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책과 빵은 공통점이 많다. 재질로 보면 책도, 빵도 식물성에서 연원한다. 전자책도 있지만 책은 종이책의 물성이 가장 큰 매력. 빵도 빵 자체 물성이 핵심이다. 전자빵이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책이나 빵이나 나눔의 미덕도 지닌다. 인류 역사를 압축하자면 좋은 빵과 좋은 책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는 분투이다. 그리고 책과 빵은 무엇보다 서로 잘 어울린다.

천안시는 지난해 '빵빵데이'를 개최하며 빵의 도시를 선포했다. 빵집 명소로 '빵所'도 선정했다. 그러나 천안에 빵만 있으랴. 천안은 개성으로 무장한 독립서점도 산재했다. 가령 천안 빵의 역사를 1934년으로 끌어 올려 빵의 도시 선포에 일등공신이 된 호두과자가 태어난 천안역 근처에는 독립서점으로 고양이책방 분홍코, KUKIBOX, 일상서재가 있다. 반려동물 서적을 특화한 '분홍코'는 사람과 동물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분홍코와 지척인 'KUKIBOX'는 국내 유일의 TRPG 전문 서점이자 출판사이다. '일상서재'는 책 짓는 독립서점이다.

일상서재 앞 도로를 건너면 명동골목으로 이어지는 천안시 원도심이다. 원도심 향수를 간직한 중앙시장은 호두과자의 아성에 도전하는 못난이꽈배기의 고향이다. 못난이꽈배기를 맛 본 뒤 미나릿길 벽화마을을 지나 원성천변에는 '유람북스'가 있다.

사람이 모여들면 책과 빵도 피어난다. 연중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천안시 신부동 일대는 할머니학화호두과자터미널본점, 시바앙과자점 등 빵소와 더불어 독립서점들도 뿌리를 내렸다. 고속버스터미널 주변 '에보니북스'는 영어권 원서들의 보물창고이다. 독립서점도 진화해 신부문화회관 뒤편에는 24시간 무인서점 '마르스북스토어'가 있다.

천안 도심 봉서산 자락에는 지리적으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독립서점 '능률도서 북하우스'가 있다. 혼자 읽기 보다 함께 읽기를 통해 우애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독립서점 '인문학공간 산새'도 봉서산에 깃들어 있다. 봉서산 정기는 신불당까지 뻗쳐 '가문비나무아래'는 책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세계의 정신을 탐구하며 시대와 지역 문제를 토론하고 실천하는 공공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어쩌면 인생은, 누군가 만든 빵과 책을 음미하는 사이에 있다. 그리고 계절은 어느새 천안'책빵'투어에 적합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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