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주최로 열린 만 5세 조기 취학 개편안 철회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임은수 편집팀장 겸 지방팀장
임은수 편집팀장 겸 지방팀장

만 5세 입학에 대해 지인 10명에게 물었다. "애를 키워보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사교육을 앞당기는 꼴", "배변도 못 가리는 아이를…." 등 10명 모두 의견수렴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하자 교육계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초중고 12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만 5세 입학은 사회적 약자를 공교육이란 제도권 틀 속에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발표 하루 만에 한 발 물러섰다. 교육부 장관이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경우 폐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949년 교육법 제정이후 76년간 변하지 않았던 학제 개편인데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OECD회원국 중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26개국이다. 만 5세에 입학하는 나라는 호주와 아일랜드, 영국 등 4개국이다. 그밖에 핀란드 등 8개국은 만 7세다. 만 5세 아이들을 가르치기엔 담임교사 혼자서는 부족하다. 배변 활동도, 집중력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은 쉬운 상황이 아니다. 한국에서 만 5세 입학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영국처럼 여러 명의 교사를 배치해야 하는데, 이는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이들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1월생과 12월생의 발육과 학습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교 적응이 어려운 경우를 우려해 오히려 제 나이에 맞춰 입학을 시켰다. 실제로 12월생은 아니지만 발육이 좀 더딘 경우는 입학을 유예하고 9살에 학교를 보내기도 한다. 조기 입학이 아닌 취학유예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정부가 만 5세로 입학 연령을 낮춘다고 하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교육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불쑥 발표한 뒤 아니면 말고식의 정책은 국민들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 특히 국가의 미래가 달린 백년지대계 교육정책은 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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