이 치매를 진단받은 부모님께만 신경을 쓰게 된다. 처음에는 자녀들이 기억력에 좋다는 영양제, 운동, 인지재활 관련 책 등을 챙겨주고 자주 찾아 뵙고 전화도 드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나타나는 치매관련 신경행동증상(예민함, 우울감, 수면 장애, 망상 등)은 오롯이 또다른 노인인 배우자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대표적인 만성 스트레스로 꼽힌다. 치매환자의 배우자는 사회활동도 줄어들게 되고, 식사나 운동도 잘 챙기지 못하게 되다 보니 우울감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한평생 같이 살아왔는데, 나 아니면 누가 우리 아내(남편)를 돌보나 하는 마음으로 버틴다. 그러다가 자신의 기억력도 조금씩 떨어지지만 치매환자인 아내(남편)와 비교하며 '이건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 하면서 병을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실시한 65세 이상 노부부 1221쌍을 대상으로 13년 이상 추적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배우자는 치매가 없는 사람의 배우자보다 향후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6배 가량 높다고 한다. 특히 아내가 치매환자인 경우 남편의 치매발병 위험성이 특히 더 높아진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치매환자의 배우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배우자의 인지기능 차이는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결과를 통해 보건데, 치매환자의 배우자에 대한 인지기능 저하를 돌봄부담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치매환자 돌봄과 관련해 그 배우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들로 여러 요인이 제시된다. 돌봄부담에 따른 불균형 식단, 운동 부족 수면장애와 같은 생활습관과 이에 따른 비만,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증후군과 같은 신체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 우울감 같은 사회적 요인도 배우자의 인지기능 저하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치매를 예방할 수 있거나 인지기능을 되돌릴 수 있는 획기적인 약이 없는 상황에서, 노년기에 치매의 위험을 증가시킬 만한 요인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조정 가능한 요인이라면 어떻게든 개선해보고 싶은 것이 노인부부들의 마음이겠으나, 배우자의 치매로 인한 간병부담을 자녀에게 어떻게든 지우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 역시 크다 보니 돌봄부담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의 우려를 전한다 한들 나머지 가족들의 적절한 돌봄참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치매가 어떻게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고 계속 목격하는 치매전문의로서 필요한 의학적 처치 외에도 치매 진단 때부터 가족들이 함께 하도록 권장하고 두려움과 걱정까지도 함께 나누며 돌봄 부담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있다. 이 세상 가장 가까운 내 편이었던 한 사람의 정신이 점점 흐려지고 멀어지는 시련을 겪고 있는 치매환자의 배우자에게, 그 사람을 홀로 돌보고 지키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단순히 간병의 책임을 다루는 문제 이상으로 또 한 명의 치매환자를 만들고 방치하는 문제일 수 있다.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나, 치매환자 돌봄이 전적으로 그 배우자의 몫이 되지 않도록 자녀들을 포함한 전체 가족들의 부담까지 같이 나눠가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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