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반지하 교실 '웬말'… "개교 당시 건축 고도제한 걸려"
학생들 얼굴에도 '그늘'… "서늘하고 가끔은 무섭기까지 해요"

 

17일 오후 1시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A 고등학교 반지하 교실. 육중한 벽이 창문 절반을 가리고 있어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김동희 기자

"축축한 환경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많이 받아요."

17일 오후 1시 30분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A 고등학교에서 만난 강 모(2학년) 양의 얼굴에 그늘이 짙었다. 강 양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반지하 교실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곳은 지나치게 서늘하고, 가끔은 무섭기까지 하다"고 호소했다.

한여름 햇살이 작열하는 계절에도 대전지역 일부 학교는 음습한 공기에 젖어있었다. 1987년에 지어진 반지하 교실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탓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덕연구단지에 인접해 있어 건축 고도 제한을 규제를 받았다는 게 A 고등학교 측 설명이다.

A 고등학교 교장은 "애초에 4층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고 해도 건축 고도 제한 규제에 걸려 최대 3층까지만 증축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선 지하에 땅을 파 고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시교육청 차원에서 공문을 통해 전수조사를 했고, 연차적으로 예산을 반영해 개선하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행정감사에서 두 차례나 지적을 받았지만 그 뒤로 아직까진 별다른 진척이 없는 걸로 보아 일전의 일은 단순한 '해프닝'에 그친 게 아닐까 싶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A 고등학교 반지하 교실엔 서늘한 공기만이 맴돌았다. 피부로 느껴지는 축축한 습기와 코끝으로 느껴지는 곰팡내만으로도 반지하 공간에 서 있다는 것을 대번에 감지할 수 있었다.

쨍쨍한 한낮이었건만 불이 꺼진 교실 안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9칸의 교실 중 드문드문 전등이 켜진 곳에서 일부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반지하에 위치한 탓에 전등이 없더라면 시간의 흐름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창밖을 둘러싸고 있는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콘크리트 벽이었다. 육중한 벽이 창문 절반을 가리고 있어 햇빛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가려진 벽으로 인해 내부 공기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가득 차올랐다.

강 양은 "반지하 교실은 수학실이나 미술실, 가정실 등 특별실을 이용할 때 가는 곳"이라며 "반지하에 교실이 위치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접근성이 확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일 불편한 건 한낮에도 피부에 느껴지는 서늘하고 습한 느낌"이라며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게, 가끔 저녁 수업이 있을 때 반지하의 스산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학업에도 지장이 간다"고 털어놨다.

 

17일 오후 1시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A 고등학교 반지하 교실에 전등이 켜져있다. 사진=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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