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선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정낙선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一粒一粒安可輕(일립일립안가경) : 한 알 한 알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係人生死與富貪(계인생사여부탐) : 사람의 생사와 부귀가 이 곡식에 달렸는데

我敬農夫如敬佛(아경농부여경불) : 나는 부처를 공경하듯 농부를 공경하노니

佛猶難活已飢人(불유난활이기인) : 부처도 못 살리는 굶주린 사람 농부만은 살리네

고려시대 3대 문호 이규보 선생은 신곡행(新穀行)이란 시를 통해 햅쌀을 보는 반가움과 농민에 대한 무한한 존경 그리고 감사함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당시 쌀은 백성들에게 물가의 기준이요, 봉급의 대상이자 생명과 직결된 그 시대의 가장 절실한 현실의 문제였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제사상에는 갓 지은 쌀밥, 쌀로 빚은 곡주를 올렸고 집안의 경조사는 물론 이사를 오면 이웃에게 떡을 돌리며 예를 표했다. 그만큼 쌀은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 우리 민족의 혼과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역사이자 국민경제 발전의 근간이 바로 쌀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 쌀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면 처참한 지경이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쌀 소비 감소는 2000년을 기점으로 국내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과잉생산 구조로 전환됐으며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지난해 56.9㎏으로 급감했다. 이에 반해 쌀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다 보니 역대급으로 물가가 치솟는 것과는 반대로 쌀값만 역주행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 쌀 한포에 5만5862원 하던 것이 올해 같은 시기 4만4851원으로 무려 19.8%나 하락해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세 차례 시장격리에 나서 37만t을 사들였지만, 지금 산지 창고는 쌀 재고가 넘쳐 층층이 쌓아도 빈틈이 없을 정도다. 곳간을 비워 놓지 못하면 올 추곡 수매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당장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협에서는 현재 식량안보 강화와 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기업, 소비자단체와 함께 쌀 소비촉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한(1) 달에 20㎏ 쌀 두(2)포를 3(3)개월간 구입하는 '1·2·3운동'을 비롯해 아침밥 먹기 캠페인, 고객 사은품 쌀 제공, 쌀 화환 전달 등 쌀 소비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총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 감소를 막는 건 역부족이기에 범국민의 쌀 소비촉진 참여가 절실하다.

매년 8월 18일은 줄어든 쌀 소비를 늘리고, 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정된 '쌀의 날'이다. 다가오는 쌀의 날을 맞아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곡식인 쌀 소비촉진에 국민 모두가 동참해 '밥심'으로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곧 있으면 수확철 신곡(햅쌀)이 나온다.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진정한 선진국이자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재도약하는 길. 그 작은 밑거름의 시작은 바로 지금 소중한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낙선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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