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혁 우송대 글로벌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
구인혁 우송대 글로벌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

지난 82회 전미경영학회(AOM·Academy of Management)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분과에서 어느 외국 교수들로부터의 질문을 곱씹어보는 중이다.

"한국의 청년, 기술창업의 급격한 증가추세와 그 결과는 어떻게 연구되고 있습니까?"

"기업가정신 연구대학 순위에서 한국 대학은 찾아보기 어렵네요. 학문적 관점에서 한국 창업생태계의 현재, 미래는 어떻습니까?

Texas Christian University에서는 창업·기업가정신의 학술연구를 대표하는 3개 저널의 논문 숫자를 대상으로, 최근 5년간 (2017~2021) 대학순위를 발표했다. Strategic Entrepreneurship Journal (SEJ),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JBV), Entrepreneurship Theory & Practice (ETP)로 구성된 연구생산성 순위는 대학별 주저자만을 평가한 한계가 있지만, 창업·기업가정신 연구의 질적수준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전체 220개 대학 중,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필자는 창업·기업가정신의 전공자로서 무한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신설법인은 2000년 6만 1000개에서 2020년 12만 3000개로 증가하였고 매년 역대 최고치를 달성중이다. 특히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과거 20년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CES 혁신상 수상기업이 5개(2016년)에서 15개(2021년)로 늘어났고 전 세계 43개국 중 '실패 두려움'은 2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창업문화는 확산되었다.

경제구조 변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이라는 정책방향에 걸맞게 이제는 실질적 차원에서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개념화(이론화)할 필요가 있다. 학문적 성과가 현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창업·기업가정신 영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모색되어야 한다. 미시적 관점에서, 창업학은 경제학, 심리학, 의사결정, 협상, 조직행동 등 다양한 영역을 고려해야 하고, 기술개발 전략에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융합학문으로 다루어져야만 한다. 이번 AOM의 전략-기업가정신 분과의 다양한 전공의 한국인 교수진들이 모여 우리나라 창업이론의 전환점을 모색하고 정책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벤처창업학회 운영진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

거시적 관점에서, 정부는 모험자본과 인재유입을 통한 벤처기업 성장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과거 정부지원금에 의존하여 성장한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의 성장루트와 현재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비·초기단계에 집중된 창업지원 예산은 반짝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실패도 빠를 수 있다. 또한, 청년만을 타겟으로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달성한 청년들이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모험자본도, 정책을 수행하는 유관기관도, 나아가 정부까지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필자는 AI 기반의 수업집중도를 측정하는 교원창업 기업을 운영중이다.

Pre-TIPS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당장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교수급여보다 더 많은 직원급여를 매달 챙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마치 책으로만 배웠던 창업/Entrepreneurship 이론들을 내 몸에 백신을 놓듯이 실험하고 참아내는 중이다.

창업을 권하는 사회, 수많은 창업정책과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필패의 확률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벤처투자, 제2벤처붐으로 자리매김하는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제는 양적성장을 뛰어넘어 기존 지원정책의 실효성 분석을 포함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창업활성화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구인혁 우송대 글로벌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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